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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쇼 드림걸즈
kharismania 2007-02-06 오전 11:54:29 1111   [5]
매년마다 음반시장의 붕괴에 대해 논의가 끊이질 않는다. 음악은 존재하나 그 음악의 유통은 사라졌다. 몇 년 전만까지도 밀리언셀러의 존재는 당연했는데 더이상 밀리언셀러 가수는 전설과도 같은 옛일이 되었다. 음반은 팔리지 않고 동네의 아기자기한 레코드점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대형 레코드점조차도 판매량 감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쨰서? 음반시장은 붕괴한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MP3의 사용 확산을 이유로 삼는다. 불법적인 음원의 무분별한 공유는 분명 그 시장의 붕괴를 확산시킨 공범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에 모든 십자가를 짊어지게 하기에는 무언가 찜찜하다.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그 붕괴의 발화점은 다른 곳에 있다.

 

 이 영화는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부모로 둔 할리웃의 입양아이다. 또한 그 족보의 근원지점은 1960년대를 풍미한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supremes)'이다. 실제 다이아나 로스를 모델로 완성된 듯한 디나 존스(비욘세 놀즈 역)는 이 영화가 단순한 허구가 아닌 현실의 재현이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안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극 중 '드리메츠'가 '드림즈'가 되고 '디나 존스와 드림즈'가 되어가는 과정처럼 '슈프림스'가 '다이아나 로즈와 슈프림즈'가 되었다는 사실을 숙지한다면 이 영화의 스토리가 상상속에서 출발한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런 사실에 생명력을 붙여 이야기를 완성시킨 것은 뮤지컬이며 이 영화는 그런 뮤지컬의 습성을 스크린에 접목시키는 2세대 버전이다.

 

 어딘가로부터 다가오는 환호성. 그것은 우리가 이 영화의 무대에 다가가고 있음을 천천히 실감하게 한다. 아마츄어들의 경연장. 하지만 그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하나같이 흑인들이며 그들은 그곳의 환호를 통해 다른 세계를 꿈꾼다. 공연 시간에 늦었지만 커티스 테일러(제이미 폭스 역)의 도움으로 무대의 마지막에 서게 된 드림걸즈의 세 멤버들은 좁은 무대를 그들의 보이스와 무대매너로 장악해버리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녀들은 입상하지 못한다. 그들의 입상을 뇌물수수로 막아버린 커티스는 그녀들에게 당대의 잘나가는 흑인 가수인 지미(에디 머피 역)의 전문 코러스가 되어주길 요청한다. 그녀들은 그렇게 프로의 세계로 자신들도 모르게 발을 들인다.

 

 이 영화를 즐기는 공식은 2가지다. 일단 이 영화의 즐거운 쇼를 관람하기만 해도 이 영화의 재미는 무난하다. 그리고 영화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그 맥락간의 인터미션이 되는 쇼를 스토리의 부분을 연결하는 매듭으로 인식해도 그것은 절묘하게 떨어진다. 사실 이 영화의 뮤지컬 성향은 최근 나온 '렌트'에 비하면 간접적이고 '시카고'나 '물랑루즈'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해보인다. 그것은 영화가 취하는 모션의 차이인데 위에 언급한 영화들은 그들의 대화에 화성을 입히고 영화속 현실을 무대화한다. 물론 이는 '드림걸즈'에서도 활용되지만 그것은 최대한 무대위로 국한된다. 쇼와 이야기가 엄밀히 구분되며 '드림걸즈'는 경쾌한 화음과 스토리텔렝의 밀도를 그 어느 것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결국 이 영화는 뮤지컬이라는 가상공간안에 세운 영화가 아니라 영화안에 세운 뮤지컬 무대라는 것이다. 

 

