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쏘면 행동개시야! ]
먼저 이글을 쓰기 전에 저는 박정희정권을 겪어본 세대도 아니거니와 정치에 관해서도 잘모르기 때문에 어느편을 지지하거나 깍아내리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제가 본대로 그 느낌대로 쓴글입니다.
부마사태로 한껏 시끄러웠던 1979년의 궁전동에서는 "각하"와 그 측근들의 연회가 이루어지고..이윽고 울리는 총성과 함께 유신정권은 내려오고 세상은 새롭게 바뀌는듯 하였습니다. 아니 바꾸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고 눈엣가시인 차지철의 시건방진 입놀림에 참을대로 참았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자신의 손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안되어 그들은 체포되고 정권은 바뀌며 가담자들은 전부 사형되고 이들은 시대의 흐름속에 잊혀져만 갔습니다...
어제 "그때그사람들"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영화전 제작자와 민대령 역할을 맡았던 김응수씨의 소개와 함께 영화는 시작되었습니다. 10.26사태를 다룬 "그때그사람들"은 "각하"의 입장이 아닌 "암살자"의 김재규와 그의측근인 조과장의 시선이 짙은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더 논란거리가 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는 하루동안의 사건을 긴박한액션도 긴장감팽팽한 스릴러풍도 아닌 조금은 냉소적으로 거리감을 두며 뒤틀린 씁쓸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결코 심각하거나 사실전달에 애쓰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시니컬한성격의 영화입니다. 제가 볼땐 마치 "그때그사람들, 그때그날"을 패러디한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등장하는 고위층 장관, 참모들은 하나같이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핵심을 못찾는듯한 지금의 의원들을 겨냥한듯 헛소리들만 늘어놓는 장관을 펼칩니다. 그럼에도 통쾌하게 웃을수 없는건 어딘가 내가 속한 이 사회와 크게 다를것이 없다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웃지만 씁쓸합니다.
또한 이영화는 그간있던 박정희 저격사건의 여러 설들을 한데모아 은연중에 보여줍니다. 가장 유력했던 "유신제국타파"를 위해 김재규 자신이 희생했다는 설과 핵무기에 관심을 보이던 "각하"로 인해 심기불편한 미국이 김재규에게 사주했다는 설, 실제로 영화중에 김재규가 미대사를 만났는데 미국도 "각하"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죠..또 하나는 목표였던 차지철(경호실장)을 제거하려다 오발로 "각하"를 쐈다는 설이 있는데 영화에선 오발이 아니었죠..
핵심적인 사건은 알려진대로 사실적이지만 캐릭터들은 "임상수"감독의 공정을 통해 조금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웃지못할 "그때"의 "그사람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는 임감독이 결코 그 사건을 왜곡시키거나 정치적인 성향이 짙어서 만들었다 할수 없는 대목입니다. 사실을 왜곡시키려했다면 박정희정권을 조롱하고 싶었다면 이런 약한방법을 택하진 않았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들이 가처분신청을 냈었죠..
박지만씨의 가처분신청 덕분에 영화는 누더기처럼 상영되어 제목없이 시작하고 엔딩크레딧없이 종료되었습니다. 물론 그이유로 박지만씨를 욕하려는건 아닙니다. 다만 영화를 영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사회가 이 현실이 박정희세대나 지금이나 표현의 자유는 여전하다는걸 새삼 깨달을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같은 세대나 그 아래의 세대들은 이 영화를 받아들일때 먼저 10.26사태와 그배경등 간단한 상식만 가지고 본다면 크게 문제될일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임감독이 말했듯 "사건의 얼개만 픽션이고 나머지는 자신의 상상이다" 영화는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믹스입니다. 다만 자신이 의도한바와 달리 해석되어져버린 영화속 다큐는 논픽션을 픽션화 시킨다는 판단아래 삭제조치되었습니다. 이는 배경지식없이 관람하다간 영화를 사실로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낳은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어차피 역사는 후손들이 판단하고 영화는 관객이 판단할일이라 생각합니다. 법원에서 판결할수 있는 경우의수가 "삭제"밖에 없었는지..문구삽입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생각해봅니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최민수씨가 SBS를 아버지인 "최무룡"씨의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기각당한적이 있었죠..야인시대에 나온 아버지의 모습이 비굴하게 그려져서 소송을 건것이었는데 받아들여지질 않았습니다. 이번엔 박지만씨가 상영금지신청을 냈는데 제 생각과 달리 법원에서 받아들이더군요..두 소송을 물론 같게만 바라볼수는 없겠지만 괜히 씁쓸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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