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한마리 있었다.
그 새는 죽을때까지 날아다닌다.
하지만 새는 그 어느 곳에도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새는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난 전에 그랬지.. 내가 정말 사랑한 여인이 누군지 평생 모를거라고.. 지금 그녀가 그립군.. 』
그들은 지독히도 고통스럽고, 고독한 사랑으로 삶을 살았다.
자신의 존재의 부재로 인해 사랑을 찾아 떠돌면서도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아비. 그를 사랑하는 수리진(장만옥), 또다른 방식으로 아비를 사랑하는 미미(유가령)..
처음 수리진을 만나면서 그가 건넨 말들은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1960년 4월 16일 3시 일분전.. 당신과 여기 같이 있고, 당신 덕분에 난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이제 우린 친구에요.이건 당신이 부인할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죠.. 이미 지나간 과거니까..』
수리진은 그를 정말 영원히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을 원하지 않는 아비는 결국 그녀를 버리고, 또다른 여자인 미미와 지내지만 이 또한 영원히 가시지 않을 갈증만을 남길 뿐이다.
사랑은 준다고 받고 온다고 가고, 잊는다고 쉬이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친어머니를 찾으러 필리핀으로 떠난 아비를 잊지못하고 찾아간 미미나, 미미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떠나는데 도움을 주는 요코.. 자신에게 영원히 3시 일분전을 잊지 못하도록 만들어놓고 버린 아비때문에 그의 집주변을 맴돌며 밤길을 거니는 수리진을 위로해준 경찰(유덕화).. 갑자기 찾아왔다가 떠나버린 수리진에게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유덕화나.. 모든 그들의 사랑은 고통이고 외로움으로 대변되는 것 같다.
가장 강한 여인이 수리진이 아닐까?? 사랑의 상처를 현실속 묻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그속에서 가장 강해보인다.
장국영의 속옷차람으로 추던 맘보춤은 가슴한켠에서 고독감과 외로움의 몸부림처럼 가슴에 남아버렸다.
발없는 새는 아비이고 그는 처음부터 죽어있었던 것이다.
사랑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기억이 지워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 3시일분처럼 영원히 남아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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