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만 들어도 소름을 끼치는 영화들이 있다. 스타워즈, 매트릭스, 이티, 007시리즈,죠스등이 그렇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영화. 바로 슈퍼맨이다. 87년 슈퍼맨4편이 나온 거의 20년만에 부활한 새로운 슈퍼맨시리즈는 단지 '슈퍼맨'이 돌아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영화 괴물과 함께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고 있었다. 거기다 역대 최대의 제작비를 기록했던 타이타닉의 2억 2천만불의 제작비를 가뿐히 뛰어넘는 2억 6천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중무장한 이 영화에 브라이언 싱어감독까지 가세했으니. 필자의 기대감은 정말 하늘을 찌를 수 밖에 없었다.
슈퍼맨. 1938년에 미국에서 처음 연재된 후 그 이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모든 슈퍼히어로의 아버지. 아니, 조상격이라고 할 만한 슈퍼히어로이며 가장 처음으로 극영화로 제작된 슈퍼히어로라는 것 만으로도 미국인이 슈퍼맨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는 뻔한 사실이다. 더군나나 슈퍼맨이 만화로 만들어졌을땐 미국 대공황시기였고, 영화가 제작된 79년도엔 베트남전이다 뭐다 해서 정치적으로 혼란기였던 미국사회에서 슈퍼맨의 인기란 가히 폭발적이였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1편이 끝난 후 고향 크립톤으로 가서 지구에 온 슈퍼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사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뛰어난 스토리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객들이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는 이유는 자신이 만화에서 본 향수를 느끼고 싶거나, 악당과의 대결에서 얼마나 흥미진진한 액션이 나올까하는 기대에 영화관을 찾는것이다.
슈퍼맨은 첫번째 요건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그러나 액션은 돈 들인것에 비해 약한 것이 아니냐는 분이 많은데(필자도 그것이 너무 아쉬웠다) 애초에 슈퍼맨에서 액션신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슈퍼맨은 '적수가 없는'절대 초인이기 때문이다. 초인이 악당에게 당하고(당하긴 하지만...) 목숨의 위협을 받을 상황이 있겠는가? 그렇기때문에 얼마전 개봉한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 배트맨과 같은 스릴있는 액션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브라이언 싱어감독은 이 점을 잘 활용해 스릴있는 액션보단 완전 만화틱한 액션을 보여준다. 총알을 눈으로 막아낸다거나 입김을 불어 불을 막는다던가 투시를 하는 등의 능력이 그것이다.
슈퍼맨은 슈퍼히어로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미국인의 상징이다. 선하고 항상 바르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 미국인이 생각하는 미국인의 이미지를 슈퍼맨속에 녹여놓은 것이다. 그리고 슈퍼맨이 초인이자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영웅이라는 점도 세계의 초강대국(만화가 출판된 38년도에)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정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79년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있었고, 다시 슈퍼맨이 부활한 2006년에도 유럽연합과 중국에 경제력과 정치력이 밀리고 있는 미국의 상황에 다시 한 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이 슈퍼맨의 리메이크 시기는 상당히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엑스맨은 슈퍼히어로들이 동양이든 서양이든 상관없이 있고, 스파이더맨에서도 흑인 신문기자나 동양인 배우들이 몇명 나오고, 배트맨에서도 온갖 악하고 어둡고 괴상한 인물이 나오는 반면 슈퍼맨은 악하고 어두운 인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렉스 루더는 악하다기 보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또 이 영화를 잘 살펴보면 놀라운 점을 알 수 있다. 바로 흑인이나 동양인이 거의(어쩌면 단 한명도)나오지 않는 점이다. (물론 TV리포트들이 잠깐 나오긴했지만) 이는 미국의 인종차별. 즉 백인만이 영웅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내포한 것이 아닐까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신예 브래든 로스의 슈퍼맨 연기는 예상외로 좋았다. 물론 연기 자체는 훌륭한 것이 아니지만 79년도 슈퍼맨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브래든 로스의 연기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고인이 된 크리스트토퍼 리브와 거의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외모뿐만 아니라 그에게서 나오는 묘한 분위기 또한 슈퍼맨의 이미지와 잘 맞았다. 아쉽다고 할 만한 부문은 바로 케빈 스페이시의 역활인 렉스루더인데. 그가 지구를 정복하려는 의도가 너무 단순하고 또 진 헥크만과 같은 카리스마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보여준 케빈 스페이시의 카리스마를 기대했다면 다분히 실망할 것이다.
이 영화의 비행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비록 오리지널 슈퍼맨이 보여준 것 만큼의 큰 감동은 없었으나 신기술로 무장한 이 영화의 비행장면은 정말 영화로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 같다. 대사하나 없이 아름다운 음악과 분위기만으로 이렇게 멋진 장면을 만들 어 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마지막 장면. 마치 예수가 그의 제자들에게 예언을 하고 충고를 한 것 처럼 슈퍼맨이 그의 아들 루이스에게 설교(?)를 하고 떠난다. 과연 브라이언 싱어는 진정으로 넥스트 슈퍼맨을 만드려는 것일까? 물론 그렇다면 대환영이다. 다만 슈퍼맨팬에게 향수를 아주 지극히도 주었으니 다음 편엔 액션신을 풍부하게 넣어서 일반 팬까지 슈퍼맨에게 또다른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지. 아 브라이언 싱어가 떠난 엑스맨3가 슈퍼맨리턴즈보다 흥행이 더 잘 되면 브라이언 싱어감독이 얼마나 후회할까.
P.S - 이렇게 황홀하고 멋진 OST의 원안을 만든 존 윌리엄스에 경의를 표합니다
20자평 - 슈퍼맨을 진정으로 사랑한 브라이언 싱어감독의 슈퍼맨 '오마쥬'(리메이크가 아님!)
유의사항 - 제작비 많이 들인 영화가 영화표값 할 거 라고 생각해서 가시는 분들!
비슷한 영화 - 스파이더맨2
이 장면만은 - 소름이 끼치는 영화의 오프닝! 슈퍼맨이 루이스와 함께 뉴욕거리를 날아가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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