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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죽음 앞에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그 광기에 대하여... 태극기 휘날리며
winygom 2004-03-30 오후 3:41:39 1045   [2]
이 영화 보려고 무진 애쓰기를 몇주입니다.
아시다시피 워낙 연극 보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지라
그리도 유명한 태극기를 이제서야 관람했습니다.
전 액션영화, 특히 전쟁영화를 아주 싫어합니다.
그 피튀기는 씬들 앞에서 그저 영화라고만 생각하고
눈뜬채 봐줄수 있는 담담함이 제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장면들이 그저 영화일 뿐이라며 태연히 볼수 있는 사람들을
저는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죽음이 얼마나 잔인한 아픔인지 모르는 분들이실 테지요.

몇년 전 어떤 교수님께서는 요즘 상업 영화들이 얼마나 잔인해져가고 있는가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첨엔 1명을 죽여도 끔찍해 하던 관객들이
이젠 대량학살 장면을 봐도 별 느낌없이 받아 들인다는 겁니다.
군중은 소리없이 더 많은 인원이 더 잔인한 방법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아야만 감흥을 느낍니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그로 인해 영화의 좋고 나쁨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말씀 그대로 전쟁 영화이기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정말 잔인하게 죽어는 가는 것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상영시간 내내 전쟁 씬에서는 두눈을 가린채 외면하였기에
그 CG나 분장예술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말하듯 장족의 발전을 하여 허리우드 블럭버스터를 따라 잡았는지 어떤지는 관심도 없습니다.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런 부분과 일맥상통합니다.
비쥬얼한 면보다는 드라마틱한 요소와 스토리 전개 부분을 관심있게 보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러 들어가며 사람들의 입소문에 기대도 하였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처럼
이 영화가 과연 나도 울릴 것인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물론 눈물이 유난히 많은 저지만 유치한 감정 장난으로 억지 눈물을 유도한는 영화를 보면
오히려 눈물이 마르는 신기한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요.

결론은... 울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슬퍼서가 아니었습니다.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던 한국전쟁을 표현하는 단어 민족상잔의 비극...
교과서에서나 반공영화에서나 많은 한국전쟁 관련 매체들을 통해 그 사실을 모르던 바가 아니라 새삼스럽지도 않았습니다.
원빈과 장동건처럼 잘생긴 배우에 뻑갈 나이도 아니고 남들 뻑갈 나이에 주위 사람 비웃던 건방진 소녀였던 터라 잘생긴 배우들 얻어 터지고 죽어 나가는 게 안타까워서도 아니였습니다.

제가 눈물을 흘렸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살기어린 광기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눈물을 흘렸던 장면은 바로
형 진태가 동생 진석이 갇혀 있는 포로수용소가 퇴각 명령과 함께 소각되고
죽은 동생의 시체가 놓인 잿더미 속에서 동생에게 선물한 만년필을 확인하는 순간
광기와 살기로 소각 명령을 내린 상관을 돌로 찍어 죽이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진태는 걷잡을 수 없이 미쳐 갑니다.
전 그 장면을 보면서 7년 전 느꼈던 그 살기를 내 몸에서 다시 한번 느끼고
온몸을 떨며 울어야 했습니다.
전쟁과 이념 그 따위가 무엇이기에...
진태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을 것입니다.
오직 동생을 지키겠다는 일념...
그 하나만이 국방군의 무공훈장을 따기 위해 사지에 뛰어 들게 하고
붉은기를 휘날리며 살인마처럼 사람들을 죽이게도 하였겠죠.

저도 민족이란거 전쟁의 아픔이란거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7년전의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았을때 느꼈던 감정을
저 사람도 느끼고 있는것이겠지 싶어서 그게 가슴이 아팠던것 같습니다.
그것이 전쟁이던 시위현장던 교통사고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 그것은 이념을 뛰어넘는 것이겠지요.
이념이라는 알량한 이름앞에 강대국들이 두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서로를 쓰러 뜨렸던 그런 시대를 다시 한번 돌이킨다면
무능했던 조상들이 지금 우리들에게 비난을 받듯
우리 또한 50년 후쯤 손가락질 받는 조상이 되어 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국가가 나를 위해 해준것이 없습니까?
내가 애써 손을 들어준 그 정치인이 나를 실망시켰습니까?
그래서 이제 관심도 없고 외면하려 하십니까?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나를 사랑하고 투표를 하는 것은
대단하게 국가를 사랑하기 때문도 아니며
어떤 정당, 또는 어떤 정치인이 승리하게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런 착각 거두십시오.
우리가 관심을 갖아야 하는 것은 내 아이들에게 내 자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아주 오랜 후 내 후손들이 그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냐고 무덤앞에 물어 온다면
유관순처럼, 안중근처럼 목숨바쳐 나라를 지키려 했다 말하진 못해도
너희에 대한 애정과 나 자신에 대한 신념으로 역사를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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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2004, TaeGukGi: Brotherhood Of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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