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호러라~ 이 얼마나 새롭고 흥미로운 소재인가~ 포스터나 예고로 미리 만나본 알포인트는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나의 기대감을 200% 자극하기 충분했다. 시사회장에서 감독님의 무대인사까지~(감우성씨가 나오지 입원하셔서 못나오셔서 아쉬웠지만) 보고 기분 정말 좋았다.
줄거리는 생략하고 바로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영화를 보기 전에 과연 작전지역 알포인트에는 무슨 비밀이 숨어있고 어떤 사건들이 벌어졌으며,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에 대한 나름에 상상력을 발휘해보기도 했는데...
헌데 막상 실제로 접하게 된 내용은 미스테리에 그쳐있었기에 매우 아쉬웠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복잡한 매듭을 풀다가 중간에 포기해 버린 듯한 느낌이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무전에 이끌려 도착한 알포인트라는 저주받은 땅. 어찌어찌하여 부대원들은 결국 거의 죽어버리고... 괴기스런 무전은 또 다른 누군가를 부르듯이 계속된다는.. 사건의 원인이나 해결책은 결국 미궁에 머물러 있는 그런 밑도 끝도 없는 막연한 미스테리. 너무 막연하기에 그것이 전율스런 공포감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그 귀신소녀의 존재의 당위성을 짐작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영화에서의 해설이나 복선도 필요한데, 그런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결국 그 많은 대원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그 소녀였단 말인가?????? 왜 소녀는 사람을 죽여야 했는가????? 공포에도 어느정도의 동기부여는 필요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음산한 분위기(특히 그 건물은 정말이지 훌륭한 공포의 배경인 것 같다)와 누구가가 지켜보는 듯한 시선의 앵글 등은 좋았지만 내용적으로 볼 때 사건사건이 벌어지는 긴박감이 좀 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타이트하거 스피디하게 진행했다면 공포영화의 긴장감을 더 극대화 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영화보기 전에는 서로를 의심하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심리전도 볼만 할 것 같았는데, 그런 장면이 썩 비중있게 다루어 지지는 않는듯.
감우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고 전반적으로 괜찮은 영화였지만, 공포영화치고는 안 무서웠다.(원래 내가 무서움을 별로 안타기는 하지만..참고로 여자임.) 대원들이 갈대밭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장면. 번개 속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묘지. 마지막에 귀신소녀의 얼굴이 클로우즈업 되는 부분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나마 가장 무서운 장면인 듯하다.
이 영화의 공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사람들의 죽음?? 아니다. 귀신소녀?? 아니다. 단순히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것, 귀신이 출몰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공포를 만들기에 부족하다. 공포를 유발시키기 위해서는 영화와 관객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고리가 필요하다. (공포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들도 그렇겠지만) 그 고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감독을 비롯한 연출 및 작가들의 몫이 아닌가 한다. 알포인트는 전반적으로 충분히 음산하기는 했지만 그 분위기를 공포의 절정에까지는 도달시키지는 못했다.
영화는 알포인트의 기이한 실종의 미스테리에서 시작하며 또 거기서 끝이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이 철저히 미스테리일 뿐이다. 철저히 미스테리의 재확인에 그쳐버린 내용. 정말 괜찮은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충분한 공포감을 선사해주지 못했기에 별 10개중 6개를 주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