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무척 사랑하던 심은하가 영화계를 떠난뒤..
이렇다하게 스크린을 대표할만한 여배우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간 물망에 올랐던 전도연, 고소영 등이 있었지만,
사실 심은하에 비해 뚜렷한 이미지도 없었고
선이 굵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심은하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던 카리스마를 따라올 만한 여배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이은주가 그 공백을 조심스레 메꾸려 한다.
아니.. 당차게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은주는 사실 그간 팬층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폭넓은 편은 아니었다.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녀를 뚜렷히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이번 영화를 보면 마음이 돌아설 듯 싶다.
매우 복잡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다.
베드씬만 해도 그렇다.
사실 노출이라면 이미 오수정에서 보여준 그녀지만,
그 땐 사실 남성의 시각에 맞추어진 캐릭터였고,
때문에 베드씬에서도 매우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러나 이번엔 베드씬에 감정을 넣었다고 해야 하나..
야하다는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내내 안쓰럽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한번에 담아내야 하는 가희..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소박하고 여린 가희라는 여성을
이은주 말고 또 누가 표현할 수 있었을까..
후보를 추려보지만 마음에 드는 이가 없다.
이제는 감히 여배우 트로이카를 넘어.. 이은주의 독보적인 전성시대라 해도 될 것 같다.
주홍글씨를 통해 이은주라는 연예인이 아니라 여배우를 얻게 되어서 참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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