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작을 들고 돌아온 성룡.
거기다, 중화권에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김희선 공동주연.
주연급 조연으로 양가휘가 등장하고, 앞부분에서는 최민수가 까메오(?) 출연을 하여 장렬히 전사하기까지 한다.
이 작품은 이전의 성룡작품과는 다르다.
성룡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살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룡의 영화 대부분은 '가족영화' 로 손색이 없으며, 추석등의 명절에 단골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부득불 살생을 피할 수 없다.
성룡의 전생이 '몽이장군' 이라는 진시황이 총애하는 용감한 장수이기 때문에, 전투신에서 살생을 하지않고 넘어갈수는 없는법.
물론, 성룡 특유의 인도주의적(?) 성향으로, 살생을 피하려는 모습은 보이지만, 그래도 장수인만큼 살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말미에는 혼자서 수십,수백명을 처치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분명 이전의 성룡영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헐리웃의 액션씬과는 다른 홍콩만의 리얼리티(?)한 액션씬도 없다.
분위기 자체만으로 볼때 분명 헐리웃의 자연스럽고, 멋있으며, 영웅의 모습을 음미할 수 있는 스케일큰 액션들이 잘 처리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오는 느낌은...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몇편의 영화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이 영화를 감상하며 떠오른 영화들은,
진용(진시황을 지키는 군사를 다룬 이야기),인디애나존스,파이란 등이다.
왜 이런 영화들이 떠올랐을까?
그것은, 중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소재 진시황릉 에 관한(물론, 우리 문화권에서 접할수 있는 영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홍콩인들, 더 나아가 중국인들이 접하는 문화 컨텐츠와는 별개로) 이야기로 잡았다는 점에서, 진용(1989년작,정소동감독, 장예모,공리,우영광 주연) 을 굉장히 닮아있고, 현대인이 진시황릉의 비밀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인디애나존스 시리즈의 분위기를 닮아 있으며(사실, 젊은 시절 성룡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와 유사한, 용형호제(1989년 1편,1991년 2편) 시리즈가 있다. 또한, 아릿다운 여인과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점에서 본다면 여러가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분위기 자체만으로 볼때 장백지가 우리나라 영화에 출연했던 '파이란(2001)' 이 떠오른다.
시대적 배경자체는 굉장히 틀리지만, 지고지순한 모습과 청순가련형의 여인상이 잘 드러나 있다.
성룡 고유의 고정된 영화적 분위기는 많이 탈피하여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듯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왜일까?
그것은 지금까지 성룡이 쌓아온 캐릭터와 약간의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인듯 하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는(대부분 그대로 차용되고 있지만), 약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서있는 것이 '살인' 이다.
그것만 뺀다면, 여지없이 성룡의 모습을 그대로 만날수 있다.
이웃집 아저씨 같고, 친한 형 같고, 아는 오빠같은..
착하고, 의리를 중요시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정의로운 사람.
이 영화에서 풍겨오는 여러 영화들의 냄새를 하나하나 쪼개어 놓으면,
진용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생을 하게된 주인공이 수쳔년의 세월이 흘러, 불로불사의 허망한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고, 오락성 위주의 신나는 모험이야기를 다룬 인디애나 존스와, 코리안드림을 안고 위장결혼을 해 들어온 여인의 부고에, 그녀가 몇번 만나지도 않은 자신을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느끼고 서글피 울던 최민식의 통곡소리.
이런 영화들에서 받았던 감동들이 새록새록 되살아 난다.
어쩌면 어색했을지도 모를 '몽이장군' 역을 수십년의 연륜으로 성룡은 잘 소화해 내고 있으며,
항상 연기력 부족을 지적받던 김희선의 연기마져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영화중 김희선의 목소리는 더빙이 아니었나 싶다.즉, 입술모양을 맞추기 위해 대사는 중국어로 하지만, 실제 목소리는 중국측의 배우가 더빙을 한것? 하여간 김희선의 목소리 연기는 좋다.)
특이하게도, 진시황릉이 무중력 상태에 존재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이 영화는 합격점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중국 장수의 의상이 고대 로마병사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어색함이 있고(실제로 그러한 복장이었는지, 아니면 이 영화를 위해 순수창작을 한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류를 고려해 김희선,최민수 등의 한국 배우들이 등장했다는 묘한 현실과, 무엇인가 1프로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 아쉬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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