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평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고전적인 내러티브를 현대적으로 풀어놓은 수작’이라는 것이었다. 관계를 맺고, 헤어지그 그 기억에 괴로워하는 아주 고전적인 내러티브에 기발한 상상력과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깜짝 놀랐다. 그 놀라움에 더하여 감동스럽게 느껴진 것은 잊으려고 애쓰거나 잊혀져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우리가 느끼고야 마는 감정들이, 그 신선한 표현 속에 곳곳이 퍼져있었다는 것이다. 혼란스럽고, 아무것도 아닌 양 돌아서고 싶지만- 영화 속 주인공의 화려한 머리색보다 반짝이는 건 우리의 기억이다. 이런 컨텐츠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건 감독의 미적인 시선이다. 일상적이며 대수롭지 않은 듯 스펙타큘러한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진한 폴라로이드 사진 같다. 그런 점이, 몹시도 아름답더라.
마지막 즈음에 이르렀을 때의 대사 'It's OK'의 무한한 감동. 이게 인간관계, 그 속의 무언가,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무언가가 지닌 힘이라 생각한다. 눈물지으며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지닌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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