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를 보면서 느낀 건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을 영화 보는 도중 내내 지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 소품하나 하나 까지 신경쓴 듯한 이미지, 절제된 편집기술, 오랜만에 보는 한석규씨 특유의 연기, 마지막에 풀리는 반전 등 '올드보이' 까지는 아니어도 올해의 수작으로 꼽을 수 있는 영화인데 왜 이영화를 보고 난 후 개운치 않는 뒷맛이 남는 것일까....
문제는 캐스팅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견이긴 하지만 이은주씨의 역할은 성현아씨와 바꿨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불새' 를 보고 난후 이은주씨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주홍글씨를 선택한 이유도 그녀가 출연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 난 그녀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영화속의 가희의 역할은 관객도 느끼기에 여성으로서 섹시하고 강렬했어야 하는데 그녀의 너무나 삐적마른 몸매나 혀짧은 소리 (언제부터 그녀의 목소리가 데데거렸는가) 를 들으며 그녀의 연기가 이정도 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녀는 성현아씨가 맡았던 사진관 여주인의 역할, 부드러우면서 내면에 고뇌를 절제하는 역할, 그 역할이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성현아씨가 이은주씨의 역할을 했더라면 영화도 훨씬 강렬해지고 관객도 더욱 몰입했을 것이다. 혹자는 이은주씨가 부른 노래에 매혹되었다고 하는데 재즈싱어의 음색치고는 너무나 가늘고 노래의 감흥도 그다지 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드는 건 왜 감독이 이은주씨에게 그런 역할을 맡겼는지 하는 것이었다. 아니면 그녀가 그러한 역할을 해 내기엔 너무 버거웠을까... 그녀가 언제부터 최지우씨처럼 혀짧은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왔는지 그녀를 아끼는 팬으로 그녀가 목소리에 강약을 가지고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길 바란다.
주홍글씨가 제목그대로 강렬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리고 이 영화가 '올드보이' 처럶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은주씨가 최민식씨처럼 관객에게 그 역할을 강렬하게 전달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이은주씨도 그리고 미스캐스팅한 감독도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각본, 좋은 영상도 배우의 연기가 미진하면 영화가 금방 시들어 버리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