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강두처럼 혹은 미군 하사관처럼 나서는 이들도 없었다. 물론 괴물의 등장에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해서 그런 것이라고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현서가 괴물에 잡혀갔을 때, 현서를 필사적으로 구해야겠다며 물 속에라도 뛰어들어간 사람은 강두 가족 뿐이다.
사람들은 현서가 괴물에 잡혀간 것만 보고 어쩔 줄 몰라 한다. 때로는 그냥 방관 자세로 일관한다. 아니면 현서가 살아있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믿지 않는 경찰관이나 정신병자처럼 취급하는 의사 혹은 뇌물받기를 좋아하는 공무원의 모습은 요즘의 현실을 비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강두 가족은 직접 현서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아무도 믿어주지도, 들어주지도 않은 채 오로지 현서를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사투와 처절한 몸부림.....
바이러스가 없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된 강두의 머리속엔 오로지 현서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탈출을 시도, 성공하지만 그가 보았던 것은 가족을 잃은 슬픔 대신에 흥청망청 즐기는 미군의 행동에 가장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미군이 해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것은 다 해주면서 한국의 시민들이 고통당하고, 힘들어 할 때 외면하거나 방관하는 한국 정부...
아님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 혹은 방관하는 우리들....
아마도 괴물을 본 많은 관객들은 충분히 공감하고 느꼈을 것 같다.
괴물이라는 영화는 보는 사람의 시각이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거나 깨닫게 된 감독의 세계관과 그 당시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회적 배경들이 영화 속에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결과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괴물'은 가족영화이면서도 반미적 색채가 어느 정도는 가미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공동체에서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강두네 가족들의 이야기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스스로가 질문하고 대답해야 할 차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