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동안 몸에 베인 습성과 행동들은 어지간 해서는 쉽게 바꾸기 힘들고 부단한 노력이 없으면 고치기 보다는 그냥 포기하고 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포기하고 잊으려 애쓸수록 자꾸만 깊이 빠져들고 미련과 아쉬움으로 상당 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것이 하나 있다.길가에 굴러 다니는 돌맹이 처럼 흔하고 흔한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사랑은 만남의 기간 따위나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을 초월해 앞서간다.긴 시간 함께 했다고 사랑의 깊이를 숫자로 표기할수있는 것도 아니며 증명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고 눈이 먼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은 사랑하는 본인들은 결코 느낄수 없다.그 이유는 이미 눈이 멀고 바보가 된 연인에겐 느낄수있는 두뇌도 시력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연리지를 보기전 영화에 대한 끌림 보다는 왠지 어울리지 않은 배우들의 캐스팅과 비호감을 주는 흔한 주제란 선입견을 버릴수 없었다. 얼마전 최지우는 한국 드라마가 아닌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일본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다케노우치 유타카와 한국인과 일본인의 힘겨운 사랑이야기 론도 (윤무곡 輪舞曲) 11부작에 출연 했었다.현지의 반응이 어떤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보기에 전혀 거북하지 않고 재미와 작품성 두마리의 토끼를 잡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연기에 대해 전혀 문외한 이지만 최지우나 조한선 두 배우의 연기는 그다지 신뢰할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리지에서 만큼은 어쩌면 지금까지 와는 달라진 두 배우의 변신을 느낄지 모른다. 조한선의 진지하고 섬세한 연기와 눈물 연기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지우~~ 왠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극적인 사랑을 이미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반전도 맛 볼수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심각하고 어둡게 스토리를 풀어 나갔더라면 신파극으로 끝날수 있었지만 잘 짜여진 조연들의 코믹한 장치와 대사들이 어우러져 마지막에 갈수록 사랑의 애뜻한 감정이 여운으로 잘 전달된 느낌이 든다.연리지는 흔히 말하는 억지 눈물이나 실망감보다 잔잔히 스며들고 빠져들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득 다른 영화에서 보았던 사랑에 대한 멋진 대사가 떠오른다.
"속세에 있어 가장 먼 거리는 내가 네 앞에 서 있음에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서로가 사랑하는 줄 알면서도 함께 할수없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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