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이니만큼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영화매니아를 흥분시켰던 영화인터라 개봉초기에 관람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개봉전부터 예약을 서둘렀다. 지난 토요일 코엑스메가박스 늦은 12시 영화를 가까스로 예약하고 애들 엄마랑 기대에 들떠 극장으로 향했다.관람을 마치고 나오며 내가 와이프에게 이렇게 말했다. '괴물이 한게 뭐지'
와이프 답은 '그러게. 하수구 왔다 갔다 하고 2단 철봉 묘기 보여주고 뼈 내뱉고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었다.
20자 영화평에 누군가 썼듯이 나도 시종 답답했다.
왜 그랬을까? 양궁선수라며 활을 쏘는 주인공은 결국 관객의 기대와는 다르게 실패의 연속이었고 4년제를 나온 주인공은 통신회사에 사고가 터진지 몇 날이 지나서야 알아보고 딸 아이를 자신의 죽음보다 더 사랑하는 주인공은 잠만 잔다.
완전히 기대를 깨는 스토리 전개다.
예고편을 접했을 때 양궁선수가 몇 개 적중시켜 괴물을 궁지로 몰 것 같았고 딸 아이 아빠는 덩치가 말해주듯 특수부대 요원으로 바뀌는 이미지가 영화를 보기 전까지 머리에 남아 있었다.
왜 그랬을까?
답은 헐리우드 영화였다. 헐리우드 영화는 그런식으로 항상 바뀐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특수부대 요원이 되는 그런 설정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딸을 잃은 4인의 가족은 너무 평범한 사람들이다. 감독은 끝까지 그들을 평범한 사람들로 남긴다.
딸을 잃고도 바이러스가 없는 것을 알고도 끝까지 탈출하지 않고 뇌조직검사까지 받는 주인공은 끝까지 보통 사람이다. 그래서 답답했나 보다.
감독은 스토리의 비약보다는 끝까지 실제상황임을 강조한 듯 하다.
다만 아쉬움은 남는다.
컴퓨터 그래픽의 아쉬움. 초반 고수부지 CG는 괴물의 괴력을 보여주기엔 너무 약한 듯 하다. 드문드문 나오는 2단 철봉 곡예도 괴물의 스피드도 헐리우드와 비교된다.
우리나라 경찰과 연구진에 대한 비하. 스토리 전개상 바보로 만들어야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무식하게 나온다. 초반에 사람들 모아 놓고 주인공에게 단식하라고 시키는 의사도. 딸이 살아 있다고 울부짖는 아버지를 대하던 경찰도. 영화 끝까지 경찰과 연구진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감독은 답답한 한국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을까.
반미감정. 영화를 보다보면 군데군데 반미감정을 일으키는 요소가 사뭇 있는 듯 하다. 진실을 알면서도 왜곡하여 은폐된 거짓을 이용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미국을 은근히 꼬집고 있다. 근데 왜 출연한 배우는 짝눈일까.
사실적이면서도 물리를 고려하지 않은 씬. 주인공이 쇠파이프로 달려오는 괴물 입에 맨손으로 받쳐 괴물을 죽인다. 이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괴물의 사이즈와 달려오는 스피드와 괴물의 긴박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차라리 주위의 건물이나 땅을 이용했더라면 더 나았을 듯하다. 아버지의 강함을 말하고 싶었을까?
화염속의 괴물은 약간 황당하다. 괴물은 상당한 양의 휘발유를 입을 받아 먹는데, 결국 화염은 머리쪽은 거의 없고 몸에만 휘감긴다. 원래 그런가? 아니면 다음 쇠파이프 씬을 위하여 남겨 둔건지도.
가끔 등장하는 별로 감흥이 없는 Fade out 처리. 관개을 놀래키고 예상을 뒤엎으려는 감독의 의지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CG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몇 군데는 상상력보다는 괴물의 괴력을 보여주어야 할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2세 관람가를 위해 그런건가?
우리나라 영화가 헐리우드 블럭버스트의 아성에 점점 다가가는 것은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우리만의 감성으로 다가가니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너무 좋은 일이다.
다만 영화가 끝난 후 나오면서 느껴지는 2% 부족은 항상 느껴진다.
가끔 나오는 우리나라 블록버스터이지만 조금만 더 마무리를 더한다면 헐리우드에서도 우리영화 없어서 못 볼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면 우리나라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와 많이 다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평을 하지만 '괴물 만세'를 외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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