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개인적으론 가능하다면 반드시 봐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공포라기 보다는 놀이공원의 놀래킴과 다름없는 한국 공포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독특한 소재에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공포를 표현하고자 한 시도 자체가 가치 있다고 느끼니까요....뭐, 게다가 제가 워낙 귀신 나오는 공포영화를 좀 싫어해서...^^....
여자친구가 바람의 파이터 보자는 거 우겨서 이거 봤는데, 크크.....여친은 별로 잼 없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영화의 미덕은, (앗...이하는 스포일러일 수도...)
1) 소재의 참신함
: 무엇보다 군인이 주인공이라는 점,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 여자가 아닌 남성 주인공이라는 점 등 여타의 공포영화와는 다른 확실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실종된 부대에서 계속되는 무전이 들어오고, 이를 찾기위해 수색대가 보내진다는 설정 등등.....상당히 흥미를 돋구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2) 절제된 공포의 표현
: 이 영화에서는 여고괴담 류의 귀신 텀블링 같은 건 없습니다....문 열면 그 안에 귀신 있는 장면도 없습니다.....천장이나 비디오에서 갑자기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 나오는 장면도 없죠.....즉, 순간순간 사람을 놀래키거나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 보다는 전체적으로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등장인물 들 간의 갈등이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의 괴기함 등등....시각적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더 내면에서 우러나는 공포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외국 영화들에서 이러한 류의 공포는 이미 많이 시도되었습니다만,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합니다....
한 가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순간은 오히려 빨리 진행되는 느낌입니다.....무슨 얘기냐면, 주인공이 죽거나 혹은 귀신(환영)이 등장해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들이 길게 진행되지 않고, 금새 해결이 됩니다.....첫 번째 정 일병의 죽음 장면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구요...두 번째 부비트랩 밟아서 죽은 사람도 비교적 금새(부비트랩 밟는 장면은 나오지도 않았죠..) 사건이 진행되었구요....또 진 중사가 동굴 같은 곳에서 시체 발견하는 장면도 재빨리 지나갔죠......보통의 공포영화라면 이런 장면들에서 보여줄듯 안 보여줄듯 아주 길게 관객을 긴장시키죠....
이 영화에서는 이런 식의 사건 중심의 공포보다는 오히려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등장인물들간의 갈등과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 등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증폭시켜 나가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아마도 여타의 공포영화보다는 훨씬 덜 무섭다고 느낄 지도 모르겠습니다.....사실상 비명 지르는 관객 한 명도 못 봤거든요.....
또 하나, 마음에 든 점은 음향 효과입니다.....객관적으로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워낙 고음의 비명이나 갑작스런 공포 효과음을 싫어해서......여기서는 상당히 절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 배우들의 연기
: A+ 감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들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당연히 아쉬운 점도 많이 있습니다......우선,
1) 구성상의 개연성의 부족
: 등장인물 들의 갈등이나 그들이 느끼는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다면, 당연히 그 공포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다만, 외부적인 것은 내부의 공포가 드러나도록 촉매역할을 해주겠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디까지나 공포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외부적인 것입니다....바로 전쟁으로 인한 베트남의 아픈 역사, 아마도 그 때 죽어간 억울한 혼령들이겠죠......등장인물들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특별히 과거에 나쁜 잘못을 저질렀다든가 하는 인물들이 없죠......다만, 진 중사만이 조금은 베트콩에 대해서 아주 잔혹했었다라는 언급이 잠깐 나오죠.....그 외 인물들은 형을 대신해서 군대온 친구, 장의사 집 아들, 군대 취사병 등......정말 평범한 인물들입니다.....이들에게는 아무런 내적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물론 피 묻힌자 돌아갈 수 없다라는 글을 보면, 아마도 전쟁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여타의 귀신영화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감독이었다면, 등장인물들을 좀더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 숨기고 싶은 과거를 가진 불완전한 인물들로 설정을 해서 서로간의 갈등과 외적 공포를 결합시키고자 했을 것 같습니다.....뭐, 생각해 보니 이것도 헐리웃 영화에서 많이 나오니까, 그렇게 새로울 것 같진 않습니다만....그래도 좀 더 내용전개에 개연성이 확보되지 않을까요?...
우스개 소리로, 제 여친은 병사들(소대장이랑 진중사 제외)이 모두 성병에 걸렸었기 때문에 벌 받은 거라고 하네요....^^....다만 안 걸렸었던 18살 짜리 병사만 살아남은 거고......짬밥 병사만 성병이었다고 해도, 아니라는 군여..크크...^^...
2) 결말의 허무함
: 너무 열악한 촬영지여서 막판에 찍다가 힘들어서 그랬는지.....결말이 너무 성급하게 끝나버린 느낌이 있습니다....충분히 좀더 이야기를 끌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갑자기 한 장소에서 거의 다 죽어버리니까, 좀 허무하더군요.....진 중사가 죽고 나서, 무전병이 빙의되었을 때 관등성명 대게 하고, 거기에서 마무리 지은 다음에...좀 더 소대장과 나머지 병사들만으로 끌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그 때는 이미 진 중사가 확실히 빙의되었었다는 게(혹은 미쳤었다는 게) 나머지 병사들에게도 알려졌으니까, 새로운 갈등구조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상임다....
다쓰고 나니, 간단한 말을 너무 길게 썼군요......^^....잠이 안와서리......
영화 즐감하십시오.....
아.....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어떤 분이 마지막에 감우성이 왜 조금 비껴서 자기 앞에 있는 귀신을 쏘라고 하지 않고, 자기를 쏘게 했는지 말입니다...누군가 질문하셨던 것 같은데요.....제 생각입니다만, 귀신은 총 맞고 죽지 않습니다....그리고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귀신이 보이는 감우성으로서는 귀신이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은 이제 자기가 빙의가 된다는 걸 의미하죠......그렇다면, 그 때 죽는 것은 18살 짜리 눈 다친 병사 아니겠습니까?.....그래서 귀신이 자기에게 빙의되는 순간 자기를 쏘라고 한 것 아닐까요?.....그를 살리기 위해서 말이죠.....실체적 존재로써 존재하지 않는 귀신인 이상 귀신이 사람을 죽일 순 없구요.....영화에서도 귀신이 직접 사람을 죽인 것은 없죠.....결국 마지막에 한 명은 살아남게 되는데, 자기가 아닌 소년 병사를 살렸다고 생각합니다.....어차피 자기가 빙의되게 되면, 소년 병사를 죽이게 될거고, 그 상황을 막고 싶었던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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