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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전(前), 친절한 여배우에게 말을 걸다 극장전
nugu7942 2005-06-06 오전 9:31:53 1638   [2]
극장전(前), 친절한 여배우에게 말을 걸다
- 홍상수식 이야기 속에 비친 사람들의 풍경

 
잠자리를 함께 한 후 '조금 있다가 가면 안되요'라며 여관방을 나서려는 영실(엄지원 분)을 붙잡는 동수(김상경 분). 영화 속에 비친 동수의 캐릭터는 오랜 무명감독 시절 때문인지 자신이 없고 남자로서는 쫌 스럽고 친구들로부터 외면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유독 극장 앞에서 만나 여배우만은 그에게 친절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자.
 
'가야 한다'는 영실의 말에 '뭐 좀 놓고가요'라고 말하는 동수의 대사에 관객들은 폭소를 금치 못한다. 여기가 무슨 전당포도 아닌데, 물건을 담보 잡히고 꼭 돌아오라는 이 남자는 순수한 것인가 능글맞은 것인가. 여기에 동수에게 충고하는 여배우 말이 허를 찌른다 '동수씬 영화를 잘 못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선배의 병원 앞을 지키고 다시 추근거리는 동수에게 '그럼, 이제 그만..뚝!'이라며 다시 한번 일침을 가하고 떠난다.
 


 

홍상수 감독의 전작 영화 속에서 등장한 여자들도 이와 비슷했다. 소통을 할 상대를 찾고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떠나버리는 여자들에 비해 영화 속 남자들의 집착은 강하다. 동수 역시 계속 연결끈을 갖고싶어 하지만 이형수 감독의 안녕을 확인한 영실에게는 이 괴팍하게 생긴 동수란 남자와 소통꺼리는 없다.  

또한 영화 초반부 남산타워 주변과 낙원동, 종로 2가 극장가 주변 등은 이전 영화들을 통해 낯설지 않은 서울 풍경이다. 영화 후반부에도 이들 공간은 조금씩 다르게 등장해 홈 감독이 마치 스크린을 구상화를 위한 캔버스로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홍 감독은 같은 정물도 추상화와 구상화의 요소를 섞는 화가로 잘 알려진 세잔느를 좋아하는가 보다.


영화 <극장전>(영화제작 전원사, 감독 홍상수)은 병중에 있는 선배 이형수 감독의 영화 회고전을 보고 나온 동수가 여배우 영실을 만나며 겪는 하루 동안 이야기이다. 극장 문을 열고 나오는 동수 뒤로 비치는 영화 포스터 카피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이형수 감독의 풍경화전'을 통해 영화 전반부가 선배 감독의  영화 속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반부 이야기 속 주인공 상원(이기우 분)이 오래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함께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지만 두번째 시도에도 섹스가 되지 않자 상원은 약국에서 사 온 수면제를 한 알씩 똑 같이 세어 영실과 나누고 동반 자살을 기도한다. 영실에게 '우리 그거하지 말고 깨끗하게 죽자'고 했을 때 영실은 같이 죽자고 답하자 상원은 '이 여자는 정말 나랑 죽는 여자구나'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참 후에 화장실에 가서 약을 토해내고 상원 집에 연락을 하고선 여관방을 나서는 영실. 이 장면에 이어 상원 역시 자살 미수로 깨어나는 등 전반부 이야기가 한 차례 해프닝으로 끝나 관객의 의표를 찌르고 웃음을 준다. 영화 <클래식>에서 출연했던 이기우는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그가 내뱉는 대사의 뉘앙스로 인해 영화 내내 귀엽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자살 미수에 그친 상태에서 새 삶을 얻었다며 밝은 표정으로 집에 돌아온 상원에게 엄마가 "나가 죽으라'고 하자 그는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옥상난간에 기댄 채 뒤돌아 서서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라는 내래이션을 한다. 마찬가지로 1부 이야기 속에 상원은 내내 죽고 싶다고 말하지만 2부 이야기 끝에서 병상에 누운 이형수는 '죽기 싫다'며 동수에게 매달린다.

이러한 요소들이 홍 감독의 이번 영화가 전작보다 밝고 경쾌해진 또 하나의 이유이다. 아울러, 이번 홍상수의 영화에서 최대의 반전이라 할 대목이 죽음과 연관되어 있으니 이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밖에 나와 골목길에서 신발을 꺾어 신는 모습은 '이제까지 이야기는 판타지였다'고 영실이 관객들에게 얘기하는 것 같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씨의 심금을 울렸다던 동수가 여관을 나와 거리를 걸을 때 남모르는 여자가 신발끈을 고쳐 매는 마지막 장면 역시 아직도 영화와 현실을 구별 못하며 헤매고 있는 동수나 관객들에게 '이제 그만 뚝!'이라며 얘기했던 영실의 말처럼 판타지를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라는 설정이 아닐까.
 
아닌 척하고 사는 우리들에게 영화 속 동수는 보다 감정에 솔직해지라고 전하지만, 결국 그 또한 우리가 꾸는 수 많은 꿈 가운데 하나였다고 영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그만 뚝!'
 
화가 세잔느처럼 공간이나 소재, 그리고 비슷한 소도구를 비치하더라도 조금씩 비트는 연출방식으로 인해 상원의 이야기와 동수의 이야기는 같은 듯 하면서 다르다. 이토록 동일한 설정을 반복시키고 서로 대구시키는 홍상수식 이야기와 함께 등장인물 간에 어울릴 수 없는 대사의 뉘앙스를 통해 현실에 대한 풍자를 시도해 영화의 참 맛을 느끼게 한다.
 
매우 진지한 순간에 터지는 대사와 내래이션들이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내며 어느새 관객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있게 된다. 홍 감독의 '여섯번째' 영화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전작 영화들과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영화 후반부 동수의 이야기는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경주행 기차에서 만난 유부녀 선영에게 추근거리는 경수가 떠오른다.
 
이 밖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강원도의 힘><오! 수정> 등에 보았던 홍상수식 아우라들을 이 영화 <극장전>에서 가장 잘 조합한 홍 감독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영화 세계를 보다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현실성(리얼리티)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와 같은 일상을 연출하는 그의 영화에서 판타지를 느낀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현실과 판타지를 수 없이 오고 갈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 극장 앞에서 만난 여배우에게 '제 심장이 고장난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접근해 하룻밤을 보내면서 동수는 이야기 초반부에 사회에 부적응하고 냉소적인 성격으로부터 동창회 모임이나 병문안 등에서 변화를 보이며 사회화 된 인물로 바뀐다. 그는 또한 죽음을 앞에 둔 선배 영화감독이 즐겨 피던 말보로 레드의 쓴 담배맛을 뒤로 하고 담배를 끊어야 겠다는 결심을 보이거나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다'고 되뇌이며 종로 거리를 거닌다.
 
홍 감독은 극장을 나오면서 되뇌이는 동수의 내래이션을 통해 앞으로 선보이게 될 그의 영화에 폭 넓은 관객들과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더 많은 생각들을 넣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극장전>을 보고 난 후 극장 앞에서 친절한 여배우에게 말을 걸고 싶은건 아직 미혼이라 그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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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전(2005)
제작사 : (주)영화제작전원사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cinema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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