 일단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쇼비지니스 세계의 속물 근성에 의해 개개의 인물들이 겪어가는 희노애락의 심리적 변화가 중심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영화를 꾸려가는 인물들의 피부색, 즉 인종차별의 세태이다. 극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듯 유명한 흑인가수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오로지 흑인이다. 재즈, R&B, 소울 등 음악의 장르의 주인은 흑인이지만 백인들의 그들의 풍부한 자원을 갈취해가면서 그들의 집권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의 중앙무대 진출을 모색하는 것은 야심넘치는 커티스이다. 그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목표를 관철시키려 한다. 중고차동차 판매로 인해 모은 재산을 통해 뇌물수수와 조폭자금까지 끌어들이며 조용히 기회를 성사시키고 마침내 지미와 드리메츠는 마이애미에서 첫무대를 장식한다. 하지만 그 방식은 그들에게 먹힐만한 노래를 하는 것. 그것은 그 철옹성을 뚫는 방법이 되고 결국 지미의 노래는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내밀게 된다. 마치 그의 히트곡인 '비열하게 사는 거야'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파란만장한 쇼비지니스의 현실을 적절하게 드러내며 그 세계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저속함을 동반한다. 흑인 가수를 당당하게 백인들 앞에 세우겠다는 커티스의 야심은 예술가의 영혼이라기에는 투명하지 못하다. 그것은 마치 이 영화가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이 존재하던 시대를, 흑인의 궐기로 만신창이가 된 디트로이트 시내를 배경처럼 흘려버린 화법과도 매치가 된다. 흑인을 무대에 세우지만 그들은 흑인을 대변하는 음악을 하지 않는다. 결국 그것은 하나의 피부색이 지닌 열등감에 대한 키워드와 연관되지 않는 이야기의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에서 흑인사회가 겪는 진통이 세밀하게 이야기되지 않고 흘려보내지는 이유가 될 것이다. 피부색이라는 열등감은 오히려 쇼비지니스의 열악한 지점에 서 있던 이가 정점에 서면서 그 본질적 타락의 수순을 밟는 과정을 드러냄의 수단으로 활용되며 이는 곧 그 사실을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보색의 이미지로 차용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해서 목적을 관철시키는 커티스에게는 예술도 하나의 상업적 수단일 뿐이다. 흑인이라는 열등 표본을 통해 백인의 기득권에 저항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커티스는 백인의 입맛에 맞는 흑인을 기획한다. 이는 크리에이티브가 무시되는 엔터테인먼트의 현실을 드러낸다. 외모적 기준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에피(제니퍼 허드슨 역) 대신 디나를 드림즈의 중심에 세우고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되는 지미가 자신의 무대를 찾고자 하는 본심을 드러내자 그를 내칠 때 이는 그 세계의 현실이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은 팽개치고 속물적인 현상에 집착함을 확인하게 된다. 혼의 무게를 덜어내고 껍데기를 씌운 바비인형앞에 대중이 열광할 때 쇼의 가치는 몰락한다.

 

 이 영화는 외면적으로 보이는 화려한 엔터테이너 기질과 반대로 내면적으로는 그 세계의 고발을 끌어낸다. 그 화려한 세계에서 빛나는 이들이 그 뒷면에서 고뇌해야 하는 본징을 드러낸다. 아티스트보다는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하고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타인에게 팔릴만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 세계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되고 타인을 흉내내야 한다. 씨씨(케이스 로빈슨 역)가 지미에게 만들어 준 곡이 빌보드 차트에까지 진입하나 아무런 제재도 없이 버젓이 백인 가수에게 노골적으로 표절당하는 현실에서 분노하던 커티스가 에피의 새 노래를 같은 방식으로 가로채는 모습을 목격할 때 자본과 결부된 예술이 몰락하는 방식을 목격하는 셈이 된다. 커티스가 디나에게 자신이 그녀를 메인으로 세운 이유가 몰개성적인 목소리라 다루기 편하다고 진심을 드러낼 때 그의 역할이 재능에게 기회를 부여해주는 발굴이 아닌 몰가치한 개성을 통해 상품을 기획하고 전시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나 그런 기획에 의해 소비자가 되어가는 청중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물론 영화는 그의 그런 행위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가 원작과 결부되는 당연한 흐름이자 이 영화의 외적인 쇼맨쉽이 지향할 즐거움의 감성과도 무관하지 않은 측면이다. -하나의 쇼와 같은 이 영화가 결과적으로 관객에게 부여하고 싶은 것은 말 그대로 즐거움 그 자체일테니까!- 커티스의 손을 통해 건설된 기획과 양산의 장이 그 안에서 안주하고 있던 재원들의 각성으로 혼란을 맞이할 때 비틀어져버린 인물관계가 복원되어가는 희망을 발견한다.

 

