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왕가위 열풍이 불던 그 때,
아직 끝나지 않은 미풍이 있었다.
그것은 무협미풍.
동방불패로 시작된 무협의 열풍은
이후로 신묭문객잔같은 역작으로 오작교를 놓더니 동성서취, 절대썅교같은
상당 명성만 높을 뿐 먹을것 없는 매니아들에겐 계륵같은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중심기압이 떨어져 동사서독에 이르러
열대성 저기압으로 소멸하고 만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어디까지나 무협팬으로서의 의견일 뿐이다.
무협에 심취해 있던 당시. 불새출의 왕가위가 무협을 찍는다기에
현란한 핸드핼드 액션이나 몽환적인 강호 고수들의 세계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당 베스트 극장틱한 분위기와 연기에 놀라며
왕가위에게 배반당했다고 절규하기도 했었다.
어렸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절절하고 미학의 극치이며
인간 만사 취생몽사 같은 중독성 장면들이 즐비한 역작임이 분명한
정말 무협으로써 다시 나오기 힘든 걸작 중 걸작이라 할만하다.
강호 영웅이라고 죽을때까지 술퍼마시며 칼만 휘두를 것인가?
그들도 사랑에 아프고 삶에 지치고 인생에 외롭고 허욕에 괴롭다.
물론 실망하면서도 정말 여러번(여러번이라 할만하다)봤던 것은
당시에도 뭔가 뭉개구름 피어오르는 듯한 포스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는 무협이 아닌 것에 대한 허망함에 눈물지었으나
지금 본다면 피어오르는 무력함과 자신의 나약함을 느끼며 눈물흘릴 영화.
무척이나 다시 보고 싶으나
두려워 보기를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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