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예산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인해 일약 스타감독의 반열에 든 류승환 감독. 그는 그 이후 발표하는 영화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다. 제작단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주먹이 운다>는 그러한 관객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을까?
여기 소위 인생막장이라고 얘기하는 두 인물이 있다. 운영하던 무허가 공장의 화재로 인해 재산을 모두 탕진한 태식(최민식) 아내와 아들은 처가댁에 가 있고 자신은 살아가기 위해 매맞는 거리복서를 택한다. 자동차 카세트를 훔쳐 팔고, 동네 아이들 돈을 뜯어가면서 생활하는 상환(류승범)은 폭행죄 합의 금을 갚기 위해 동네 일수아저씨를 폭행하다 발각돼 교도소에 간다. 지리멸멸한 그들의 삶 속에서 마지막 희망은 권투를 통해서 이다. 영화 내내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그들은 마지막 신인왕전 결승에서 맞붙는다. 어느 누구도 응원할 수 없는 그들의 경기에서 삶의 치열함과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식의 표출로 인해 그들의 경기는 감동을 선사한다.
<주먹이 운다>는 액션영화를 고집하던 류승환 감독의 드라마 영화이다. 소위 감독들은 자신에게 강한 장르가 있기 마련이다. 드라마가 강한 감독, 액션이 강한 감독, 스릴러, 공포가 강한 감독 등등.. 그러나 류승환 감독은 장르의 변주를 훌륭하게 할 뿐만 아니라 두 인물의 감정선을 잡아가는데 있어서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영화 중간중간 태식의 길거리 복서장면과 액션장면에서의 핸드핼드 기법으로 인해 현장감을 느낄 수 있고 클로즈업을 피하고 인물의 감정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풀샷으로 인해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
4월 1일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인 <주먹이 운다>는 기존의 성공 드라마의 공식 웃음4+감동1의 코드를 따라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그 둘의 삶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가 그들의 승리에 박수를 쳐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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