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외전편을 마지막으로 끝내려고 했지만;; 부득불 또 쓰게 됐군요. 이번엔 정말 마지막입니다.
외전편의 해답과 사족도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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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형사는 기존의 네러티브 대신 시적 네러티브를 택했고, 행동, 대사, 사물, 공간은 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걸이해해야 합니다.
술상은 현실적 사랑의 공간이고, 돌담길은 몽환적 사랑의 공간입니다. 두가지 대비되는 공간 사이에서 여러갈래로 뻗은 길은 두개의 공간을 잇는 중간적 장소이고요.
자작하던 슬픈눈은 남순에게 잔을 건네고, 술을 따라주게 됩니다.
이 흐름을 따라가게 되면 마지막에 슬픈눈이 준비한 술상은 주도에 따라, 남순이 슬픈눈에게 술을 따라주는 자리가 되는거죠. 즉 현실적 공간에서의 사랑의 완성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남순이 찾아간 방에 슬픈눈의 모습은 보이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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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그랬니?"
기둥을 등지고 병판의 얼굴을 피하기만 하던 슬픈눈.
"니 이름을 불러본지가...."
"제 이름은...."
얼굴을 마주하며, 존재를 확인하려던 두 사람은 둘러쌓인 포교들에 의해 완전한 소통은 이루지 못합니다.
(숨바꼭질 처럼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과 대사, 음악을 눈여겨 보시면 재미있는 장면이 보일겁니다.)
허공을 휘젓는 검에 닿아있는 포교들의 그림자. 슬픈눈이 싸우고 있는것은 자신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검집을 놓으며 남순과의 이별을 고하지만,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며 맴도는 그의 검은 아직 남순을 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을 통해서 다른 한가지를 도출해내려고 한것이었는데, 쓰다보니 확실한 결말은 맺지 못하겠군요. 영화를 보며 계속적으로 변하는 의미는 형사의 재미인것 같습니다........ 사실 병판과 관련된 부분은 빼버리려다가 여태 쓴게 아까워서 냅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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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가슴을 숨기며, 슬픈눈을 바라보는 남순.
남순의 여성성을 보고 놀라는 슬픈눈.
남순이 내지르는 비명같은 외침은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게 된 자신을 향해 있습니다.
검이 마주치며 변하던 표정의 변화를 숨기려는 남순.
남순의 마음를 알아채고 살며시 웃고 있는 슬픈눈.
그녀의 외침은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간 슬픈눈을 향해 있습니다.
슬픈눈의 죽음 후, 남순은 슬픈눈의 자취를 쫓아 다닙니다. 사방으로 뻗은 길, 홍등가, 돌담길....... 그들이 만났던 장소의 역순이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남순의 상상속에서 첫번째 대결을 다시 재연해 내고 싶었던 겁니다. 단, 이제는 대립으로써의 대결이 아니라, 사랑으로써의 대결입니다. 실타래 처럼 꼬여 있는 그들의 사랑을 누구의 방해도 없는 어둠이라는 공간 속에서........
병판의 음모와 신분이라는 엇갈린 현실 속에서 악을 쓰고, 모난 말로 밖에 사랑을 전하지 못하던 남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고만 하던 남순의 얼굴에 이제는 기대감이 서려있습니다.
올려다본 남순의 눈에 비친 슬픈눈의 웃는 얼굴.
그의 웃음에 화난얼굴이 아닌 웃음으로 화답하며,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완성하게 됩니다.
빛으로 표현된 남순과 어둠으로 표현된 슬픈눈의 모습처럼, 영화는 남순의 모습만을 알기쉽게 표현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감추어 버립니다. 하지만 대비되는 두 사람의 모습처럼 남순의 모습은 슬픈눈의 모습을 볼수 있는 창이기도 하죠.
다만, 세번째 대결에서의 슬픈눈의 감추어진 웃음은 두번째 대결에서의 웃음보다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두번째 대결에서는 뜬금없이 고함지르던 남순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세번째 대결에서는 다시 모습을 나타낸 슬픈눈의 존재를 보고 웃음을 짓는구나라는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비가 아닌, 영화의 흐름으로 보게 되면 한가지 모습이 비어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대결속에 표현된 (확인과 숨김 - 슬픈눈의 사랑의 모습 - 남순의 사랑의 모습) 이라는 반복되는 도식 속에서 슬픈눈의 웃음을 찾을수가 있게 되는거죠.
제가 말하려고 하던건, 대비와 반복속의 흐름으로 볼수 있는 영화의 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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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말미는 객관적으로 바라본 형사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형사는 관객에게 매우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기존의 틀 속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 영화의 스토리는 아무것도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또 감독이 너무 많은 의도를 영화속에 표현하다보니, 진정 보이고자 했던 의도는 가리워지고 혼란만 야기됐습니다.
이명세 감독은 인정사정 볼것없다를 통해 이미지의 가치를 깨달은것 같습니다. 그후 꽤 오랜 공백기간 동안 이미지를 통한 스토리의 구사는 그의 머리 속에서 진화했지만, 그 공백이 관객과의 소통은 막아버린것 같습니다.
즉, 자신의 표현이 얼마나 관객에게 통할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을 전혀 해보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던 대로 모두 표현해낸 것이죠. 형사는 이명세 감독이 만든 영화라기 보다는 앞으로 만들었어야 할 영화어야 했습니다.
다만 이번의 실패를 통해 관객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도 느꼈으리라 봅니다. 그 때문에 그의 차기작이 더 기다려지는 것이겠죠.
이명세, 그의 화려한 귀환을 기대합니다.
p.s 마지막 결말부분의 장터씬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그들이 이야기속 주인공인지, 살아있었던건지에 대한 것은 중요치 않다고 봅니다. 다만, 마지막 돌담길 대결이 사랑에 대한 결말이라면, 장터씬은 존재에 대한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는 제가 다루지 못한 수많은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배우들의 동선과 죽음과 삶을 상징하는 키워드, 음악과 소리로 표현된 의미의 흐름 등....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건 제가 써왔던 리뷰;;
[음란서생 - 미친 각본, 미친 감독, 미칠 관객들]
[왕의 남자 - 탄탄한 각본, 만족스런 연기, 밋밋한 연출 (스포 無)]
[청연을 보는 두 시선 - 꿈과 욕망의 차이 ]
[연예의 목적 - 아픔과 치유, 그리고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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