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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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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1 오후 3:15: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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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난 느낌. 배불러서 더 이상 볼게 없을것 같다! 킬러들의 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등 개봉예정작들을 보고 한국영화의 발전된 모습을 본 내게,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또다른 걸출한 영화 한편은 배부른 사람에게 차려준 진수성찬임에 틀림없다.
여자 나이 20세. 한창 남자, 일등에 관심이 많고 멋있고 성공적인 삶을 꿈꾸는 나이이다. 대학생이라면 미팅, 소개팅, 엠티, 그런것들이 재미있을 나이고, 바로 취업한 여성에게는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으로 힘겨울 나이이다. 이 영화는, 여상을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내민 다섯명의 친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중 쌍둥이 자매는 조연으로서의 역할만 있을 뿐이긴 하지만.
<고양이를 부탁해>는 또다른 20세 여자들의 영화였던 <청춘>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요소가 있다. 청춘에서 20세의 남여가 고민하는 모든것이 마치 <섹스>인것처럼 이야기하고, 모든 관심은 그쪽에만 있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실제 스무살 남녀가 그렇게 살아가지는 않는다. 섹스에도 관심많지만, 앞에서도 이야기 한것처럼 일에 대한 욕심, 성인으로서의 제약이 줄어든 새로운 삶에 대한 적응, 사회 생활의 힘듦등. 고양이를 부탁해는 철저하게 섹스이야기를 피하고 가장 현실적인 사회에 첫발을 디딘 세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무살 그 힘겹고도 아름다운 일상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빽으로 증권회사에 취직한 예쁜 공주병 혜주(이요원), 착하기만 한 백조 태희(배두나), 가난한 가정형편에 텍스타일 디자이너를 꿈꾸면 유학을 바라는 지영. 그러나 혜주는 고졸이라는 학력의 벽, 태희는 착하기만 한 성격이, 지영에게는 지붕이 무너져 내릴듯한 다 쓰러져가는 집과 연로하신 조부모라는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의 벽을 영화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더하거나 빼는것도 없이. 달동네를 찾아가는 태희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달동네의 빈곤함. 손녀 친구가 왔다고 없는 형편에도 만두를 억지로 권하는 할머니의 마음씀, 이가 없어 총각김치를 베어먹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칼로 잘라 먹으면 되잖아"하고 신경질을 부리는 태희. 자신은 부정하지만, 고졸로서 증권사에서 하는 일이란 그저 잡심부름뿐인 혜주. 집에서 하는 맥반석 찜질방에서 일하지만 돈은 한푼도 받지 못하는 태희. 자신들이 만든 장신구를 파는 비류와 온조 쌍둥이 자매. 그런 그들이 모여, 생일 파티도 하고, 친구네 집에서 모여서 떡볶기도 해먹으면서 밤을 새워 수다를 떠는 장면, 우리나라 여고생들이면 누구나 한번 이상 해봤을 그런 일들 아닌가?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졸업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점차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점점 산다는 것이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스무살의 아가씨들에게 말하고 있다. 그럼 그들은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온 벽을 어떻게 넘어설지, 아니면 그 벽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좌절하고 말것인지. 그 대답이 "고양이를 부탁해"이다. 영화에서 혜주는 말한다. "이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네"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고양이를 누군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부탁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스무살의 이 꿈많은 사람들은 고양이를 맡기고는 자신들의 꿈을 찾아 떠난다. 그곳이 어디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졸업후 어른이기를 강요받는 그네들이 아직 꿈을 찾아 떠날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스물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네들은 그저 "젊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은"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내내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스무살 젊은이들의 삶이 그렇게 건조하기만 한것은 아닐것이다. 영화속에서도 너무 심각해지려고 할때마다 나오는 웃음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적당히 재미가 포함된 진지한 영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치 않고 균형된 감각을 유지하는 감독의 능력또한 인정받을 만한것 같다.
단점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극적 장면이 없이 평이하게 진행되는 영화는 지루하지는 않지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또 스무살의 고양이 같은 여자들의 캐릭터를 너무 지나치게 고정화한것은 아닌지. 그런 단점들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영화가 이루어낸 힘에 비하면 무시할 정도의 수준으로 보인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스무살 여자들의 우정이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 그리고 그들의 질투와 좌절이 어떤 것인지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섹스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모든것처럼 이야기하던 성장 영화는 이 영화를 보고나면,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만큼, 신인들의 연기와 사실적인 감독의 연출, 그리고 철저하게 사실적인 시나리오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이 가을, 넘쳐나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를 성대한 잔치상에 또하나의 성대한 메뉴로 자리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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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아! 스스로 꿈을 포기하지 말아. 현실이 너무 무거워도, 이제 곁에 남은 가족 하나없는 천애 고아라고 하지만, 더 소중한 태희도 있고, 혜주도 있고, 비류와 온조도 늘 곁에 있잖아. 언제나 "잘 그렸어. 그래도 그리긴 지루할거야"라고 말하는 태희가 결국은 지영이와 함께 하러 왔잖아? 추운 겨울에 땅파고 친구들과 들어가 신문지로 덮고 싸우던 태희와도 화해해. 태희도 힘드니까 그런 거겠지...지영이가 더 잘 알잖아. 돌아보면 다 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이잖아.
