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용 있습니다. *
재미있다. 대서사시 한편을 보는 것 같다. 고전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구성이 마음에 든다. 대사도 마음에 들고... 좀 딸리는 컴퓨터 그래픽 때문에 더 판타지한 느낌이 잘 살아서 좋았고 장동건의 연기가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선화갑옷을 입은 쿠앙밍대장군도 연기가 일품이다. 그런데 장백지는 얼굴을 좀 많이 고친 것 같다.
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 대신 죽을 테니 너는 죽지말고 잘 살아라...
함축적인 무엇이 좀 많아 보이지만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영화 자체로 재미있었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같은 서양의 판타지물에는 박수를 치면서 왜 이런 동양 느낌 잘 살린 작품에 대해서는 유치하고 짜증난다는 반응을 하는 건지... 약간은 그런 면에 편견과 기준을 이미 세워 놓은 태도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쉽다.
스스로가 결국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나아간다는 것과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이 동시에 혼재한다. 쿤룬이 깨달은 그 갈망 조차도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면 도대체 왜 그리 어렵게 깨달아야 하는것일까? ... 뭔가 영화가 알쏭달쏭한 물음을 내게 던져주었다.
천하제일 미녀 칭청이 그다지 천하제일같지는 않아서 그게 좀 별로였지만 그 무엇보다 딱 보이는 이야기는 '사랑'이기 때문에 마냥 재미있었다.
청칭이 사랑했어야 할 사람은 쿤룬이지만 결국은 쿠앙밍을 사랑하게 되었고 쿠앙밍은 사실을 알면서도 숨기고 청칭과 사랑을 한다. 쿤룬은 진실과 마음을 숨기며 노예의 도를 다하다 자신의 진짜 감정을 까발리고 북공작은 미움과 증오에 대한 복수를 위해 청칭을 늘 마음에 품고 모든 일을 꾸민다. 흑포를 입은 그이는 결국 쿤룬을 위해 아니 사실은 자신을 위해 쿤룬을 돕게 된다.
쿤룬은 마지막에 흑포를 입고 시간의 벽을 뚫어 결국은 청칭과 함께 하게 된다.
평이 그지같고 짱개들이라는 말과 함께 그들의 수준을 운운하며 영화 감상이랍시고 써 놓은 글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온다. 재미가 없고 황당하면 황당하겠지만 나는 무한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무극의 세계에서 운명이 정해져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관계와 관계속에 충성과 배신, 배반이 동시에 혼재하며 또한 남을 위한 희생이 결국은 자신에게 이로운 상황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초반에 좀 황당해서 집중력이 흩어질 것 같은 순간에 영화에 빠지게 만든 장면은 노예인 쿤룬이 네발 달린 동물처럼 기어가다가 결국은 두발로 서는 장면이다. 그는 흑포를 입은 자의 말처럼 결코 노예가 될 사람이 아니었다.
난잡한 경향이 있어서 뭔가 정확히 탁하고 이해가 맞물리는 점이 없는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주관적인 감상이야 뭐 늘 그렇지만 중심 이야기인 삼각관계의 이야기를 부풀려 놓은 감도 있다. 그래도 무술하는 장면이나 곳곳의 코믹한 면에 재미있게 감상을 하였다. 예를 들면 청칭인 장백지가 성의 지붕에서 옷을 벗어 제끼자 북공작의 지팡이의 엄지손가락이 추켜세워져 있다. 웃겼다. 그런 비슷한 느낌의 코믹한 부분이 중간, 중간에 나온다.
뭐든 그렇지만 재미없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핀트가 안맞고 집중할 여건이 안되면 모든 영화가 재미없다. 여유를 갖고 집중해서 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감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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