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만은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은 <히트>에서부터다. 영화의 스토리나 소재, 줄거리와 상관없이 그의 액션 장면 하나만으로 팬이 되 버렸다. 영화털이를 끝내고 나오다 경찰과 맞부닥치는 장면에서 보여준 시가전은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했다. 화려하게 꾸미거나 영웅적인 묘사가 빠지면서도, 흥분과 긴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그의 액션에 침이 마를 정도다.
이번 <마이애미 바이스>는 마약밀매 조직에 위장진입해 일망타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밀매조직에 대한 상세한 묘사나 목숨 건 형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뇌, 또는 정의감보다 강렬한 복수심을 그려놓고 있지만 솔직히 조금 지루한 편이다. 종반까지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인 액션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인공적인 조명이 거의 없는 밤거리의 거친 촬영 장면과 끝없이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형사 둘이 타고 다니는 스포츠카는 화려하기 보다는 왠지 쓸쓸해보인다. 욕망의 표상으로서의 자동차가 아니라 범인을 쫓기 위한 차이다보니 도시 속에 비쳐진 차마저 화려함을 잃어버린다. 다소 우울한듯 보여지는 영화는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신에 영화 전체의 성격이 결정되어 버린다. 그만큼 액션 신이 강렬하기도 하다.
<히트>보다 더 진화된 액션신은 그야말로 탄복을 금할 수 없다. 마치 총격장면을 다큐멘터리화 한듯한 현실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친 총소리와 둔탁하게 총알이 박히는 장면, 사람이 쓰러지는 것까지 카메라는 바로 옆에서 장식 하나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인질을 둔 상태에서의 단 한방의 가격이나, 노출된 몸을 피하는 것까지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그의 솜씨는 여전하다. 총알은 스크린을 튀어나와 나에게 다가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것은 마이클 만의 역량 덕분이다. 영화 대부분 조금 쓸쓸하면서도 지루한듯 보여지던 것들이 총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감독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며, 그래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든다. 그의 액션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