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바로 정우성의 망가진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미남하면 항상 다섯 손가락에 들어갈 배우가 영화를 위해 그렇게 망가진다는 사실이 꽤나 놀라웠다.
물론 <친구>에서 장동건이 망가졌다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 <친구>의 장동건은 전혀 망가지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 <똥개>에서 정우성은 완전히 망가진다. <구미호>나 <비트>등에서 보여지던 반항기 어린 눈빛의 미소년은 이 영화에 없다. 지대루된 백수 차철민만이 남아있다.
어머니를 여위고 경찰인 아버지(김갑수분)과 함께 살던 똥개는 어느날 아버지가 가져오신 진짜 똥개와 10년 가까운 정을 나눈다. 그에겐 현제나 다름없던 그 똥개를 어느날 학교 축구부 선배들이 잡아 먹게 되고 이에 격분한 철민은 이성을 잃고 주먹을 휘둘러 고등학교를 중퇴하게 된다.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이 살던 어리숙한 철민에게 고교중퇴자 모임에서 시비를 걸고 철민은 그에 응해 승리한다. 그리고 어느날 그의 아버지는 소매치기 출신의 갈 곳 없는 소녀 정애(엄지원분)를 데려오고 둘은 남매가 된다.
이제 스토리상 어쩔수 없이 악당이 등장한다. 그는 물론 예전부터 철민과 얽힌 고등학생때 축구부의 주장이었던 선배이며 그 동네 건달이다. 그리고 얽히는 사건들과 그 해결의 과정에서 정우성은 지대루 망가진 백수의 모습을 온몸으로 소화한다. 마지막 그 선배와의 대결에서 두드러지는 액션신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후 가장 지대루 된 싸움의 모습을 보여준다. 화려한 돌려차기나, 이단 옆차기등은 한번도 그려지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개싸움만이 그곳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둘이 싸우는 교도소 안의 복도는 그 주위를 둘러싼 철창들로 인해 개싸움을 시키는 투견장의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어찌됐던 영화는 주인공의 승리로 당연한 결말을 짓고, 영화는 아버지와 철민의 오해를 풀면서 끝이 난다.
영화 <똥개>는 답답한 구석이 없다. 어늘하고 어리벙벙한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시원하다. 곽경택 감독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가 영화 전반에 잘 스며있는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