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상식과 잣대로 혹평하기엔 오랜만에 나온 수작이다.
소설<주홍글씨>의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낙인' 이다.
영화<주홍글씨>에서도 바로 이러한 인간의 원죄인 악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일까 ?
선과 악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 누가 선과 악의 기준을 만들었는가 ?
일반적인 상식과 잣대로 이 영화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불륜, 치정에 얽힌 관계들.. 복잡하면서 도덕적 관념에 어긋나지만 관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소재.
인간, 남자, 여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자.
인간은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남자는 머리 속에 80% 이상은 '여자'와 관계된 것들을 생각한다.
이 영화는 한 남자, 강력계 형사인 기훈의 욕망을 표현했을까 ? 그리고 기훈과 관계된 두명의 여자와 살인사건의 한명의 여자 사이의 미묘한 욕망을 그린 작품이였나 ?
아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선과 악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감정에 충실한 사랑에 대한 다양성과 인간의 삶과 그 속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기훈(한석규) 가희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 하지만 그는 수현을 택했다. 가희에겐 자신의 닮은꼴처럼 똑같은 모습에 반하였다.
나르시즘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 이미지에 이끌린다고 한다. 가희를 사랑한 건 어쩌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같았을지도 모른다..
수현은 그에게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게 한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가진 정숙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적이며 현숙한 이미지의 수현을 아내로 택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었으며 아내 수현을 사랑했고, 자신과 똑같은 매력적인 가희도 역시 사랑했다..
이 남자, 너무 욕심이 많은 것일까 ?
일반적인 상식으론 욕심많고 이기적인 남자다. 아니, 어쩌면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였을지도 모른다. 이미 가정을 가지고 아내가 있으면 바람을 피우면 안된다. 내연의 불륜관계는 비도덕적이며 해선 안되는 일이다.. 금기..., 금지된 비도덕적인 행위로 비난받을만한 일. 이건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이며 사회적 통념이다.
어쩌면 수현에겐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완벽한 가정을, 가희에게는 열정적인 사랑을 느끼며 삶을 유지하려고 했던 이기적이며 욕심 많은 남자였을 수 있다. 완벽한 삶을 꿈꾸었을까 ?
하지만 기훈은 가희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자신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린다. 남자의 여자에 대한 욕정과 욕심도 있었겠지만, 사람이 태어나서 단 한사람만 사랑할 수 있다면 이미 이 지구의 대부분의 생명체는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인간은 동시에 2명의 인간을 사랑할 수도 있고, 3명일 수도 있고 더 많을 수도 있다..
기훈은 가희를 더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이상적인 아내의 수현에겐 가정의 평화로움을 느꼈겠지만, 가정이란 범주를 생각하지 않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그냥 사랑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사랑을 했던 한 남자였을 뿐이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길 바랬지만 감정이 느끼는 대로 살아온 한 인간이였고 그저 그뿐이다.
그는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되고 냉혹하게 한명을 정리하지 못한 불쌍한 인간이였다. 아니, 어쩌면 어떤 여자를 정말 사랑하는지 모르는, 사랑에 대해 잘 모르는 인간이였을지도 모른다.
가희(이은주) 그녀는 양성애자다. 동성친구 수현과 사랑을 나누었고 기훈을 만나면서 새로운 , 그녀에겐 정말 진정한 사랑을 알게해준 ,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준 기훈을 사랑했지만, 기훈은 수현을 택하고 그녀는 떳떳하지 못한 불륜이란 관계를 유지하면서까지 기훈과 사랑을 나눈다.
한 남자를 떠나지 못하고 정에 이끌리는 대로 감정이 허락하는 대로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친구 수현이 자신을 너무도 사랑하여 가희를 뺏기고 싶지 않아 기훈과 결혼하게 된 걸 알지만 그녀는 그러한 비밀을 숨긴다..
그저 사랑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했을까 ?
그녀는 아이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기훈이 그녀에게 병원에 가자는 말에 버럭 화를 낸다. 자신의 배속에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가 있는데 아이를 지우기 위해 병원에 가자는 말을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들었을 때 그건 거의 죽음과 같은 절망이였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공인된 관계와 내연의 관계란 이런 차이일까 ?
한 여자는 모든 사람에게 공인되어 아이를 가졌을 때 축하를 받고 다른 한 여자는 말할 수도 없고 심지어는 아이를 중절수술까지 하며 지워야 하거나 숨어 지내야 한다... 가희는 후자쪽이다.. 한 남자를 사랑한 대가가 너무도 큰 불쌍한 여자다.
수현(엄지원) 그녀는 현숙한 기훈의 아내다. 조용하며 기훈에게 고분고분한 아내다. 그러나 그녀는 기훈과 결혼했지만, 기훈의 내연의 연인이며 자신의 친구인 가희를 정말 사랑했다.
사랑하는 가희를 잃고 싶지 않아 자신이 기훈과 결혼한 여자.
사랑하지 않는 남자 기훈의 아기를 중절 수술로 지운다..
그녀가 정말 원한 것은 무엇이였을까 ?
그녀 또한 사랑 앞에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면서까지 사랑에 맹목적이였던 한 여자다.
경희(성현아) 남편의 살해 현장에 있었고, 용의자로 지목된 사진관을 운영하는 여자다.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다. 사진관의 한 손님을 사랑하게 되었었고,남편외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여자.
남편이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었던 것일까.
