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다수]
작년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 개봉했다. 필자가 우주전쟁 얘기를 꺼낸 건 이 영화와 스토리가 비슷해서 꺼낸것이 아니다. 바로 보편성을 유지하면서 전형성에서 탈피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우주전쟁에선 기존의 외계인 침략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가 전개된다.(물론 결말도) 이번 괴물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도 이것이다. 바로 전형성을 탈피한 것. (괴물이 만약 헐리웃 영화처럼 만들어졌다면 누가 이 영화에 호평을 했겠는가?) 이 영화는 그래서 훌륭하다.
우려했던 괴물 디자인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였다. 헐리웃 괴수영화(킹콩, 고질라등등)를 보면 대부분 공룡처럼 생겼다는 걸 아실 수 있을거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애초에 물고기에서 그 기원이 왔듯이(괴물이 토해내는 물고기가 괴물의 근원이였다는 사실) 이 영화의 괴물은 정말 현실적이다. 양서류같기도 하지만 포유류 같기도 한. 또, 물고기 같기도 한 이 괴물은 봉준호 감독이 밝혔듯이 정말 한국적이다. 또 마지막 불타는 장면의 CG효과를 제외한 나머지 장면의 CG는 가히 환상이였다. 괴물이 처음 등장한 장면에서의 CG는 정말 감탄사가 아닌 눈물이(!!)날 정도였으니, 어느정도였는지 실감이 될 것이다.(첫 괴물출현신의 CG와 촬영, 편집은 정말이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액션장면이라 할 만 하다)
음향효과도 상당했다. 물론 몇몇 분이 사운드 믹싱이 잘 안된거 같다고 하시지만 DVD프라임이라는 DVD전문사이트에 괴물의 사운드믹싱을 담당하신 스텝이 올려놓은 글을 보면 그 이해가 잘 될것이다. 여기서 스텝분이 영화가 로케이션 촬영이 많다보니 현장감을 주기위해 믹싱의 강도를 줄였다고 밝혔는데, 이런 점을 인용한다면 사운드 믹싱에 대한 오해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괴물이 움직일때 소리와 울음소리, 꼬리와 혀를 움직이는 소리는 정말이지 소름끼칠정도로 압권이였다.
음악도 너무 좋았다. 뭐라 표현해야 될 지 모를정도의 임펙트있는 음악은 가히 대단했다.(이번 영화에서 이병우씨의 음악은 나노 리타의 음악을 연상하게 한다) 괴물이 나타나는 신에서의 타악기 소리와 괴물의 주제곡과 현서테마등. 너무나도 감미롭고 주옥같은 영화음악은 신선한 월척과도 같았던 영화에 그 월척안에 있는 새끼까지 준 느낌이다.
물론 괴물이 처음 출몰하는 신도 너무 인상깊었지만, 필자가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은 바로 체포된 송강호가 병원에 갇히는 신이였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시계 태엽 오렌지의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데, 흰색의 차가운 이미지를 계속해서 부여하면서 그로테스크하고 기묘한 화면을 만들어낸 이 장면이야 말로 괴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 영화가 반미 영화라고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미가 아니라 반사회 영화다. 미군 병사와 같이 싸운 강두에겐 이런 억울하고 처절한 조사를 받게 하고, 미군 병사는 영웅으로 추대받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미국에 대한 분노감을 느끼고, 바이러스가 없다는 거에 대해서도 분노를 느낄 것이다. 또 한강을 통제하고 위험하다고 해놓고는 자기네들은 고기파티나 즐기고 있고, 강두 가족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장면에서도 카메라로 동영상이나 찍고 있는 한심한 미국인들에 대한 비판은 노골적이다. 그러나 언론의 과장 보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찰과 군인. 그리고 이런 엄청난 상황에서도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을 통해 소시민적 감성을 지닌 봉준호감독의 정치적 우화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괴물이란 단순한 크리쳐로서의 괴물이 아니라 이 썩어문드러진 사회에 대한 괴물로 평가 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한데, 특히 단연 돋보인건 송강호와 고아성의 연기였다. 송강호씨의 연기야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이런 많은 시각효과를 필요로하는 영화에서의 연기마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것은 정말 연기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잘 알려준다. 그리고 신인 고아성의 연기는 그야말로 소름끼쳤는데, 클로즈업된 고아성의 표정연기는 정말이지 사람의 감성을 움직였다.
이 영화는 관객을 정말 잘 이용한 영화다. 죠스에서도 노란통만으로 상어가 나타났다는 걸 보여주고 실제로 상어가 나온 시간은 얼마 안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아마 괴물이 나온시간은 1시간도 안 되지만, 관객은 괴물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첫장면에서 보여준 괴물출현신과 마지막때 괴물과의 사투장면이 너무 큰 임펙트로 작용해서 관객 뇌리에 괴물의 모습이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이용한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이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할 만 하다.
또, 이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이 봉준호식 이야기와 코미디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살인의 추억식 연출에서 대중성과 스케일이 더 커졌다"라고 말했는데, 그렇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야기를 가지고 스토리를 작성하고, 그 스토리가 점점 커지는 봉준호식 연출력이 이 거대한 자본의 영화에도 충분히 통한것이다. 거대한 자본을 들인 한국영화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가 너무 진지하고 관객에게 쉴 틈을 안준다는 것이였는데, 이 영화는 그런 오류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훌륭한 스토리라인안에 숨쉬는 풍자식 코미디와 슬렙스틱식 코미디(김뢰하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장면과 같이)은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준다. 대규모 자본을 들인 영화중 그나마 스토리가 괜찮다던 태극기 휘날리며와 청연을 생각해 보아라. 분명 훌륭한 스토리라인을 가졌지만 관객을 쉬게 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장르의 특성상 스릴을 유지할 수 밖에 없지만 긴장감을 완화한 후 다시 관객에게 스릴을 불어넣기 위해 코미디를 넣어주는 식의 연출은 정말이지 "완급조절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최고였다. 거기서 현서를 살려냈다면 전형적인 액션영화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서가 아닌 다른 아이를 살려냈다는것. 그리고 마지막 장면 식사를 하는 것은 강한 소시민을 나타내는 장면으로 생각된다. 딸을 잃은 지 몇년이 흐른지 모르지만, 총을 드는 것으로 보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딸을 잃고 다른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미 힘든것에 익숙해져있는"소시민의 생각을 잘 나타냈다고 보여진다.
아직 할 얘기가 더 많지만 스크롤의 압박이 심히 염려되어 이만 적을까 한다. 필자는 오늘로 이 영화를 2번째 보는데 아마 한 7번 쯤 더 볼 거 같다. 올 해 나온 왠만한 헐리웃 블럭버스터를 가볍게 비웃는 이 환상적인 SF액션영화에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을 뿐이다. 정말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온것도 자랑스럽고, 영화감독을 꿈꾸는 필자에게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이 영화. 아마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괴물을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걸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
P.S - 이 영화 이번 주말에 300만 돌파예정이란다. 내가 예상한 1500만 관객까진 이제 1200만명만(!!)남았다.
20자평 - 헐리웃에서 1억불을 주고도 못 만들 영화를 우린 만들어냈다
유의사항 - 이 영화가 헐리웃식 롤러코스터 액션이라 생각하셨다면......
비슷한 영화 - 에일리언2
이 장면만은 - 괴물의 첫 습격신. 괴물을 찾아 나서는 장면에서의 음악과 영상들. 마지막 엔딩
- 이런 걸작을 만들게 한 장미아파트 시공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