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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 피노키오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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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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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Y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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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26 오후 5:5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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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 - A.I.>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친구들과 <슈렉>을 보러갔다. 평일이었는데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붐벼서 결국 <미이라2>를 보게 되었다. 웃긴 것은, 영화는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고, 오히려 제일 많이 기억나는 것은 영화 시작 전에 했던 예고편이더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에이.아이. - A.I.> 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모로 이상한 영화다. 참으로 난해한 영화다. 미래세계에 일어날 간단한 이야기를 가지고 어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감독인 스필버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인간이 되고 싶은 소년 로봇. 그리고 인간을 즐겁게 하는 지골로 조.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또 다른 인간.
미래의 인간이 존재 할 것인가에 대해 심오하게 묻고 있는 영화. 당신의 존재는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왔는가 등, 인간의 원초적이고 심미적인 구상을 위험하게 체계화시킨 영화. 그 영화가 바로 <에이.아이. - A.I.>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암울한 미래관을 암시하듯 매우 조용하고 따분한 이미지를 보인다. 하지만, <A.I.>에서의 광활하고 색다르고 현란한 미래세계는 여느 영화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 큐브릭이 상상해낸 것이라고 하던데, 천재는 역시나 다른가 보다. 인조인간이 판을 치고 있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든 대신에 안드로이드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미래세계에 평범한 안드로이드로 태어난 한 소년 로봇.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그 소년의 눈물 이야기가 영화 <A.I.>를 이끌어나간다.
구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쓰지는 않겠다. 그것은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보고 평가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대신에, 이 영화에서 열연한 두 배우에 대해 말하고 싶다. 먼저 할리 조엘 오스먼트. 흔희들 슬픈 영혼의 소유자라고 기억하게 만든 <식스센스>에서의 멋진 연기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다. 그가 이번에는 데이비드의 역을 맡아 또 한번 열연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2002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수상자로 꼽고 있단다. 사실 내가 봐도 정말 대단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단 한번도 눈을 깜박거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란, 정말 로봇같다. 감정이 없는 평범한 로봇에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정말 실감나게 그렸다. 뭐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에만 눈을 뜨려 하는 이 어처구니 없는 소년 로봇이 아카데미 상을 받는 다면 정말 재미있어질 것 같다. 그리고 지골로 조 역을 맡은 쥬드 로도 빼놓을 수 없다.
내게 <A.I.>는 작년에 2분 짜리 (아무 것도 없는) 예고편 때문에, 더 큰 기대에 사로잡혀 개봉일만 손꼽던 영화로 기억된다. 게다가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거장이라 칭하는 큐브릭의 프로젝트라니.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 이상한 걸까?) 그의 작품세계도 매우 기대가 되는 부문이었다.
영화에서의 라스트씬은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충분한 여운을 준다. 로봇이 꿈꾸는 단 하루의 사랑. 데이비드는 그 사랑에 감동하여 눈을 감는다. 긴 꿈을 꾼다.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로봇이기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 걸까? 아니면 로봇이었기 때문에 인간이 알 수 없던 '그것'을 깨달았던 것일까. 단지 인간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발버둥치고, 눈물을 흘리는 데이비드의 사랑은 과연 진실이었을까.
그가 발버둥치는 이유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어둡고 위험한 미래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욕망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랬기 때문에 친구를 원했고, 가족을 원했다.
내일이 될 지, 그리고 내년이 될 지.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모두는 데이비드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큐브릭은 무덤 속에서 외치고 있다.
<A.I.>는 그런 영화다. 현대인들의 꼭두각시 인형이자 동시에 미래인간에 대한 오마쥬다.
안드로이드의 꿈. 그들만의 자아성찰.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그들의 눈물. 아무리 인간이라고는 해도 그들의 진실을 알 수 없다면. 그리고 사랑을 느낄 수 없다면, 그냥 거기서 그치는 것이다. 로봇들에게도 반란을 꿈꿀 수 있는 자유는 분명히 있을 테니까. (에드워드 양 감독이 그랬지.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사람들. 반쪽의 진실은 어디로 갔는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어두운 세상이 나를 기다린다면, 도망치고 싶을 뿐. 그나저나 이 글을 다 쓰면 당장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 DVD를 사러 가야겠다.
사족 - 엄청나게 진보한 컴퓨터 그래픽. 존 윌리엄스의 여전히 중후한 음악. 겉으로는 너무나도 화려하고 찬란하지만 썩어있는 세상을 보여준 스필버그에게 찬사를!
20자평 - 피노키오야. 세상이 지나치게 아름답기 때문에, 나머지 반쪽의 진실은 찾을 수 없는 거야. 우리가 인간이라고는 해도....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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