그녀는 남편의 살려달라는 말에 끔찍한 결혼생활을 떠올리며 그를 살해함으로써 자유로와졌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사랑은 상처였었다..
언젠가 부터 스릴러의 장르는 '반전' 이라는 말이 꼭 따라다닌다. 고무줄 없는 팬티, 앙꼬 없는 찜빵인가 ?
반전은 스릴러의 하나의 묘미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스릴러물은 미스테리적인 요소 또는 호러 등이 가미되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스릴러로서의 가치가 있는데 언젠가 부터 대중들에게 인식되어온 "스릴러= 반전" 이란 공식은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암시적인 느낌, 살인사건에 대한 궁금증과 기훈과 수현, 가희의 삼각관계에 대한 전개 방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을 뗄 수 없었다.
엘레강스한 영상과 음악은 어우러져 화려하면서도 왠지 고독한 인간의 내면과 삶을 표현하듯 외롭고 허무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시나리오 전개 방식도 탄탄했다.
무엇보다 한석규씨를 비롯한 배우들의 감정처리가 잘 되었고 깔끔했다. 미묘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잘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트렁크 씬에서는 기훈과 가희의 죽음에 대한 공포, 폐쇄적 공간에서의 인간의 심리, 그리고 삶에 대한 인간의 절규, 집착 등이 잘 드러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공포속에서 이성을 이미 잃어버린 두 사람의 연기..
한석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삶을 포기한 듯한 가희,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인간의 모순적이면서 이중적이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한 절망, 삶에 집착하는 인간의 심리를 극도록 잘 표현했었던 장면이였으며 트렁크 안에서 영화 시작시 부른 음악을 기훈은 미친듯이 따라 부른 장면은 가히 압권이였다..
두 사람, 갇히면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왜 트렁크 안을 택했을까 ?
일반적인 상식선에선 쉽게 이해가 안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의 방식을 영화 내내 느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사람은 서로가 한 몸이듯 그렇게 찾았었고, 격정적으로 사랑했으며 상식과 이해를 뛰어넘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며 서로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그저 맹목적인 사랑, 서로에게 중독된 그런 사랑의 하나일 뿐이다.
사랑에 여러 종류가 있듯이..
어느 하나의 기준과 잣대, 상식선에서 이해하고 평가하기엔 복합적이며 꽤 다양한 삶에 대한 사고와 생각들을 가지게 해 준 영화다.
사랑의 방식엔 공식이 없다. 인간의 삶에도 정해진 공식이 없다.
각자가 그때 그때 판단하여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며 사는 것이다.
이 영화 또한 주인공들은 사랑에 대하여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살았고, 사랑의 상처와 아픔을 지니게 되는 인간의 삶과 사랑의 다양성, 상처, 고통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항상 그렇듯 광고로 기대가 큰 관객에겐 영화를 보고난 후엔 실망이 크다.
난 영화 제목과 삼각관계의 불륜을 다룬 스릴러라는 것 외엔 언론 플레이, 광고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었었고, 닥터무비스트에 올라온 몇가지 글들만 읽어 본 거외엔,보고 싶어서 봤던 영화였다.
영화를 볼 때는 항상 감독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시나리오의 전개 등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나서의 느낌은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적인 여운이 남는다는 것으로도 스릴러로서 괜찮은 작품이였고 인물의 심리 묘사가 충분히 잘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닥터무비에서 이 영화에 정신병이 반전으로 나온다고 해서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었다. 이 영화에선 정신병과 반전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싸이코도 나오지 않는다.
기훈, 가희, 수현 이 세사람의 얽힌 관계는 사랑이였다.. 조화가 되지 못한 어긋난 사랑으로 각자에겐 '상처'와 '아픔'의 흔적이 남는다.
기훈이 맡은 살인사건의 목격자이면서 용의자인 '경희'. 그녀는 남편과 같이 사는게 정말 끔찍했던, 그저 평범한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한 가정주부다.
영화는 3명의 사랑이란 굴레에 얽힌 관계에서의 미묘한 심리적 묘사와 이 세사람과 관계없는 별개의 살인사건의 경희라는 인물을 엮으면서 사랑한 여인을 죽여 가슴에 낙인을 찍은 기훈과 남편외에 사랑하는 남자가 있고, 남편과 사는게 지옥과도 같아 살인했던 경희라는 인물을 통하여
'인간에게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 ?'
' 사랑하면 모든게 용서되는 것일까..?'
'사랑은 과연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 를 관객에게 물음으로써 끝을 맺는다.
제작사 측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스릴러 영화를 마케팅 할때 제발 반전과 엮어 홍보하여 실험성과 작품성이 있는 영화의 주제를 흐릿하게 만들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물론 '스릴러영화하면 곧 반전이 있어야 스릴러물이다 ' 란 해묵은 시선과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하여 그런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많아 홍보 전략을 세웠을지도 모르지만, 제작사는 이 영화의 마케팅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스릴러는 반전이 재미'라고 느끼는 대다수의 관객들의 공감대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대중성과 상업성이 짙은 영화는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스릴러는 곧 반전이다." 에 큰 의미를 둔 관객은 이영화를 보지 마라 !!
하나의 단편적인 시선과 생각으로 이 영화를 보면 작품의 묘미와 재미에 빠져들 수 없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비고 : 가끔 영화를 본 소감란에 자신의 친척, 동생까지 동원하여 아이디 만들어 개봉시기 비슷한 다른 영화에 대하여 난도질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몰상식한 비상도적인 행위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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