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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내고 싶은 불쾌함 구타유발자들
kharismania 2006-05-30 오전 2:19:09 9507   [8]

 원시적인 분배론으로 생존하는 방식에 따라 유기체들을 양분한다면 강자와 약자라는 경계선을 그을 수 있다. 생존과 질서 유지라는 측면에서 생태계는 철저하게 강자의 피라미드 법칙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생태계에서만 유지되는 법칙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보여지듯 강자가 약자를 짓밟아오는 행위는 되풀이되었고 지금도 역시 강자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음은 묵인되는 사회의 질서이다.

 

 물론 생태계가 물리적 힘의 법칙에 의한 양분론을 유지한다면 인류는 심리적 힘의 근원에서 양분론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 근원적 모태는 힘이라는 용어자체의 정제되지 않은 근원적 의미로부터 파생되는 날것의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인간역시 인간의 근육으로부터 튕겨져 나오는 힘의 논리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음은 퇴화되지 못한 심리적 근원으로부터 뿌리깊게 박혀있는 본능적 행동양식인 것이다.

 

 인간이 처음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은 학교이다. 물론 가족이 시작일 수도 있지만 유대감 자체가 결핍된 타인과의 부대낌은 학교에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의 장인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고상한 품위를 유지하게만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타인들과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호감과 상반되는 충돌을 부르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은 폭력의 유출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하나의 강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약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힘의 배분에서 무게를 얻지 못한 이들은 약자의 틈바구니 안에서 맴돌고 밀려나기도 한다.

 

 구타라는 행위는 가장 잔인한 방식의 폭력일 수 있다. 일방적인 가학성. 이것이 구타라는 단어가 지니는 극단적인 폭력성이다. 구타라는 상황에서 때리는 이와 맞는 이의 역전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순히 자신의 역할에 맞는 지속성의 유지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구타라는 상황자체는 권력적인 힘의 뉘앙스를 지닌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양분관계는 강자와 약자의 흑백구도를 그대로 가져간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자체가 가져다 주는 의문의 농도는 짙다. 구타유발자들. '구타'라는 단어가 지니는 가학성과 더불어 '유발'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근원적 호기심이 '자들'에 이르러 규모의 방점을 찍는다. 모호하지만 언뜻 느껴지는 강렬한 이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지독하게 끔찍하다. 영화의 전후반부부터 맴도는 폭력의 기운은 끝을 모르게 치달리는 내러티브와 맞물리며 더욱더 그 수위를 높인다. 마치 핏물이 흐르는 생고기를 씹어먹듯 이 영화는 날것 그 자체이다. 자신이 접하지 못한 것을 맞딱뜨리게 되는 상황과 대면했을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자체의 새로움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이거나 그 상황자체의 낯설음에서 느껴지는 불쾌함이다. 이 영화는 둘 중 하나다. 신선하거나 불쾌하거나.

 

 하지만 필자는 불쾌함보다는 신선함의 무게를 존중하고 싶다. 이는 이 영화가 지니는 가장 큰 매력인 이야기 그 자체에 있다. 사실 시작은 사소하다. 물론 상황 자체가 평범하진 않지만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등장하며 영화는 숨겨져 있던 낯빛을 드러낸다. 그때부터 영화는 비호감스러운 인물들을 하나 둘씩 무대위로 떠밀며 사건 자체의 흐름을 미궁속으로 밀어보낸다. 그리고 그 미궁속의 미로속으로 관객을 밀어넣는다. 그리고 관객은 이야기가 진행되며 찍혀지는 수많은 느낌표와 결론적인 의문이 그려내는 물음표로 이뤄진 표지판을 따라 몰입한다.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이 보여주는 독창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내러티브의 극단적인 파열음을 끝없이 펼쳐보인다.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기상천외한 흐름이 이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강렬한 미덕이다.

 

 또한 속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인물들처럼 보일 정도의 캐릭터를 선사하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영화가 내세울 수 있는 흥미유발코드이다. 이문식, 오달수, 정경배, 신현탁의 비호감 패거리들의 유머러스한 행동과 제스처는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살얼음같은 웃음뒤에 가려진 살벌함으로 긴장감을 지속시키며 고조시킨다. 또한 초반부터 영화의 정체불명스러움에 힘을 싣는 한석규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특히나 최후반부에서 폭발하는 그의 이면적 모습은 '넘버3' 이후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양아치스러운 껄렁함의 극치이다. 또한 영화의 히든카드처럼 활용되는 김시후의 연기 역시 수긍할 만 하고 영화의 홍일점인 차예련 역시 자신의 역할에 부족함은 없어보인다. 또한 음흉하지만 소심하고 매우 느끼한 성악과 교수로 등장하는 이병준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이며 영화의 블랙코미디 성향의 축을 쥐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끌어내며 영화의 낯선 이미지를 중화시킨 채 흥미로움을 더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폭력의 가학적 극단성을 대변하는 구타를 외면적으로 활용했지만 내면적으로는 폭력의 악순환적 알고리즘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원시적인 폭력성으로 무장한 것만 같은 오근(오달수 역)은 군대시절 고참으로부터 당한 폭행의 피해자이며 비호감패거리의 리더격인 봉연(이문식 역) 역시 피해자로써의 한맺힌 과거를 지닌채 살아간다. 또한 홍배(정경호 역)와 원룡(신현탁 역) 역시 힘의 논리에 의해서 고개를 숙인다. 특히 원룡이 영선(이병준 역)의 호통에 기가 죽었다가 영선의 떨리는 손을 보고 기가 살아나는 모습은 강자와 약자의 구도적 관계를 충실하게 따르는 습성적 살핌에서 비롯된다. 힘의 함수관계를 극단적으로 표출하면서 그 함수관계가 지니는 악순환의 딜레마를 어필한다.

 

 또한 이 영화는 지식인층과 권력자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고상하고 젠채하던 성악과 교수 영선의 몰지각한 성추행과 체통없는 소심함은 결과적으로 그의 명예를 순식간에 망각하게 만들며 이는 곧 가식과 허세에 길들여진 지식인층과 권력자들의 행위적 편협함을 멸시적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런 블랙코미디적인 분위기를 분출하는 영선의 풍자적 행위는 관객의 비소를 포함하며 그에 상반되는 대리적 쾌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는 상당히 비호감스럽다. 마치 찐득거리는 핏물의 느낌이 영화에 가득 배어있는 듯한 불쾌함이 맴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흥미로움은 그러한 불쾌함을 참아내고 싶게 한다. 이는 영진위의 시나리오 공모에서 대상을 탄 시나리오의 힘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고 능력치를 한껏 끌어올린 배우들의 열연 덕분일 수도 있다. 낯설지만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거리의 풍경처럼 이영화는 상당히 당혹스럽지만 한번쯤 시선을 멈추고 싶을만한 매력이 있다. 이는 촌철살인적인 영화의 극단적인 성향이 단순히 불쾌한 거부감에서 멈춘 것이 아닌 진보적인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자극적 흥미감으로 뻗어나감에 대한 우대감이자 예측할 수 없는 에너지로 채워진 영화의 독창성에 대한 지지적 한표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1명 참여)
kichx5
아랫님 저두~ 미투~ ㅋㅋ   
2006-06-06 14:46
robo110
어렵게 쓴다고 좋은 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님의 글도 쓸데없이 부풀려써서 주목성이 상당히 떨어지네요..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략하며 읽었음..
  
2006-06-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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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유발자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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