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하나 건졌습니다..
올해 다른 한국영화들 나름대로 괜찮지만 그저 괜찮은 정도였는데 '알포인트'.. 2004년 최고의 한국영화일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예감을 강조한 이유는 아직 2004년이 많이 남았다는것과 또 연말쯤 되었을때 다시 생각해보면 그저 괜찮은 영화였지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생각해봐도 올 한국영화 베스트1에 오르지 않을까 싶어요.. 뛰어난 영화입니다..
다음부턴 스포일러가 포함될수도 있는데..
'손에 피 묻힌자 돌아갈수 없다' 영화중간에 나오는 글귀인데 이 한마디가 영화의 내용과 영화의 메세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영화볼때의 긴장감도 대단하지만(영화중반 이후엔 신경줄을 팽팽하게 세우고 보아야 합니다) 다보고 나면 가슴속이 울컥울컥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들, 최소위를 포함한 모두들 기본적으로 다들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영화초반 자신을 죽이려했던 베트콩여인조차 차마 죽이질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모두 처참하게 죽어가거나 살아도 눈을 잃고 거의 반송장상태가 되지요..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았지만 피를 묻혔고 전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놀음'에 휘말리면서는 그들은 죽어갑니다..
마지막 왜 장병장을 살렸을까(비록 눈은 멀었지만) 집에와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바로 피의 역사가 순환된다는걸 보여주고 싶었겠지요.. 내가 원하든 원하지않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베트남전처럼) 아님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지금의 이라크전 파병처럼)..
누가 전쟁을 일으켰던 전쟁이라는 역사앞에서 개인은 너무도 무력하기만 합니다..
영화를 보고난뒤 귀신에 홀렸든 귀신이라는 존재가 상징적이듯 귀신에 의한 죽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결국 서로를 죽인건 서로간의 불신이었고.. 사람간의 일이지요 어쩌면 이 영화는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의 외피를 쓰고있긴 하지만 어쩌면 귀신은 하나의 맥거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좀 헷갈리는게 영화 중간중간 귀신의 시점숏이 나오는 부분이 있어서)
공포물이긴 하지만 결코 깍깍거리게할(이쯤에서 올여름 초반에 본 '페이스'가 떠오르네요.. 깜짝쑈로 일관한 공포물이었지요 )공포물이 아니라 슬픈 전쟁영화라고 하는게 낫겠지요.. 올초 본 '태극기 휘날리며'를 떠올리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가 어째서 좋은영화인지 알게됩니다... 천만이 봐야할 영화는 바로 이런영화인데 말입니다..
10여명(엑스트라들을 제외한.. 하지만 그 엑스트라 대부분이 시체임^^)을 중심으로 일정한 장소에서(좁은장소에서) 복닥거리면서 진행되는 영화라 자칫하면 지루해질 여지가 많은데 오히려 좁은공간과 적은인원을 제대로된 연출로 짜임새있게 잘 살려더군요...
긴장감이 대단하거든요.. 또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더 높아진다는것이 장점이구요..
다들 잘하지만 감우성연기가 눈부십니다..(오늘부터 감우성팬해야겠다 주먹을 불끈쥐기까지) 눈을 잃고 살아남은 장병장역의 오태경도 좋구요.. 아니 다들 잘합니다.. 잘된 영화보면 저기가는 엑스트라의 뒷통수도 연기를 잘하듯이요..
이런게 연출의 힘이겠지요..
각설하고.. 이 영화를 보면 그저 나하나 착한마음쓰고 남 해코지안하고 살아간다고 잘사는것이 아님을..
역사라는 거대한 틀속에서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살아야 하는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