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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6위.
우리나라에선 SF장르가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블록버스터의 외형과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의 출연진에 비해서 신통치 않는 성적이다. 게다가 영화를 본 일반 관객들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니 장기 상영은 기대할 수도 없다.
하긴 블록버스터니 오락영화라고 하더라도 한껏 매끈한 만듬새를 보였던 영화에 관객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데, CG임이 너무나 명백한 화면과 다소 유치하고 싱거운 결말 등을 가지고 관객을 끌어들인다는게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영화의 만듬새가 아니라 이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문화코드를 읽어내는 것이다. 즉, 관람포인트는 영화를 보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즐기는 것이라는 어느 평론가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볼거리가 사실은 여러 문화를 변주한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먼저 영화속 배경은 30년대 말 뉴욕이지만, 거대 로보트가 뉴욕 시가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등 미래 SF적인 요소를 섞은 것은 이 영화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독특한 설정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거신병'을 닮은 듯한 거대 로봇이 자동차를 박살내는 장면은 30년대 흑백영화 <킹콩>을 연상시키고,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스크린을 휘젓는 기네스 펠트로는 <카사블랑카>의 잉그리트 버그만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힌덴부르크 호를 연상시키는 거대비행선은 방법만 틀릴뿐 역사적 사실처럼 폭발하고,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드리운 듯 뉴욕시내의 풍경은 음산하기만 하다.
게다가 스카이 캡틴(주드 로)와 폴리(기네스 펠트로)가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30년대 전성기였던 스크루볼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즐거움을 주고, 공중기지의 애꾸눈 함장 프랭키(안젤리나 졸리)는 네버랜드의 후크 선장이나 진배없다. <쥬라기 공원>을 차용했음이 분명한 로봇에 이어 난대없이 등장하는 공룡과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행기지와 토튼코프의 소굴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장면 등은 감독의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밖에도 언급할 장면들이 무척 많을 정도로 혼합 장르와 문화를 보는 즐거움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거기에 매력적인 3명의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도 남는다.
영화이지만 지극히 만화적인 느낌,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최첨단 미래를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 이런 영화에 단순히 비평적 잣대 혹은 외향적 재미만을 찾는다면 이 영화가 주는 흥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을 배제하고 영화를 받아들인다면 신나는 체험이 될 것임에 분명한 영화이지 않을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두 번 봤는데, 한 번 관람할 때 보다 두 번째 관람에서 더욱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누구가 뭐라해도 나에겐 영화가 끝나고 고전 영화처럼 'The End'라고 뜨는 마지막 장면마져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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