 영화는 사실 몇개의 막으로 구분되어가는 것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그것은 인물간의 관계, 즉 드림즈의 멤버인 세 여성 인물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구분되는 셈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멤버들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고 결국 갈등이 심화되고 다툼으로 인해 관계가 단절되지만 다시 화해하고 한 무대에 서는 과정은 사실 그것을 단순히 단면으로 헤쳐놓고 보자면 지극히 식상한 플롯의 흐름이 된다. 하지만 그 주변에 다양한 인물들이 관계하고 화려한 쇼맨쉽이 덧입혀지고 그 세계에 대한 심오한 고찰이 이뤄지며 그 밋밋하고 단순하던 이야기는 특별한 개성으로 빚어진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빛내는 것은 배우들의 공인데 배우들은 단순히 영화속의 인물들을 소화해낸 정도가 아니라 그 인물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물론 뮤지컬을 소화해야 하는 영화인만큼 그런 배경이 되는 배우들의 섭외는 기본적인 충족요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극속의 배우들이 만족시키는 것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요구하는 가창력만이 아니다. 말 그대로 배우의 이미지가 극속의 인물 그 자체를 만족시키는데 파워풀한 소울의 창법을 소화하는 에피역을 맡은 제니퍼 허드슨이나 크게 뛰어나진 않지만 괜찮은 수준의 가창력을 지닌 디나 역을 맡은 비욘세는 캐릭터와 캐스팅의 궁합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도 데스티니 차일드(destiny child)의 리더였고 팀이 해체하고 솔로로 전향하여 성공한 비욘세의 경우는 마치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영화에 투영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부르기도 한다. 그밖에도 '레이'에서 뛰어난 연기-그보다 뛰어난 그의 노래실력, 안타까운 건 이 작품에서 그의 노래는 거의 없다!- 를 보여준 제이미 폭스나 악동의 이미지와 함께 끼가 철철 넘쳐 흐르는 지미 역의 에디 머피, 그리고 커티스와 달리 기획이 아닌 재능을 일구는 매니저인 마티 역의 대니 글로버 등 영화속의 배우들은 이 영화가 뿜어내는 영롱한 빛깔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이 영화의 현실은 사실 우리나라와 무관하지 않다. 본질이 죽고 현상만이 존재하는 듯한 국내음악계의 현실. 언제부턴가 기획되고 양산되는 가요계의 총아들은 하나의 추세를 따라가며 몰개성적인 목소리를 맞춰가고 있다. 예술이 상업에 끌려갈때 나타나는 문화의 질적 몰락을 이 영화는 단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예술은 소비되는 대상에 맞춰져야 되는 키높이 구두가 아니라 대중의 취향적 시야를 넓혀주는 선점으로 작용될 때가 적합하다. 물론 대중성이라는 것은 오늘날 예술이 지뒤집어 써야 할 멍에이다. 다만 대중성에 집착한 예술은 그 본질을 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의 눈높이에 멜로디를 맞추고 장르를 가둘 때 이미 그 노래는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무색하다. 결국 예술이라는 것은 대중의 수준을 고취시키고 그 수위를 높히고 범위를 넓히는 지표가 되었을 때 이상적인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산업이 되고 자본과 타협할 때 예술은 하나의 상품이 되고 대중의 취향을 질적으로 몰락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그 세태를 기획하고 양산하는 기획자들의 탓이기도 하고 그 세태에 끌려가는 예술가들의 공통책임이다. 이는 국내 음반 산업의 몰락과도 무관하지 않다. 언제부턴가 아티스트보다는 엔터테이너가 각광받게 된 그 씬에서 시장의 붕괴는 이미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열정을 기반으로 창착을 고취시키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그들은 장외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역시 산업의 근방으로 흡수되면 동시에 그 세계의 질서에 고스란히 편입되곤 하는 것도 하나의 관례다. 이는 분명 그 씬 전체의 각성과 타파 의지가 완고하지 않고서야 이뤄질 수 없는 수순이다. 그들 말대로 음원의 불법유통 탓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본인들의 각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결국 저속한 컨텐츠를 양산하도록 유도하는 기획자나 그런 추세에 이끌려가는 생산자 모두의 문제인 셈이다. 물론 즉흥적인 쾌락에 집착하는 대중의 성향에도 문제는 있겠지만 그런 성향만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전체적인 질의 하락을 도모한 이들의 책임이 일차적이다.

 

 영화의 피날레는 그 모든 것에 대한 희망적 메세지이자 말 그대로 이 영화를 찾은 관객을 위한 마지막 서비스가 된다. 빵빵한 기획사를 떠나 홀로서기를 도모하는 디나와 자신의 뛰어난 목소리를 청중들 앞에 다시 선보이는 에피는 라디오 스타가 될지언정 꼭두각시의 길은 걷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짐작할 수 있고 그를 통해 그들이 택한 길의 진정성을 환영하게 된다. 물론 그 시절이 절대적으로 폄하받을만큼 불행한 시절이 아니었음은 청중들의 환호로 인해 확인된다. 어쩌면 그것은 취향에 의해 잠시 외면해야 했던 본인의 열망에 대한 간접보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억압된 갈망이 해소되는 지점에서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찾던 환호를 맞이할 수 있지않을까. 그것은 사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우리네 현실일지도 모른다. 쇼란 모름지기 그런것이다. 아름다운 갈망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그곳에 갈채를 보내는 것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0명 참여)
tonypooh
kharismania님이 민용준 기자님이신가요? 무비스트 리뷰와 너무 글이 비슷해서 여쭤봅니다.   
2007-02-21 15:10
1


드림걸즈(2006, Dreamgirls)
제작사 : DreamWorks SKG, Paramount Pictures / 배급사 : (주)영화사 오원
수입사 : (주)영화사 오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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