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래리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발명을 하는 사람이지만 남들이 이미 만든 발명품을 만드는 바람에 파산직전이다. 거기에 번번한 직장도 없고 수입도 없어 부인과 이혼하고 아들과의 만남은 늘 제한되어 있다. 쥐구멍에도 해뜰날 온다고 래리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는데 바로 자연사 박물관의 야간 경비원...
세 명의 늙은 노인 경비원들은 래리의 출연이 반갑지는 않지만 친절하게(?) 그에게 야간 경비 수칙을 알려준다. 그런데 밤이 다가오면서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이 움직이는 괴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공룡 뼈다귀부터 시작해서, 루즈밸트, 훈족, 원시인, 인디언 여인, 로마 병사, 서부 총잡이... 걸음아 나 살려라 삼십육계 줄행랑이지만 저만치에는 원숭이와 사자들이 튀어나온다. 못 믿겠다고? 그래도 믿어봐! 사실이니깐...
크리스마스에는 가족 영화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 작품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경우도 의도되지 않게 크리스마스에 개봉이 된 작품이다. 박물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어드밴처 무비이지만 솔직히 이 영화는 그렇게 땡기는 작품은 아니다. 우리는 '쥬만지', '인디아나 존스', '미이라' 등과 같은 어드밴처 영화를 이미 경험했던 터라 그렇게 낮설지만은 않지만 웬지 모를 제목에서 풍기는 유치찬란한함이 그렇게 이 영화를 극장에 다가가도록 만들게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의외의 잔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미니어처가 살아 움직이고 밀랍인형과 뼈조각이 움직이는 신기한 모습은 우리에게 흥미진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밴 스틸러나 로빈 윌리암스도 이런 영화에는 충분히 어울리는 인물이며 가족 영화라는 특성에 맞게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들은 가족 영화에서는 확실한 흥행보증 수표들이다.)
또한 카우보이라던가 로마제국의 검투사, 훈족, 원시인 등의 다양한 케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좀 아이러니 하지만 꽃미남 파라오 왕자까지... 엔딩 크레딧에서 훈족이 부른 것 같은 괴상한 랩(?) 주제가도 인상적이다. (참고로 나는 가수 장우혁이 불렀다던 노래는 시간때문에 듣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부터 이 영화에 대해 씹어보도록 하겠다. 이 영화는 다른 것은 좋아도 매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막의 문제이다. 얼마전 나는 '아이스 에이지 2'의 우리말 번역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였다. 유행어에 의존하는 번역 방식은 좋지 못한 번역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런데 이런 우연의 일치가... '아이스 에이지'와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제작한 곳이 모두 20 세기 폭스사라는 점이다. 물론 번역은 내부에서 번역을 했겠지만 이렇게 생각없고, 성의도 없는 번역 방식에는 딴지를 걸지 않을수가 없다.
물론 번역을 하다보면 미국식으로 대입하기가 어려운 번역들이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번역은 원작에 맞게 번역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예 대놓고 우리식 번역을 했다는 점에서 불만이다. 우선 '마술같이 사라졌다'고 이야기 하는 대목이 있는데 '데이빗 커퍼필드'를 거론한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마술사인 '이은결'이 쌩뚱맞게 헐리웃 영화에서 우리말 번역되어 등장하였다. 또한 박물관 관장은 '옮지 않아~!'를 연발하고 있으며, (개그 콘서트의 신봉선 씨의 유행어를 사용했다. '아이스 에이지 2'의 우리말 자막 버전에서도 장동혁, 고혜성 등의 개그맨의 유행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열나 짬뽕나~!'를 외치며 '골목대장 마빡이'도 어설프게 패러디하며 거기에 디자이너 '앙드레 김' 까지 거론하였다.
이 부문까지 보면 우리나라 영화로 착각이 들어버릴 정도이다.
나는 이 영화의 리뷰는 제처두고라도 이 영화에 대한 우리말 자막 부분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또한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폭스 측의 성의 없는 마케팅 방식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선 이 영화의 자막을 담당한 분이라던가 따로 충분한 시사를 갖지 않고 바로 생각없이 극장에 건 폭스 코리아 측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우리말 자막은 관객들을 어린아이(초딩)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 없으며 관객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생각되어 진다. 여기가 한국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한국 관객을 어필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오히려 반대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기 마련이다. 그 시대의 유행어는 시대가 지나면서 사라지게 된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또하나의 역사이자 시대를 이야기하는 부문이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지나친 유행어 남발은 오히려 영화를 왜곡하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지나치게 한국적임을 강조하는 것 역시 헐리웃 영화에 대입하는 방식 자체가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폭스 코리아는 지금 몸에 맞이 않는 옷을 억지로 입혀보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폭스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영화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성의 없는 마케팅과 번역 방식으로 관객을 모독하고 있다. ('해리포터' 등을 제작한 워너브라더스 역시 한국에서 벌어지는 마케팅 면에서는 빵점이다.) 한국도 분명한 영화를 상영하는 국가이고 헐리웃 관객 관람층도 많다는 것을 생각할 때 폭스 코리아 측의 이런 홍보 방식과 번역을 하는 방식은 맘에 들지 않는다.(물론 이 작품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국내 공식 홈페이지는 런칭 이벤트를 이용하는 등의 나름대로의 홍보방식을 취했으나 웹플레시 방식의 홈페이지가 아닌 팝업창으로 이루어진 홈페이지 매뉴가 대부분이다. 이용자들만 불편하게 만든다.)
인터넷 검색에서도 폭스는 공식 영화 상영 뿐만 아니라 DVD 출시에서도 매우 성의없는 운영방식으로 많은 네티즌들에게 몰매를 맞은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킹덤 오브 헤븐', '스타워즈' 시리즈, '에일리언' 시리즈, '앨리맥빌'(앨리의 사랑만들기) 등이 조잡한 한글 번역으로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폭스 코리아 측은 한국관객이나 DVD 마니아들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는 듯 보인다.
물론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전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차라리 최초 개봉을 하기 보다는 작품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 후에 개봉을 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최초, 처음이라는 단어보다는 정확하고 안정된 우리말 번역과 성의 있는 이벤트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폭스 코리아 측은 영화의 홍보보다도 우선 영화를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를 기용해 주길 바란다. (스타 번역가인 이미도 정도는 기대도 안하지만...) 또한 번역부터 신경을 써서 영화 개봉에 차질이 없었으면 한다. 그것이 한국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