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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가족영화의 명예회복 박물관이 살아있다!
jimmani 2006-12-20 오후 11:50:27 1055   [1]

조각상이 있는 학교에 다닌 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가 있다. 밤마다 그 학교에 있는 조각상들이 살아난다는 얘기. 내가 다닌 초등학교에도 사자 조각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었는데, 밤마다 이들이 살아나서는 서로 살벌하게 싸운다는 일종의 '전설'이 돌아다녔었다. 지금이야 생각하면 말이 되는 소릴 해라는 반응이 쉽사리 나오겠지만,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완전히 웃어 넘기지도 못하고 반은 믿었던 기억이 난다. 을씨년스런 밤의 어둠 속에서 칙칙한 조각상들이 깨어나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는 모습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고. 하지만 어느 정도 어른이 되어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꽤나 재밌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이런 상상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뼈만 남은 공룡이 복도를 폴짝거리고 눈앞에 살아 있는 것 같던 밀랍 인형들과 동물들이 살아 있는 것 '같은' 수준이 아니라 정말 살아서 움직인다. 실제로 움직이게 된다면 살벌한 풍경들을 꽤 연출할 것 같은 전시물들도 있지만, 막상 이들이 살아 움직이니 생각했던 대로 무섭기보다 꽤나 흥미로운 상황들을 여럿 연출한다. 매번 우리와는 먼 나라 얘기들만 하는 것 같던 헐리웃 가족영화가 웬일로 태평양 건너 한국 사람들도 제법 구미가 당길 만한 상상력을 들고 찾아왔다.

아내와 이혼하고 매주 수요일과 격주 토요일만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래리 데일리(벤 스틸러)는 매번 창의적인 사업을 구상하지만 자기 상상력이 시대에 너무 앞서서(자기가 말하기로는 그렇다) 매번 말아먹는다. 까딱하면 집에서조차 쫓겨날 위기에 처한 래리는 궁여지책으로 자연사 박물관 야간 경비일을 울며 겨자먹기로 구하게 된다. 그런데 이제 바통을 넘겨 줄 세 분의 나이 지긋한 경비 어르신분들이 하는 말이 '아무것도 내보내지 마라'니. 아니나다를까 해가 지자마자 래리는 박물관 안에서 벌어지는 충격적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박물관에 있는 모든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밀랍으로 만들어진 미국 26대 대통령 테디 루즈벨트(로빈 윌리엄스)를 비롯해 개척자 제레다야(오웬 윌슨), 로마의 지도자 옥타비아누스(스티브 쿠건), 훈족의 아틸라, 각종 동물들과 이스터 섬 석상에 이르기까지, 생물과 무생물을 막론하고 모든 전시물들이 살판난 듯 박물관 안을 휘젓고 다닌다. 도대체 제어할 수가 없을 것 같은 이 아수라장. 그런데 이런 광경이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매일 밤 펼쳐진다니. 출근 첫날부터 앞길이 막막한 래리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볼거리 중심의 어드벤처물이긴 하지만 등장하는 배우들이 하나같이 코미디 연기에 재능이 있는 배우들이라 이들의 코믹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유의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릭터가 역시나 강조된 벤 스틸러의 욱하는 연기도 볼만하고, 로빈 윌리엄스의 근엄하면서도 청승맞은 대통령 캐릭터도 재미있다. 대단히 작은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제레다야 역의 오웬 윌슨과 옥타비아누스 역의 스티브 쿠건은 역사상으로 볼 때 다들 굵직굵직한 이들이건만 체면같은 거 다 구기고 애들처럼 징징대며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에서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한다. 래리에게 골칫거리를 떠넘기는 세 어르신들이 수시로 보여주시는 의외의 모습들 또한 유쾌하고 천진난만하고 귀여우시기까지 하다.(사실 이분들은 아카데미 공로상까지 수상할 만큼 미국 영화계에서 굵직굵직하신 분들이다)

못하는 게 없는 헐리웃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구현해낸 살아움직이는 박물관의 각종 전시물들을 보는 재미도 감칠맛 난다. 코끼리부터 타조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그 비좁은 박물관 계단과 로비를 내달리는 풍경,  뼈만 남은 공룡이 그 배열 그대로 돌아다니며 말썽 피우는 모습, 가만 서서는 껌달라고 만날 조르는 이스터 섬 석상 등 상상 속에서나 움직일 수 있었던 전시물들이 정말 생명력을 얻어 박물관 안에서 맘껏 뛰노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들 전시물들의 대부분이 모두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얻었다고 하니 스케일을 떠나서 그 감쪽같은 자연스러움에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실 요즘은 헐리웃 가족영화가 본토에선 아무리 흥행에도 우리나라에선 죽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데, 예전엔 이렇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나홀로 집에 1,2>, <미세스 다웃파이어>, <쥬만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영화들은 단순히 미국에서만 통하는 코드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흥미를 끌만한 독특한 설정과 보편적인 재미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이다. 요즘도 크리스마스 때마다 케빈을 찾는 분들이 많고, <쥬만지> 볼 때마다 재밌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이들 영화들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모두가 재밌어 할 만한 보편적인 재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가족영화라고 나오면 너무 아이들 눈높이에만 맞춘 것 같은 경우가 많아 이런 예전같은 영화들을 볼 수가 없어 꽤나 아쉬웠었다. 그런 참에 이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그 설정부터가 예전의 <쥬만지>를 떠올리게 해 꽤나 반가웠던 것이 사실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야기의 밀도나 긴장감 면에서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잘 만들어진 헐리웃 가족영화들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다음엔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에 대한 긴장감,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점차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모습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압박감 같은 것이 다소 헐겁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점 이외에 다른 눈여겨 볼 만한 점들을 생각해 볼 때 이 영화는 간만에 나온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모두가 재미있어 할 만한 괜찮은 가족영화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첫번째 눈여겨 볼 만한 점이 '고정관념의 전복'이다. 물론 미국 역사를 다룬 박물관이라 우리에겐 생소한 캐릭터들이 몇몇 등장하긴 하지만 로마의 지도자 옥타비아누스나 개척자 제레다야, 훈족의 아틸라 등 잘 몰라도 외형상 그 성격이 짐작되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 우리가 으레 박물관에 가면 위인들에 대해서 어떤 전형적인 이미지를 머리 속에 형성시키듯, 이 영화 속에서도 이런 캐릭터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호연지기가 있고 대범한 지도자, 잔인무도하고 살벌한 정복자와 같은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게끔 유도한다. 그러나 이들이 움직이는 곳은 자기들이 있던 곳도 아닌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 따라서 이들의 캐릭터 또한 생뚱맞고 당황스럽게 바뀌며 관객의 웃음을 자극한다. 개척자, 지도자와 같은 카리스마는 안드로메다로 보낸 채 애들처럼 티격태격 싸우는 제레다야와 옥타비아누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잘 못하는 쑥맥인 루즈벨트, 무지막지할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여린 마음을 갖고 있는 훈족의 아틸라, 기존에 생각해오던 어딘지 무섭게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나올 때마다 꺼벙이처럼 멍하니 돌아다니는 진시황릉의 병마용(흙으로 빚은 병사) 등 고정관념처럼 머리 속에 박혀있는 역사 속 캐릭터들에 대한 약간의 비틈을 시도함으로써 아기자기한 웃음을 제공한다.

