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만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던 영화.
강제규 감독, 원빈, 장동건, 이은주...그리고 카메오 김수로, 최민식...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란 것들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아마 한국영화 최초로 성공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솔직히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극장에서 8000원 씩 주고 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한국 영화 매니아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요새 한국 영화는 돈내고 보기에 전혀 아깝지가 않다.
이 영화가 그랬다.
전쟁 장면에서 화면에는 흙먼지 알갱이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포착이 되었고, 그 화면을 뒷받쳐 주는 사운드 역시 일품이었다.
시나리오는 솔직히 단순하다. 한 초로의 늙은이가 뉴스를 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액자형 구성이고, 동생을 위해 점점 전쟁영웅에서 전쟁광으로 변하다가 죽음을 맞는 형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동생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가부장제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까?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장자의 역할과 그 의무감...
거기에 가미되는 동족상잔의 비극...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맞물려 한국형 대작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나라의 어떤 전쟁이건간에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기느냐 지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닐까싶다.
이념이나 사상따위란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격 속에서, 몸 한쪽이 떨어져 나간 전우의 모습 속에서 그 가치가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 이 영화는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위에 동생을 지키려는 맏형의 정과 그 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동생의 모습이 포착되고 결국 그 형제애의 위대함으로 모든 것을 덮는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휴머니즘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 형제, 내 가족을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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