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지워지지 않는 전쟁이란 커다란 상처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점점 우리는 이러한 아픔을 잊어가기만 하는 것 같다.
일제, 6.25 전쟁을 겪으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떠 안고 살았는가...
중 1때 가족들과 함께 갔던 독립기념관에서 나는 전시물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일제 시대에 겪은 아픈 상처들을 차마 눈으로 보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 3 수능을 마치고 갔던 서대문 형무소에서도 두려움에 치를 떨며 친구 어깨에 얼굴을 파묻기만 했다.
엄마는 내가 아직 현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어린애!이기에 그렇다고 하셨다.
' 그래. 나는 아직 어리지. 그렇다해도 일제시대의 끔직함과 전쟁이라는 건 나에겐 가장 두려운 존재일꺼야'
얼마 전..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했다.
어마어마한 액수를 들여 찍은 전쟁영화. 이것이 내가 영화를 보기전 알고 있던 전부였다.
물론, 장동건과 원빈이 주연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눈물이 범벅이 되었을 뿐더러 내 머릿속은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무심하게 할 정도로 복잡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건 내가 지금까지 느꼈던 공포감보다도 훨씬 두렵고 무서운 존재였다.
내가 이 스크린 하나에 2시간 반 동안 보고 느낀 두려움이 이거라니,,
실제 50년 6.25전쟁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겐 얼마나 두렵고 가슴아픈 일이었을까....
보는 내내 가슴이 찢어지고 터져버릴 것 같아 이를 악물기를 몇 차례였다.
몇 년전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이 영화의 한 부분과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셨다.
부대 전체가 인민군에 포위 당해 몇 주를 먹을 것을 굶고 지내시다
부대원 중 단 몇 명의 생존자 중 한명으로 간신히 살아남으셨던 분이셨다.
단, 왼쪽 손가락 네개를 잃으셔야 했지만....
살아계실 때 할아버지는 서너시간을 해도 모자랄 전쟁 얘기를 하시며 눈물을 흘리시곤 했다.
우리 한국민의 가슴속에 숨어있던 무언가를 들춰낸 의미있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앞에 말했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느꼈던 감정들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깨우치려 했던 부분이 아니다.
가장 많이 느끼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전쟁 속에서 가족의 행복이라는 작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싸워야 했던 두 형제의 아픔이었다.
전쟁기술에 놀라는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닌,
우리에게 가장 애뜻한 감정인 가족애를 느끼게 해주는 감동이 가득하기에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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