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다. 사실 이 한마디면 영화 리뷰로서 할 말을 다한 셈인지도 모른다. 나는 홍상수 감독의 새 작품이 나오면 꼭 찾아보는 팬이기 때문에 영화에 좋고 나쁜 평에 신경쓰지 않고 내 나름대로 영화를 즐긴다. 그런 점에서 "극장전"도 잘 즐겼다.
역시 나름대로 난해했고 여관이 많이 나왔고 주인공들이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그리고 역시나 주인공들은 알 수도 없는 말을 해대고 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섹스코미디물이라고 하더니 베드신은 두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뭐 유감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작은 단편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홍상수 감독은 영화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영화처럼 살기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지겨운 현실과 너저분함을 비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지겨운 현실을 빈번하게 등장하는 남산타워의 모습에서 느꼈다.
김상경의 연기는 "생활의 발견"에서 보다 더 진보했다. 어느덧 홍상수 감독과 두번째 호흡을 맞춰서 그런지 김상경이 연기한 캐릭터는 정말 짜증날 정도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짜증을 유발시키기 정말 힘든데, 참 연기 잘했다. 엄지원도 잘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앞으로는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그 두가지를 절대 섞어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영화에 취해 현실을 영화처럼 본다면 그보다 더 바보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글픈 말이지만 어쩌면 나는 그래왔는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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