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플린트
(야한 거 만드는 사람도 사람입니다...)
우리는 보통 야하다, 성인잡지를 본다 하면 다 경멸해한다. 게다가 한창 사춘기를 격을 청소년들이 성인잡지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 말릴 부모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성 풍기문란 한 매체가 학생들의 성장과 성교육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글쓴이도 그런 걸 경멸해한다. 아니 그런 걸 만드는 사람들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영화 <래리 플린트>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벗게 하였다. 처음 영화가 개봉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성인영화로 착각했을 정도로 선정적인 면이 영화 포스터에서부터 영화 내용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아마데우스>를 연출한 ‘밀로스 포먼’이 연출하였다 하여 조금씩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연이은 영화상에서의 수상도 영화의 작품성에 도움이 되었다. 아니, 파란만장한 삶을 산 ‘래리 플린트’ 본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영화는 도색잡지 [허슬러]를 출간한 편집자 ‘래리 플린트’의 삶을 영화화 하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인생보다는 그가 도색잡지를 만들고 여러 법정에 끌려가 재판을 받게 된 일화들을 전면에 내새움으로써 한 인간의 투쟁과 미국의 보수주의적인 문화에 대해 실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영화의 원제가 <보통사람들 VS 래리 플린트>인 점도 그렇다.
래리 플린트는 영화화 될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과 같이 술을 만들며 가장노릇을 하였고, 젊은 나이에 술집을 차렸다. 술집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잡지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여성 정치인이 해변에서 나체로 걸어 다니는 사진을 찍으면서부터 그의 잡지 [허슬러]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의 나체를 있는 그대로 노출시켜 잡지에 실은 그는 정치인들의 압박을 받으며 여러 차례 법정에 끌려가게 되고, 그와 중에 암살 위협을 받고 저격수에게 당한 그는 하반신 불구가 된다. 때문에 부인과 같이 마약에 중독 되고, 교회 목사를 패러디한 술 광고 때문에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한다. 게다가 부인까지 에이즈로 숨지고 에이즈 환자들을 공개적으로 욕한 교회 목사를 상대로 항소심을 벌인 끝에 대법원은 80년대 이후부터 개정된 ‘표현의 자유법’을 통해 래리 플린트의 문란한 성인 잡지를 하나의 매체로 인정하고 항소심에서 승리하게 끔 해준다. 지금도 래리 플린트는 성인 잡지를 출간 중이며 영화에서 본인에게 불합리한 판결을 내린 검사 역을 맡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영화를 보다보면 래리 플린트가 참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허슬러]나 [플레이 보이]나 다 똑같이 선정적인 잡지이지만 왜 저 사람만 처벌을 받아야 하는 가라는 점. 그가 감옥 안에 있는 와중에도 아내가 에이즈에 걸려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해야 한다는 점.
물론 영화는 파격적인 내용만큼이나 보고 와 닿을만한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 수시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성기 노출과 더불어 래리 플린트의 법정 소송 스토리가 너무 많아 질려버리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밀로스 포먼 감독은 이런 관객들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단 선정적인 면으로 눈길을 끈 다음 좋은 작가를 기용한 덕에 수준급 영화를 봐왔던 관객이라면 잘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허슬러]가 [플레이보이]와 다를 게 없는 것처럼 이 영화도 여느 성인영화 같다 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도 밀로스 포먼의 차분하고 정교한 연출력 덕분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영화의 초점이 인물의 내면적인 심성까지 파고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정에서도 우직함으로 대항하는 모습들이 보이지만 내심 돈 없이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인식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는 점.
하지만 이 영화는 여러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는 좋은 교과서가 될 것 같다. 영화를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영화로 인식되느냐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우디 해럴슨’과 ‘코트니 러브’는 비록 스타급 배우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한 인물의 슬픔과 성공을 보여준 영화. 드라마 같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들이 가졌었던 선정적인 성 문화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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