지금은 어디야? 텍스타일 공부하고 있을것 같은데? 아무리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힘들긴 하지? 그래도 옆에 태희가 있으니까. 아직도 집에서 해서 이상하게 염색된 노랑머리하고 있나? 남자친구는 생겼는지.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는지.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는 생각하는지.
아직 스무살. 네가 키우던 티티도 이젠 어른 고양이가 되어있겠지. 그렇게 티티가 커버린 것처럼 너도 어른이 되어있겠지. 나이로만 성인이 아닌, 네 마음부터 몸까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힘들어도 눈물 많이 보이지 말고...네가 원하던 그런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되도록 해....꼭!
태희야... 아직도 외판원만 만나면 물건을 사고 싶니? 네가 시를 대신 쳐주던 뇌성마비 시인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니? 그렇게 갑자기 떠나와서 지금은 연락을 못하겠구나. 너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니? 아직도 그 말도 안되는 선원을 꿈꾸니? 아님 정치가? 아니면, 뭔가 새로운 할일을 찾았니? 네가 늘 지영이 옆에 있어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지영이가 힘들때 언제나 곁에 있어주었던 네가, 지영이의 꿈을 위해 어디론가로 떠나게 해준것, 흔히 말하는 속물인 가족을 버리고 네 꿈을 찾아, 친구를 도와 지금 네가 있는 곳으로 떠난 너를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난 언제나 네가, 목표도 없고, 허황된 꿈만 꾸는 낙천적인 몽상가라고만 생각을 해왔었어. 그러나, 정작 꿈을 위해 자신의 결심을 실천한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네 친구들 네명중 이제 네가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지영이 뿐이겠지. 그러나 너희들의 우정이 언제까지난 영원할것이라는 것을 알겠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네가 알아서 그 우정을 지켜나갈 거라고 믿어.
네가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했는지 정말 궁금하네. 그 일이 어떤일이건, 네 결심이면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어. 마음이 너무 착해 지영이에게 가끔씩 구박도 받을지 모르지만, 늘 밝고 힘찬 너의 모습을 간직하길 빌어줄께.
P.S :태희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담배는 끊는게 좋지 않을까?^^
혜주! 아직도 대학보다는 일하면서 배우는게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 너보다 아래로 들어오는 대졸 신입사원들이 너보다 높은 직위에 있는것을 보고, 그네들이 시키는 잔심부름하면서 아직도 캐리어 우먼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니? 아! 난 너보고 대학을 가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야. 네가 굳게 믿고 있던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약해져 가는 것으로 보여서 말이야.
아직도 철없던 네 모습이 떠오르는건 어쩔수 없는 건가? 직장 다닌다고 친구들에게 뻐기던 모습과, 친구들과의 만남보다도 멋있게 생긴 남자와의 데이트를 먼저 생각하던 네 모습. 친구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상처주던 네 철없던 모습을 보며, 넌 아직도 멀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너도 부모님의 문제등 힘들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건 네 문제고, 남들에 대한 배려는 문제가 있었지. 그러나, 네가 점차 현실을 보게되고, 그 현실을 벽을 깨달아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건 사실이야. 대학 졸업장 없이는 네가 꿈꾸는 그런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 여직원이라고 커피 심부름 시키는것,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시키는 직장 상사...네 앞에 있는 현실이 바로 그런것이란다.
혜주야, 이제 너도 남들을 배려하고, 네가 꿈꾸는 성공을 위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꼭 대학을 가라는 것이 아니라, 네 나름의 공부가 필요할 것 같구나. 그리고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더 배워야 할것 같고. 이젠, 네 스스로 많이 깨달아 가고 있긴 하지만.
꿈을 찾아 떠난 지영이와 태희를 봐. 그 아이들하고 연락은 되고 있니? 비류와 온조와도 연락하니? 난 널 비난하는게 아니다. 네가 바라는 것을 꼭 이루길 바래서 하는 말이야. 잘 지내라
비류와 온조! 난 아직도 누가 비류고 누가 온조인지 구분이 잘 안가네. 티티는 잘 키우고 있지? 그 녀석 이제 어른 고양이가 되어버려서 아기 고양이 시절처럼 귀엽지만은 않을것 같네. 태희가 고양이를 너희에게 맡긴걸보면, 너희들이 제일 믿을만한 친구였나 봐. 너희들은 영화 포스터에서도 이름이 빠진 조연처럼 나왔지만, 실은 너희는 태희와 지영이가 꿈을 키우고, 꿈을 이루면 돌아올 곳이지. 티티를 다시 데려가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보면 너희는 참 행복한 사람들이야. 늘 마음맞는 똑같이 생긴 또다른 사람이 옆에 있고, 너희들에게 돌아올 친구도 있고 말이야.
게다가 너희들은 너희가 직접만든 장신구를 팔기도 하고. 태희와 지영이가 돌아올때까지 고양이 잘 키우고! 그리고, 힘들어하는 혜주랑 자주 만나서 놀아주기도 하고. 너희들은 늘 즐거운 자매니까 지금처럼 행복하게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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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2001, Take Care of My Cat)
제작사 : 마술피리 / 배급사 : (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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