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없는 슬픔이었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고 곧이어 내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식의 썩은 몸뚱아리를 감싸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부모아니던가? 영화 속 그들은 세상 모두의 부모와 자식을 대변한다.
설경구와 조한선은 건달이라 냉철하고 과감해 보여야 한다. 그들에게는 부모란 존재는 어찌보면 걸림돌과 같다. 반대로 나문희에게는
건달자식이 있다. 유능한 둘째에 비하면 볼품없고 눈밖에 난 자식이지만 혈육의 고리는 쉽사리 손을 떨치지 못한다.
세사람이 가지는 공통적인 감정인 상실과 허전함을 통해 감성도 감성이지만 본능에 호소를 하기에 이 영화는 하염없이 슬픈것이다. 삐걱대는 설경구가 조한선에 찔리며 뱉는 '아프다'라는 대사가 가장 슬프게 다가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소외된 계층인 이들은 순진하다 못해 무식해 보이리 만큼 착해빠져 나약하게 느껴진다. 강하지만 공허함이 뼈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이야기를 돌려 이 영화에서 보여준 설경구의 연기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감독은 설경구에게 눈의 힘을 반만 넣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사실 강한 것이 오래 남기에 설경구하면 <공공의 적> 과 <실미도>와 <박하사탕>을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가 이제껏 보여줬던 모든 캐릭터를 담아냈다. 물과 불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사랑을 놓치다>와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의 나긋한 설경구의 모습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처럼 단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내가 느끼기에 전체적인 느낌은 <오아시스>와 가장 닮아있었다)
다시 영화이야기를 하자면 이 영화는 거의 배우의 영화라고 할 수있다. 이야기와 설정은 약하지만 엄청난 내공을 가진 두 배우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한배우의 연기로 인해 그 여백을 메워주고 있다.
웃음포인트는 허술하였고 눈에 띄는 샷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재밌었다 배우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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