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동안 많은 한국영화들이 대내외적으로 인정 받으며 영화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데 이어 2004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실미도]가 국내 최다관객 동원기록을 깨는 등 다시한번 한국영화들이 그 힘을 보여주고 있다.그런가운데 기획부터 제작까지 항상 관심과 이목의 집중대상이 되었던 [태극기 휘날리며]는 꽤나 떠들썩한 홍보와 이슈로 2004년의 시작과 함께 일찌감치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쉬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포문을 열었고, 최고의 흥행기록과 동시에 한국영화붐을 일으키기도 한 강제규 감독과 이제는 영화배우라는 이름이 익숙한 미남배우 장동건과 수많은 여성팬을 가진 아시아의 스타 원빈이까지 이 세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태극기 휘날리며]는 올해 가장 주목 받고, 기대와 호기심을 한 몸에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무엇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국영화로서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 에서는 그다지 보기 드문 전쟁영화라는 점과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씬 레드 라인][라이언 일병 구하기]등 거대한 자본과 스케일의 헐리웃 전쟁영화만 봐오던 우리나라 관객으로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50년 6월, 조용하던 나라는 갑작스런 북한군의 습격과 동시에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진태와 진석 형제 또한 전쟁을 피해 갈수는 없었고, 결국 군인들에 의해 강제 징집이 되기에 이른다.시체 썩는 냄새와 총소리,폭격소리로만 가득한 폐허같은 전쟁터에서 두 형제에겐 유일한 희망이자 유일한 용기가 바로 서로의 존재이다.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통해 진태와 진석이라는 두 형제의 우애,전쟁으로 인해 점차 파괴되어 가고, 거칠어져 가는 인간의 모습,그리고 전쟁이 가져다 주는 잔인함과 비극을 스펙터클 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나간다.한글 하나 모르지만 구두닦기를 하며 동생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듬직한 장남 진태,아직은 어리지만 가슴 따뜻하고 인정많은 동생 진석은 그 어떤 형제들보다 질기고 끈끈한 형제이다.형 진태의 동생에 대한 애정은 자신의 모든것을 희생할 정도로 헌신적이다.이처럼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이란 상황 속의 두 형제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슬픔과 비극적인 현실을 더욱 가슴에 와닿게 해준다.쏟아지는 폭격과 총탄 속에서 진석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고,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희생시키려는 진태의 모습은 보는내내 가슴을 찡하게 해준다.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을 오가는 상황 속에서 형제간의 끈끈한 애정을 끊지 않으려 애쓰는 진태와 진석의 모습에서는 한국전쟁의 비극과 맞물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시린 아픔을 느끼게 해준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전쟁이란 그 아픈 상처를 들추어냄과 동시에 그 속에서 보여지는 죽음과 비인간성,잔혹함등으로 관객들에겐 충격과 함께 전쟁이 가져다주는 슬픔을 느끼도록 해준다.그래서 [태극기 휘날리며]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감정과 메세지를 전달해준다.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를 만들어 낸 동족상잔의 비극 육이오 전쟁은 우리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에겐 피부로 와닿는 아픈 기억으로,아직 어린 세대들에게도 수없이 배워오고 들어온 크나큰 비극의 역사로 기억되어 있을 것이다.그래서 아마도 영화를 보는내내 그 아픈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전쟁의 잔인함은 관객들의 가슴을 내내 아프게 할 것이다.특히, [태극기 휘날리며]가 여느 전쟁영화보다 우리에게 가슴 깊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껏 영화에서 접한 적 없는 한국전쟁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형제끼리 총을 겨누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죽어가는 동료들과 걸을때마다 밟히는 시체더미 속에서도 자신의 사람을 위해 또다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 그 모든것을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이러한 전쟁의 비극적인 모습과 함께 영화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전쟁으로 인한 두 형제의 변화와 형 진태의 파괴이다.전쟁이란 상황 속에서도 오로지 동생 진석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려 하는 진태의 눈물겨운 희생은 점차 전쟁의 잔인함과 비인간성으로 물들어 가고 결국 자신의 이성마저도 잊은 채 오직 동생만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 만들어낸 동물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그런 형의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동생 진석의 불안함과 안타까움은 결국 형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고 이 두 형제의 모습은 전쟁으로 인해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이러한 변화를 통해 전쟁의 잔인성과 비극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것이 바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전쟁영화로써,그리고 우리나라의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로써 더욱 가슴 아프게 와닿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힘든 전쟁이라는 소재와 그 속의 찡한 가족애를 전해주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또 한가지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분에 넘칠정도로 충족시켜준다.