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렛이 참 예쁘다. 아기자기하게 정말 예쁘장한 게 아니라 별로 예쁘지 않은 달팽이가 애인을 만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성을 끌어 모아 곱게 화장을 하고 흐뭇한 기분으로 거울을 바라보는 그런 예쁜 모양. 영화관에서 이 팜플렛이 달랑 3장 남아 있길래 냉큼 다 집어와 버렸다.
처음 팜플렛을 보았을 때처럼 이 영화는 분명 평범한 것 같은데 그게 조금씩 조금씩 독특하게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왠지 다른 영화와는 다른 - 도대체 말로는 설명이 잘 안 되는 - 이질감이 계속 느껴졌다. 전혀 불쾌하지 않은 훈훈함으로. 감독의 전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게이로서의 삶을 위해 가족을 뒤로 했던 아버지의 젊은 남자애인이 찾아와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아버지를 찾아주기를 원한다......역시 영화를 보다가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자기 자신을 대입시켜 보게 된다. 아마도 나라는 인간은, 그놈에 호기심이 웬수지, 호기심 호기심 오직 호기심으로 지금까지의 고뇌를 다 제쳐두고 그 꽃미남을 쫓아 갈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사오리는 순전히 돈 때문에 가기로 결심하지만 사실 결국은 갔을 거라는 걸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이 영화의 미덕은 거기에 있다. 배신하지 않고, 비꼬지 않고, 계산하지 않는.
특수한 인물들을 다루면서도 하나도 모나지 않게, 튀지 않게 그러나 이상하게 독특한 영화들을 만드는 이 감독의 영화를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찾아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p.s. 이 영화에서는 소품이 참 예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도 그랬지만 예쁜 환경과 소품들을 위화감 없이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 이 감독의 특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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