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2000원 짜리 nate 씨즐 VOD로 본 것이.
한번 돈 내면 24시간 동안 더 볼 수 있다고 해서 한 번 더 봤는데.
음.
두번째 집중해서 보니까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더 쉽게 따라갈 수 있었음.
눈빛과 분위기, 전체적인 걸 잘 살펴봐야 얘네들이 사랑에 빠지고 있구나, 아니면 괴로워 하고 있구나, 그런게 느껴지는 거 같소.
확실히 영상도 더 잘 들어오고.
슬로우 한 화면들이, 어쩔 때는 희화된 마당놀이 같고, 다른 때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거 같기도 하고.
영화의 감성적인면도 두번째 보니까 처음보단 더 잘 들어오더이다.
당연 이해도 더 잘되고.. (두 번 보니까.. 처음에 놓쳤던 그래서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간다구? 했던것들..^^;;)
그래서 주인공들과 같이 감정에 조금 취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처음 봤을 땐 좀 많이 생뚱맞고 자기들끼리 후딱후딱 사랑에 빠졌다 갈등했다 싸우다 죽어삐렸다 바쁘게 구는것이 지루했는데.
역시 주인공들과의 공감이란 중요하고.
집중력을 요하는 영화같군요.
어찌 보면, 춤이나 마당놀이, 발레같은 걸 본다고 생각하는게 더 좋을지도 몰라요.
대사등으로 편하게, 쉽게 얘기와 감정과 감성을 전해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좀 더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는.
내가 그런 문화생활?;; (발레같은 거..;;) 많이 본 적이 없으니까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그런, 움직임으로 얘기를 하는 매개체는 대사가 별로 없잖아요. 음악과 춤과 움직임과 화려한 세트등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데.
스크린 안의 영상을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처음 보고 나처럼 하품하거나 지겨웠던 분들도 좀 더 즐길 수 있기 않을런지..
주연배우들의 춤사위 뿐만 아니라 보이는 것의 대부분이 춤이다.. 이 안무와 무대와 의상과 모든것들이 하나의 얘기를 하고 있고 뭔가 표현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춤이나, 얘를 들어 마당놀이나, 아니면 영화시작부분에 탈쓰고 사람을 웃기는 사당패들 (하다못해 왕의남자에 나오는 사당패들을 보아도) 을 보면, 뭔가 과장되고 희화된 부분이 있는데, 그런것들을 형사에서도 본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처음에 마차에서 돈이 쏟아질 때 (이 시퀀스는 뭔가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다른 얘기고) 한 사람이 "돈이다!" 라고 외치자 그 외 모든 사람들이 합창하듯 한 목소리로 "돈이다!" 라고 화답(?) 하고 슬로우 모션으로 돈을 집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라던가. (실제로 누가 그렇게 목소리를 맞춰 합창을 한단 말이오ㅡㅡ;; 처음 봤을 때 진짜 이상하고 어색했소)
곧 이어 안포교가 돈자루를 들고 뛰다가 쫓아오는 (그러니까, 돈자루를) 사람들한테 깔려 죽을 거 같으니까 "나는 포교요!" 라는 말을 외치는데, 그것도 아주 천천히, 한 글자씩 발음할 때 마다 울리는 에코 효과 비슷하게. 그리고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깔리는.
또, 캐릭터들이 한 문장을 한 조각씩 돌아가면 얘기하는 것. 마치 서로의 생각을 아는 사람들...이라기 보단 희화적인거죠. 결국 여럿이 얘길 나눴지만 결론적으로 그런 얘기였다는 것을 단 한 문장으로,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조각조각 말하게 함으로 '쓸데없는' 대사 시간을 확 줄였고.
예를 들면 처음 귀면탈을 쓴 사내를 놓치고 좌포청에서 얘기를 할 때 테이블을 돌아가면 한마디씩 하는 거나.
나중에 일을 다 벌려 놓고 송병판 패거리들이 (이 때 화면은 모임이 있는 방 밖에서 문짝에 비친 아저씨들의 그림자를 보여주고) 한마디씩 상황정리를 다다다다 (무지 빨리.. 자세히 안 들으면 놓친다. 말들 무지 빨리한다..) 하다가 마지막으로 "이제 잔치 벌일일만 남지 않았습니까 병.판.나.리.!!!" 하면서 병.판.나.리.를 또 한입으로 합창하듯..
그러니까 이런 과장된 희극적인 요소들 (생각해 보니 훈두개가 아니네 진짜..ㅡㅡ;;) 이 들어간것도 아마 의도적으로..
이런 걸 볼 때,
주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분위기/연기로 얘기를 전하려는 다른 영화들하고 다르네요.
다르니까 실험주의 라고 했겠지.
어쨌든 이런 사실적이지 않은 희화되고 과장된 대사처리도 그렇고. 최경희 기자가 쓴 리뷰에서 말하는 육체에 대한 관음증 운운.. 그 이야기꾼의 실체(?) 이런것들을 이해하려 하다 보면.
결국 이명세 감독은 움직임과 영상의 언어와 춤으로 (대사가 아닌) 사랑을 얘기했고.
그러나 (그리고-??) 사랑을 얘기한 하나의 쇼를 보여주는 거다~ 라고 당당히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얘기하는 거 같아요.
영화 초반의 이야기꾼처럼, 나도 이야기꾼인데.
내 얘기를 한번 들어봐, 아니 한번 봐봐.
이건 이야기야. 이 영상의 춤판에서 하려는 '사랑' 얘긴데.
한 번 봐 보라구.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랑 얘기.
그것도 어떻게 보면 무지 통상적인, 서로 죽여야만 하는 적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얘기.
이 얘길 대사 보다는 움직이는 화면이란 춤으로 하려고 했나봐요.
확실히 여운이 있고.
여러번 볼 수 있는 영화인 건 맞는 거 같군요.
그리고 어제 제가 끄적거린 감상에서 오해한 부분이 있는데.
영화 마지막 부분 칼들고 둘이 춤춘 것.... 을 어제는 내가 얘기 중반의 달밤에 골목길 싸움씬의 기억편인가 착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복장이 다르잖아요..ㅡㅡ;; (바보;;)
그냥, 남순의 마음에서 일어난? 아님 죽었지만 이루지 못한 깊고도 슬픈 사랑에 아직 이승을 떠나지 못한 자객 슬픈눈의 영이 마지막 춤을 춘 것인지..
그러나 그것을 또다시 꿈인지 생신지 봤다고 떠벌이는 이야기꾼..
그가 과장쟁인 걸 뻔히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는 본것인데..
죽은 사람이랑 춤 추는 걸 봤다는 것인가?
그리고 다시 카메라가 옆으로 비껴가면서 짜잔 나타나는 장터의 까만 장발의 자객과 기생분장중인 남순, 그옆에 도포와 갓을 제대로 빼입은 안성기 포교님은 뭐란 말이오?
결국 인생은 돌고돈다는 환생을 말하는 불교적인 마무리?ㅡㅡ;;
이건 워낙 숙명적인 사랑이라 끝나지 않는다는 암시?
어쩌면 이들의 사랑이 진짜였는지, 아니면 진짜긴 진짠데 어떤 형식으로, 어떤 시공에서 계속되는지 마는지, 아리송한 암시를 남기고 관객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끝내보라는..
어쩌면 그닥 크게 생각없이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맞아 떨어질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집어넣은 감독의 의도적으로 사람 헷갈리게 하는 마무리인지도...ㅡㅡ;; (더 이상을 이해불가;)
여튼..
마지막 자막 올라가는 것 까지도.
예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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