소름끼치도록 실감나는 전쟁묘사와 보는내내 감탄이 나오는 전투씬들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우리나라의 전쟁영화로써 그 모습을 충분히 갖추었음을 느끼도록 해준다.두밀령 고지 전투,평양 시가지 전투,낙동강 방어선 전투,압록강진지 퇴각 전투 등 우리나라 영화에선 시도해본적 없는 화려한 전투씬들은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수천명의 엑스트라와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과 귀를 놀라게 하는 폭격씬, 남한군과 북한군의 총격씬과 격투씬등은 전쟁영화가 주는 스펙터클과 장대한 스케일을 온 몸으로 실감나게 해준다.뿐만아니라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씬 레드 라인]등 유명한 헐리웃 전쟁영화 못지않게 실감나는 전쟁터 묘사는 한단계 나아간 한국영화의 발전에 다시금 놀라게 해줄것이다.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철저한 영화적 기술과 많은 자본으로써 한국형 전쟁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놀아운 성장을 보여준다.그리고 영화를 보는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사로 잡는 배경들 또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내세우는 가장 큰 볼거리이다.합천, 대관령, 김제, 부산, 부천, 경주, 양구, 곡성, 전주, 태백 등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로케이션한 화면들은 전쟁영화의 리얼리티를 더욱 더 살려주고 있다.이러한 로케이션 장소들과 더불어 버스와 열차,전투기,피난민들의 모습 등 완벽하게 재현해낸 1950년대의 시대적 모습들은 전쟁묘사와 더불어 영화를 한층 더 실감나게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슈를 모으는 요소는 바로 감독과 배우의 이름때문일 것이다.[쉬리]이후 4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의 신작소식과 함께 배우들의 캐스팅은 최고의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다.[쉬리]라는 영화 한편으로 이른바 한국영화 최고의 대박을 터뜨렸던 강제규 감독이기에 꽤나 뜸을 들인 신작 [태극기 휘날리며]는 다시금 강제규 감독의 연출력에 기대를 걸게 했을 것이다.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한 장르인 전쟁영화라는 점은 감독의 연출력이 크게 좌우되기에 관객들은 내심 불안함도 가졌을것이다.그래서일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영화가 끝나고 더욱 업그레이드 된 강제규 감독의 연출력과 수단계 높아진 한국영화의 발전에 큰 만족감을 느끼며 나오게 될것이다.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내세우는 두 미남스타 장동건과 원빈의 연기 또한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키며 영화에서 크게 빛을 발한다.[친구]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미남스타에서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장동건은 이번 영화에서의 진태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야말로 소름끼치도록 실감나고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평범한 일상에서 전쟁으로 인해 점차 파괴되어 가고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진태라는 캐릭터는 장동건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살아있는 표정연기로써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특히나 전쟁씬에서의 격렬한 액션연기는 영화에서 더욱 눈에 띌것이다.그리고 TV나 영화에서 그 인기에 비해 이렇다할 연기평가를 받지 못한 원빈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해내며 영화에서 장동건 못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전쟁이란 삭막한 상황에서도 인정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형에 대한 믿음을 변치않는 진석의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을 원빈 특유의 나즈막한 대사톤과 깔끔한 표정연기로 자연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다.장동건과 원빈이라는 두 화제의 배우에 가려져 있지만 이은주,공형진등 많은 조연들의 연기와 김수로,최민식등의 우정출연 또한 영화를 더욱 힘있게 만들어 준다.진태의 약혼녀이자 전쟁 속에서도 진태의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희생하는 영신이란 캐릭터를 차분하게 표현해낸 이은주와 영화에서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하는 공형진의 감칠맛나는 연기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전쟁영화로써 가질 수 있는 지루함과 딱딱함을 덜어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팬들이라면 [태극기 휘날리며]는 제목만이라도 알고 있을법한 그런 영화일 것이다.그만큼 많은 화제가 된 작품이고,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한데 뭉쳐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데 부족함이 없다.그렇지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러한 겉치장과 요란한 홍보만으로 평가하기엔 그 속이 너무도 멋지고 알찬 영화이다.지금껏 볼 수 없었던 우리 영화계에서 선보이는 제대로된 전쟁영화로 조금의 손색이 없다는 점과 이름에 가려 이렇다할 평가를 받지 못한 두 미남배우의 호연을 통해 배우로서의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그리고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가슴 한 구석의 아픈 역사로 남겨진 한국전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 모든것들을 통한 한국영화에 대한 자긍심까지 느끼게 되는 그야말로 잘 된 한편의 한국영화임에 분명하다.그렇기에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제 헐리웃 영화들 보다 더욱 참신한 스토리와 앞선 기술들로 많은 사랑을 받는 한국영화들의 등장 속에서 올 한해 어쩌면 가장 인상에 남고, 가슴 한 켠에서 강하게 각인될 멋진 한국영화가 되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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