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the host)는 우리가 보아오던 기존의 괴수물과는 많이 다르다.
괴수를 무찌르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선 그렇고,
사람을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괴물에 동정심이 생기는 것이 그렇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이 영화에서 괴물에 맞서는 상대는
힘이있는 국가나 힘있고 멋진 영웅들이 아닌, 한강 둔치에서 매점이나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박강두(송강호)를 비롯한 세상의 루저들이다.
이 루저들은 아는 것도 없고 있는 것도 없다. 괴물로 부터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거창한 명목은 더군다나 없는 것이다. 그저 괴물이 납치해간 박강두의 딸 현서(고아성)을
구출해 내야만 하는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목적앞에
국가는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봉준호의 "봉테일"은 여기서 빛난다. 영화 <괴물>에서 한강에서뛰어올라 사람들을
한 입에 삼키는 그 괴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런 상황들이다.
봉준호는 영화 시작부터 대놓고 미국에 대한 온갖 풍자와 비판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주한미군 의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하수구에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를 다량 방출 시킨다.
이 씬은 대번에 2000년에 있었던 맥팔렌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밖에 송강호가 감염자를 격리하여 감금되어있던 장소를 빠져나오니
미군들은 바베큐파티를 벌이고 있는 장면 등 봉준호의 반미적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씬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런 면에서 그의 전작 <살인의 추억>보다 <괴물>은
그의 정치적 시각이 훨씬 뚜렷하다.
<괴물>에 출연한 배우들은 봉준호 사단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의 전작에 출연했던 거의 모든 배우들이 출연한다. 그 중 변희봉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며,
송강호의 한심해 보이는 아버지이자 맏이역은 좀 과하다 싶은 면이 있어 아쉬웠으나 역시
한국의 베스트 연기파 배우답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대졸 백수 박남일 역의 박해일은 후반부 괴물에 화염병을 던지며
열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양궁선수역의 배두나는 의외로
분량이 적어 다소 실망했으나 굼뜨고 연약한듯하면서도 괴물에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양궁의 시위를 당기며 사투를 벌여 부족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현서역의 고아성은 영화는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괴물의 아지트에서의 두렵고 살아나가겠다는 당찬 연기가 아주훌륭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괴물의 CG는 뭐 하나 모자란 부분이 없고
특히 괴물이 한강 다리 밑을 꼬리로 회전해가며 움직이는 모습은
상당히 역동적이고 헐리웃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그러나 후반부 괴물의 최후를 장식하는 화염CG씬은 정말 많이
아쉽다. 이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적어도 CG에서만큼은 거의 100%의 관객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지 않았을까 싶다.
깐느영화제에서의 호평과 유례없던 국내의 기대치 상승 때문에
실망한 관객들이 적잖아 있지만, 국내에서 드문 괴수물의 시도
자체만으로 봉준호는 박수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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