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가한 하루...
한강에서 간이 매점을 하고 있는 강두...
강두의 아버지인 희봉은 게을러터진 아들을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내 자식이라는 생각에 그런 아들을 이해하려고 한다.
다리 아홉달린 구운 오징어를 들고 배달을 나가는데 검은 그림자가 한강의 물속에 비춰진다. 장난끼가 발동한 강두는 강물에 배달용으로 들고나온 맥주캔을 집어던지기 시작하고 놀러나온 시민들도 하나 둘 쓰레기를 투척하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붕어도 아닌 올챙이도 아닌 이상한 녀석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시민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상한 괴물체는 결국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강두가 사랑하는 딸 현서를 잡아가기에 이른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황... 그런데 강두의 핸드폰에서 들려온 현서의 목소리...
희봉과 강두, 그리고 희봉의 가족인 남주와 남일이 합세하여 현서를 찾기에 이르는데...
괴물... 과연 이 녀석은 어느 곳에서 온것이며 현서는 무사한 걸까?
"제가 고교시절에 우연히 잠실 교각을 올라가는 괴생물체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영화감독이 되면 꼭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메이킹 필름중에서...
봉준호 감독의 유별남은 그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이미 보여준 적이 있다.
노란 우비를 입고 미친듯이 아파트 옥상과 복도를 뛰어다니는 배두나를 예고편에서 보고는 참 재미있는 영화일꺼라고 생각했었다. 기회가 없어 이 영화를 놓치고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이야기를 담았던 연극 '날 보러 와요'를 그가 영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번에는 이 작품을 보기로 맘을 먹었다. 실화이지만, 어둡지만 그 속에서도 그는 그만의 블랙 코미디를 보여주었고 이 작품은 흥행과 작품성 모두 성공한 작품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웰메이드 작품이었다.
그러던 양반이 갑자기 한강에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만든다고 이야기하니 사람들은 기대반, 우려반 하였다. 스필버그 필(feel)로 '죠스' 같은 영화를 만드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궁금하던 올해 후반기 또하나의 화제작(하나는 '한반도)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평범한 가족들이 한강에 출연한 괴물을 무찌르는 영화...
영화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야전병원에서부터 시작한다.
독곡물 중 만만치 않은 독성을 가진 포름알데히드가 대량으로 한강으로 방류되는 장면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이 영화의 핵심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반미감정이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 영화를 반미감정이 섞인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얼마전 개봉된 '한반도'가 반일감정을 애국심으로 호소한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반미감정이 은근 슬쩍 섞인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군들이 포름알데히드가 무단 방류가 된 사례가 있으며 장갑차 사건을 비롯해 한국인들을 자극하는 사건들을 미군들이 많이 일으켰고 지금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와 달리 이 영화는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미감정은 이 영화의 숨겨진 의미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는 가족애였다.
영화는 무능력한 아버지 강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강두의 아버지 희봉은 그런 강두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한다.
매점에서 일은 안하고 졸고만 있고 오징어 다리를 하나 숨겨놓고 장사를 하기도 한다.
현서의 입장에서 아버지로써의 강두는 빵점짜리 아버지이다.
이렇게 바보처럼 보이는 아버지 강두 이지만 하지만 강두는 누구보다도 딸을 사랑하고 있다.
형편이 안되어서 희봉 몰래 거스름돈을 착복하여 모은 동전으로 딸의 휴대폰 장만을 준비하는 모습은 순박하면서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이 느껴진다.
송강호는 어찌보면 이런 역할에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또하나의 이들 가족들의 특징을 보자면 희봉의 가족들은 평범하지만 어딘가 비 정상적이다.
남주는 최고의 양궁선수지만 의외로 감각은 둔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남일은 좋은 대학교를 나왔지만 백수신세로 술로 쩔어 한심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소심한 딸과 백수 아들, 거기에 장남이라는 사람은 병든 닭처럼 틈만나면 졸고 있다.
이런 불안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 강두가 아닌 희봉이 되어버린 것이다.
희봉은 강두의 모자란 점을 보충하는 역할이지만 역시 노쇠한 몸때문에 그렇게 쉽게 움직일 수는 없다.
'살인의 추억'의 변희봉은 이번 작품 '괴물'과 마찬가지로 빨리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살인의 추억'에서 헛다리 수사로 인해 반장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바로 그 예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일찍 퇴장을 한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변희봉을 아름답게 퇴장시키려고 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이 불명애 퇴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헛다리만 짚지 않았더라면 후반에 등장한 송재호(신동철 반장 역) 만큼이나 놀라운 지도력을 관객에게 보여주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변희봉을 통하여 그 아쉬움을 '괴물'로 보여주었고 가장으로써 가족들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 영화는 괴수영화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사회성을 잘 이용하였다.
앞에 이야기한 반미주의나 핵가족 사회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가족애를 이용한 것 외에도 지금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시위문화(특히 화염병)를 영화속에 활용하였으며 열심히 떠들기만 할 뿐 생각이 없는 우리나라 언론(미디어)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현상금 걸린 남일을 잡기 위해 선배이건 뭐건 자존심을 버리는 행위도 서슴없이 하는 인간들의 탐욕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특히 이야기하는 부분은 역시 괴물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 부천영화제에 손님들이 찾아왔는데 바로 뉴질렌드의 유명한 CG, 특수효과 팀인 웨타 워크(Weta Workshop)가 되겠다. 우리에게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알려진 이들이지만 이들이 영화 '괴물'팀에 함류하여 괴물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괴물의 생김새를 이야기하였고 몇가지 그림들 중 바로 지금과 같은 괴물의 형태로 CG가 제작되게 되었던 것이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 웨타 워크 스텝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괴물의 목소리 배역도 있다.
그 비슷한 예로 영화 '킹콩'의 목소리를 기계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 출연하였던 엔디 서키스('반지의 제왕'의 골룸 역)라는 배우가 갑판 선원과 더불어 킹콩의 목소리로 등장하였던 것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 영화 '괴물'에서 목소리는 누가 맡은 것인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다른 배우들의 이름보다도 '괴물'의 목소리가 엔딩크레딧에 먼저 올라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우 오달수이다.
오광록과 더불어 영화계의 '감초 연기계의 오! 브라더스'로 떠오른 (두 사람은 실제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두 사람 중 오달수의 괴물 목소리는 예상외의 케스팅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괴물이 불타오르는 장면에서는 CG의 약간의 엉성함이 느껴지기도 하다.
괴물의 모습이 엉성한게 아니라 타오르는 불꽃이 엉성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웨타 워크라지만 이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작품이 '왕의 남자'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작품들의 기록을 깨뜨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요즘 화제이다. 7월 29일 현재 188 만 명이 봤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기록은 더 깨지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흥행 수입에 크나큰 공로로 떠오르고 있는 무료 관람권으로 영화를 본다던가 카드 할인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관객동원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정말 영화계의 괴물이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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