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런 시대극에 현대적인 감각의 스릴러 형식을 취한 영화는 사실적인 재현과 짜임새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구성력이 눈에 띄는 수작이다. 하지만 감독의 과욕일까. 곁가지를 너무 걸치다보니 이야기는 초반의 긴장감을 그대로 이어가지 못한채, 다소 작위적이고 진부한 설정을 보태면서 늘어지는 성향을 보였다.
신분계급 갈등, 살인사건, 종교, 치정, 원규의 고뇌와 인간의 사리사욕의 해부 등 여러 이야기를 한 맥락에 이으려다 보니, 영화는 속도를 잃게 되고 자연스럽게 스릴러 특유의 오락성은 반감되고 만다. 하지만 혈의 누는 기존 한국영화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시대극 스릴러 영화에 새로운 출사표를 던진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거기에 배우 박용우의 발견은 혈의 누의 또 다른 성과이기도 하다.
혈의 누는 기존의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물었던 장르영화의 새로운 대안이자, 모처럼 작품성과 오락성을 갖춘 웰메이드 영화이다. 이는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프리프로덕션으로 인한 사실적인 재현과 감각적인 비쥬얼 그리고 탄탄한 구성과 감독의 안정적인 연출력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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