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래도 일단 관심을 받는 다는 거라고 본다. 어떤 작품들은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려 좋니 안좋니 말이 많고 그런 영화는 대략 흥행도 영 실패는 아녔던 거 같다. 보고나서 욕하고, 그 말이 맞나 확인하기 위하여 또 보고 ^.^; 정말로 아주 형편없다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을 뿐더러 보지도 않는다. 아마, 한석규의 재기(?)작, 영화제 폐막작의 타이틀때문에 그런탓도 있겠지만. 주홍글씨, 개인적으론 조금 실망이다. 사실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기대가 조금만 낮았다면 그럭저럭 괜찮게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제 때 네 배우와 감독을 다 봤다. 한동안 침체기였던 한석규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고, 정말로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도 영화제 때 뜨거운 성원에 입가에 웃음이 내내 걸렸었지. 이은주역시 좋아하는 여배우다. 그녀의 실제모습은 드라마로 보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흥행은 뭐 만족스럽진 않았어도 인터뷰라는 영화분위기를 참 좋아했기때문에..변혁 감독 작품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했다. 옆으로 샜네. 아무튼 이래저래 보고싶었고(무비스트에 올라온 주홍글씨평들은 나도 깜작 놀랐다. 한꺼번에 시사회를 보고와선 이렇게 적었나 했다ㅋ 그래도 그렇지 너무했다)
개인적으론 반전이 맘에 안든다. 뜬금없이 어디 딴데 있는 걸 거기다 갖다 붙였다는 느낌. 저기서 왜 갑자기 저런식으로,,란 느낌이 들었다. 시종 엄지원의 무표정이 좀 으시시했는데, 그녀가 무엇인가 하나를 터트릴 걸로만 생각했지만 반전은 전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솔직히 말은 되네..라고는 생각했지만 공감이 가는 멋진 반전은 아녔다.(반전을 기대하진 않았다..영화마다 무슨강박관념처럼...뭘까) 그리고 한석규의 총. 그것도 무엇인가 터트릴 줄 알았지만, 장착하는 시간을 몇번씩이나 보여준 것과는 별개로 희미한 역할만 하고 말았다. 사진관 남자와 여자도 좀 더 매력적으로 엮을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조금 겉도는 느낌이랄까. 형사의 사생활과 사진관 살인사건 해결과정은 서로 교차될 뿐 긴장감있게 유기적으로 쫘악 풀어내질 못했다. 트렁크씬은 황당한 구석이 있었지만(그들이 거기에 갇히면 꼼짝할 수 없을 거라는 데에 한치의 이견도 없어야 하는데...왠지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의 절규가 와닿지 않았다. 실제로는, 주의력만 있으면 나올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는 왜 트렁크안에서 함께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강물에 뛰어들려고 한걸까. 죽을려면 진작 함께 죽지. 설마 몸씻으러 물에 들어간건 아니지?(농담) 사실 그는 공주같은 부인을 집안에 앉혀두고 다른여자를 즐겨왔다.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았으며, 부인과 그녀와의 관계에 큰 충격을 받는 거 같지도 않았다. (차라리 이은주가 고백했을 때 그 때 소리없이 죽었어야 오히려 결말이 깔끔할 듯 보였다) 덧붙이자면 이은주의 집은 왜케 잘사나. 그녀는 카페서 노래를 부르는 여잔데 얼마나 돈을 많이 벌길래...너무 보여주기 위한 장치같아 보여 좋지만은 않았다. (부모가 잘살수도 있지만) 아무튼 눈요기는 실컷했지만. 한 여자의 순결함을 요구하고(중절을 못견뎌했다. 자신은 마음대로 놀고...그리고 그가 치른 댓가는 뭐였을까. 차라리 쿨하기나 했으면) 한석규의 연기에 대해선 탁월하다기 보단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웠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론 음악이 멋지게 어우러졌다. 음악이 참으로 많은 말과 느낌을 얘기해준단 생각이. 초반, 자동차에서 한석규의 입모양이 곡에 딱 맞아떨어질때 와~!싶었다. 이은주 노래씬에서 고음올라갈땐 진짜 째즈가수 못지 않았다. 그녀의 분위기가 노래에도 확실이 묻어 있단 느낌. 아무튼 이 영화는 미스테리보단 격정적인 멜로에 훨씬 가깝다. 한석규가 이은주와 일과 엄지원을 오가며 줄다리기를 하는 것과 그들이 엉켜 망가지는 것들을 재미있게(?)봤다면 말이다. 자기가 그러니 사진관 여자에게도 대뜸 '남자있죠'라고 묻던게 기억나네. 개눈엔 뭐만 보인다고 ^.^ 물론 그 말도 사실이 되긴했다. 나는 한석규의 살인사건 해결장면에서는 다른 형사물들을 떠올리면서 봤고(공공의적에서 설경구는 얼마나 카리스마가 있던가! 류승완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면 형사란 어떤거다라는 걸 리얼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석규의 양복차림이 실제론 잘 입지 않지만, 현실감 결여라고 거품물지 않고 좀 특별난 형사라고 좋게 생각해보기로 한다. 강력계 형사라면 대체로 일터지면 긴시간 잠복에 언제나 조폭 비스무리 한 인간들이랑 어울리니 옷차림도 대체로 케쥬얼에 깍두기 스타일이며, 양복을 입더라도 신발은 언제나 달릴 수 있는 운동화를 신는. 대체적인 형사는 그렇더라도 이 범주에 너무 맞추지 않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가끔은...독특한 스타일도 있는 법! 주홍글씨 형사는 클래식컬하다. 음악에 빠져들 줄 알고, 옆에 있는 두 여자 전부 음악을 한다. 그런 그가 양복을 입고 일을 한 들, 뭐. 이해해준다.
기억에 남는 몇몇장면. '라이타불'하나가 평범하고 일상적인 케잌 열개보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석규가 차를 몰면서 노래를 부르는 초반씬. 이은주 노래씬. 그리고 트렁크설정. 트렁크에 갇힌다는 것은 다소 비현실적이라 해도 거기서 찍은 장면들은 강렬했으며 나름대로 멋졌다 그러나,,전체적구성에서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어서 문제지.
이 영화 곳곳에서 변혁감독의 나름의 개성을 발견한다. 때로는 감성적이고 때로는 강렬한 장면하고 독특한 설정에서 그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번엔 좀 더 강도가 세졌지만 확실히 그만의 무엇이 있긴 한 듯하다. 사진관여자와남자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독립영화 단편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름대로 꽤 괜찮은 소재들을 엮었음에도 왠지 매끄럽지 않은 스토리라인. 한접시에다가 맛있는 음식을 섞어 먹어서 무슨 맛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거 같은 뭐 그런. 멋진장면이 꽤 많았는데...보고나서 조금 아쉽고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직전에 본 2046이 자꾸 생각났고, 알포인트가 생각났고..너무 밋밋한 화면에 스릴러, 미스테리 특유의 어두우면서도 명암이 강조되는 조명빨도 좀 받았으면..하는 생각도 났고..(세븐같은거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엔딩때는...음악쪽만 눈여겨 보게되더라. 오케스트라연주때 뒷모습이 혹시..변감독? 했는데..엔딩을 보니 변감독 맞네. 아무튼 잘봤고..좋게 마무리 하자면 강렬한 몇몇장면과 더불어 분위기를 압도하는 탁월한 음악들 때문에 감탄했지만 아무튼 조금 아쉬운 영화다. 변혁감독의 좀 더 매끄러운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04. 10. 29 www.cyworld.com/inb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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