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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고]코리안 재패니스의 일본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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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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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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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7 오후 11:47: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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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가 한일 합작 영화라는 것을 모르고 스크린을 향했다. 그 동안의 일본 영화와 다르다는 주위의 평에 의존한 채 약간의 기대를 했을 뿐이었다. 영화 오프닝 씬에서 보여지는 고등학생들... 일본 학원 폭력물을 연상케 하는 양아치 고삐리들. 비트있는 연출과 편집이 눈길을 끌었고, 나로하여금 더욱더 [고]라는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재일교포 2세.. 소재 선정부터 그 동안 내가 보아왔던 일본영화와는 많은 것이 달랐다. 많은 일본 영화들이 작품성이 있으나 우리와는 정서가 많지 않아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작품성에서 보여지는 난해함들... 최근 보았던 [자살관광버스] 역시 소재나 코믹한 상황들이 기대를 많이 하게 했고, 초반에는 재미있었으나 중반부부터 이어지는 지루함이라던가 라스트 씬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당황스러웠었다. 역시 일본영화...ㅡㅡ^ 라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그러나 영화[고]는 너무나도 우리의 정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며 주인공의 귀엽고 엽기적인 모습에 흡족해 하는데 명계남이 출연하는 것이 아닌가~! 핫...몇달전에 한일합작 어쩌구 하면서 TV연애 프로그램에 김민과 명계남이 잠깐 얼굴을 비쳤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란 말인가~!!! 원작도 재일교포.... 그래서 이 영화는 매우 한국적이었다. 한일합작이라는 것을 알기전에 나는 이 영화가 한국과의 화해를 도모하는 순수 일본영화라는 착각을 했었다.
사담이지만 해외 여행을 하게 되면 여러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엔 일본 사람이 있다. 나는 과거 해외 여행을 했을 당시에 공산체재인 북한인을 과연 해외에서 만날수 있을까란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우연찮게 만난 한국인 여행자 아저씨들이 우리를 놀리기 위해 자신들을 북한 사람이라고 소개한적이 있었다. 그때 같은 일행과 나는 그들과의 만남에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했지만, 그들이 자기들의 숙소에 초대했을때 이방인이라는 생각과 함께 걱정을 한 적이 있었다. 김일성을 찬양하는 그들의 이념과 우리의 정서가 트러블을 일으켜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들과의 만남에서는 전혀 그러함이 없었다. 서로 짧은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도 오히려 한국사람들보다 더 건전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고, 북한보다는 일본이 우리와 오래전부터 문화를 교류해왔고, 오히려 일본사람들이 동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깝지만 먼나라 일본이 아니라 가깝지만 함께할 수 없는 나라가 북한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통일의 흐름에 맞추어 뜨거운 피로 함께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북한이지만,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형제가 아니라 북한은 North Korea라는 객체의 또다른 나라인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북한보다 더 형제같은 일본... 영화 [고]는 한일합작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기획된 영화여서 그런지 몰라도 전혀 낯설지가 않은 영화였다. 오히려 스토리 자체는 일본코믹스에서 주로 다루는 학원폭력물에 가깝지만 무척이나 정감있었고, 이미 일본코믹스에 익숙해진터라 재미있다는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생각보다 한국어들이 어색하고 잘 못알아 들을 정도이긴 했지만, 조금더 한국인의 출연이 아쉽긴 했지만, 작품성, 오락성, 연출, 편집, 스토리 모두 좋았다. 특히 못생겼지만 매우 동양적이면서 반항적인 이미지의 주인공이 맘에 들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학원폭력물이 아니라, 가정과 나라와 개인의 격정에 대한 따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이 영화를 특히나 더 재미있어 하는것은 민족성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재일교포 2세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을수가 없다는 현실에 반항을 하고, 일본인들에게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수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격정에 솔직하게 반응을 하는 모습에 어찌보면 그 동안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통쾌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지?
제작노트에 일본인들은 이 영화를 일본영화라고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난 이 영화를 일본영화라고 보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우리가 영화[고]를 보면서 느끼는 한국인으로서의 통쾌함과 연관되어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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