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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의 신기루 오만과 편견
kharismania 2006-01-28 오후 8:52:25 1178   [4]
 

 인간의 첫인상을 판단하는데 뇌가 할애하는 시간은 고작 6초라고 한다. 외모나 표정, 제스처 등이 그 첫인상의 80%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그 짧은 6초의 순간에 한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이 끝난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6초라는 짧은 시간안에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여 인연의 높낮이를 좌우해버리는 것은 우리 두뇌의 오만함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 오만함이 결국 굳어져 편견이라는 결정으로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만과 편견으로 만남을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일단 이영화는 영국의 고전소설인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국 BBC에서 실시한 '지난 천년간 최고 문학가'에 대한 투표결과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은 두번째로 꼽힌 '제인 오스틴'의 작품으로써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읽히고 있는 명저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작품은 이미 1940년에 한번 영화화가 되었던 작품으로써 2번의 영화화는 고전원작의 가치와 관심도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이미 이 영화 이전에 '제인 오스틴'의 수많은 원작 소설들이 영화화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영화화된 타 작품과의 비교도 흥미로운 관점이다.

 

 어쨌든 영화는 원작소설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무언가 의미심장한 느낌의 호기심으로 다가올 법하고 원작소설을 접해서 감동을 느꼈던 이들에게는 은근한 기대감을 부를 법도 하다. 물론 원작에 대한 애착이 지나친 이들에게는 무언가 기대감을 넘어선 불안감도 형성될 듯 하나 일단 이 영화의 느낌은 웬지 모를 기분좋은 기대감이 앞선다.

 

 그것은 영화의 제작을 맡은 '워킹 타이틀' 덕분인데 이미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은연중에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이미지를 차용했던 그들이 본작을 본격적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고 '워킹타이틀'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갖는 드라마적 퀄리티에 대한 전례는 영화에 대한 좋은 예감을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여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일단 영화는 차분하면서도 격정적인 선율을 지니고 있다. 마치 봄볕같은 화사한 발랄함을 잔뜩 머금고 있는 투명함이 이 영화에는 가득하다. 또한 동시에 순간순간 영화의 내러티브를 단순함으로부터 살며시 구제해주는 격정적인 리듬감이 내제되어 있다.

 

 단란한 가정의 일상 속에 담겨진 그들만의 열정적인 사연과 고민이 나름대로 재미나면서도 흥미롭게 연출되어 있고 잔잔한 수면위에 파문이 퍼지듯 차근차근 번져가는 주인공들의 감성의 흐름적인 변화를 군더더기없이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느낌이다.

 

 또한 19세기 초 영국의 고전적인 풍경과 모습을 잘 묘사하고 관습과 예도가 잘 나타나 있다. 물론 생소할 정도의 모습은 아니지만 익숙치 않은 먼이국의 과거와의 조우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뛰어남은 인물의 심리묘사인데 개인의 감정이 시간의 흐름과 경험의 축적에 의해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놀랍게 그려내고 있다. 밋밋하지도 않으면서 지나친 자극도 없이 주인공의 논리정연한 감정 변화를 관객의 마음을 쓰다듬듯이 보여준다.

 

 또한 인물의 심리적 흐름을 단순하게 인물에게 집중시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물과 풍경의 조화 등의 공간적 활용과 함께 주변인물들의 사건과 심리 변화등의 상황적 활용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골 풍경의 그윽함과 기후의 변화를 감정의 흐름과 평행적인 배치함으로써 이는 관객에게 인물의 심리상태를 전달하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또한 카메라가 잡아내는 풍경안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움도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마음에 서정적인 물결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자존심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리지(키라 나이틀리 역)와 무뚝뚝하고 고집센 듯해 보이지만 섬세하고 자상한 내면을 가진 다아시(매튜 맥퍼틴)의 갈등이 사랑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포석에 자리잡으면서 주변 인물들의 아기자기한 크고 작은 사연들이 오밀조밀하게 엮이며 영화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단단하게 밀집되는 느낌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사람이 처음 타인을 대할 때 보이는 느낌의 모순을 살짝 꼬집어내고 있다. 제인 오스틴이 이 원작소설을 '오만과 편견'이 아닌 ' 첫인상'으로 정했었다는 것은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또한 이영화가 즐거운 것은 신선한 매력을 지닌 '키라 나이틀리'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있을 것이다. 3년전 '캐리비안의 해적'에 출연할 때만 해도 낯선 인물이었던 그녀는 어느새 인지도 있는 배우로 성장했고 그녀만의 매력을 지닌 여자가 되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완벽하게 리지로 분했으며 그녀의 신선한 미소만큼 멋진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처음부터 가슴이 뛰는 상대도 있지만 처음부터 꺼림칙한 상대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감정이 지니는 경직된 첫인상을 한꺼풀 벗기면 그 안에는 절실한 사랑도 끈끈한 우정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잔잔한 아름다움으로 보여준다. 첫인상의 신기루에 갇혀 오만한 자존심과 편협한 편견에 휘둘리는 우리의 어리석은 모습을 영화는 대변한다. 물론 처음 사람을 만나면 첫인상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첫인상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고정시켜버린다면 우리네 인간관계는 재미없지 않을까? 이 영화는 소중한 인연에 대한 가르침을 일상적인 잔잔함 안에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같은 미소처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강하게 지녔던 선입견에 튕겨져 죽어버린 사랑과 우정의 가능성을 이 영화는 회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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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2005, Pride And Prejudice)
제작사 : Working Title Films / 배급사 : UIP 코리아
수입사 : UIP 코리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prideandprejudi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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