두번째 눈여겨 볼 만한 점은 이른바 '상대적 스펙터클'이다. 이 영화가 1억 5천만불의 제작비를 들였다고는 하지만 블럭버스터라는 호칭이 어울릴 만큼 확 스펙터클하지는 않다. 하지만 절대적인 스펙터클 대신에 크기의 차이에서 오는 상대적 스펙터클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분명 사람 크기였으면 큰 스케일의 전투신이었을 장면이 미니어처 군사들의 싸움이 되면서 우스꽝스런 풍경을 연출하고, 작정하고 수많은 군사들이 날리는 불화살과 대포들도 래리에겐 따끔거리는 불똥 정도에 불과할 뿐인 모습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제레다야가 머리 날아갈 준비하라면서 래리에게는 웃기지도 않는 크기의 장난감 기차를 출발시키는 장면도 이런 미니어처와 사람 간의 크기 차이로 인한 스케일의 차이때문에 웃음을 유발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장면이 있는데, 이들 미니어처 콤비 제레다야와 옥타비아누스가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를 내는 장면이다. 손톱만한 크기의 이들에겐 타이어 바람 빼는 일이 토네이도에 몸을 맡기듯 목숨 걸어야 할 일이지만 사람인 우리들이 보기엔 싱겁게 피식하고 바람빠지는 풍경일 뿐이라는 것에서 아이러니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누구 입장에선 스펙터클한 상황이 누구 입장에선 피식거리게 하는 별것 아닌 상황이 되는, 미니어처 세계와 인간 세계의 크기 차이로 인한 여러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재치있게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앞서 얘기한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화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오웬 윌슨 등 코미디 연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배우들이 각자의 스타일대로 개성있는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면서 진지하고 심각한 어드벤처에서 벗어나 부담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한바탕 소동극으로서의 재미의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주인공 래리는 떳떳하게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다 점차 자신감을 되찾아가며 아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이런 한바탕 모험에 아버지로서의 자신감같은 동기부여는 조금 사족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지라, 이런 요소는 영화 속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는 주된 요소라기보다는 헐리웃 가족영화로서 양념 정도로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여러 사건이 순식간에 매듭지어지는 결말 부분도 다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이 정도도 헐리웃 가족영화로서 무리없는 매듭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도 이 영화가 선사하는 재미를 생각할 때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매번 미국 사람들만 공감할 만한 크리스마스의 가족애(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만큼 크리스마스에 목숨 걸지는 않지 않는가)를 내세우며 그렇고 그런 가족 영화들이 나왔던 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미국적인 가족애에 목매지 않고 애어른 가릴 것 없이, 국적을 가릴 것없이 누구나 귀가 솔깃해질 만한 상상력을 들고 온 헐리웃 가족영화는 실로 오랜만이지 않은가. 아기자기한 사실적인 그래픽에 힘입어 눈요기도 되고,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코믹 연기는 물론이요, 역사 속 캐릭터의 전복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 유도라는 교육적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나라도 이런 박물관 있으면 밤마다 간다) 한국 관객의 입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알찬 헐리웃 가족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 한번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을 데려다가 이렇게 신명나는 가족영화를 만들어보는 것,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한 마디 더 : 자막 센스도 스펙터클하다. "옳지 않아", "이건 아니잖~아~", "경비대장 마빡이를 뭘로 보고~" 등 개그 자막에서 이은결, 앙드레김 등 국내 인물들까지 등장시키다니... 심지어 이십세기폭스사에서 다음에 배급할 <록키> 새 시리즈를 홍보하기까지 한다!!


(총 0명 참여)
sexyori84
이영화참기대됩니다, 예고편볼때마다 막 주만지도 생각나고 ㅋㅋ 재미있을꺼같아서 기대기대   
2006-12-21 10:34
kks1234
이번주 비타민 보셨나요? 단백질이 얼마나 다이어트에 좋은지 나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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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1 00:56
1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 Night at the Museum)
제작사 : 1492 Pictures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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