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참으로 미스테리한 단어입니다. 세상의 단어 중에 이만큼 넓은 포용력을 가진 단어도 없다고 보거든요. 뭐~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습니다. ‘사랑’ 중에서도 연인을 향한 예쁜 사랑은 참 부러운 풍경입니다. 특히나 연말연시에 커플들이 넘쳐나는 길거리 인파 속에 있다보면 더 할 나위 없이 외로워지죠. 세상에 오직 나 혼자만 외로운 것처럼 느껴져서 어디 사람 없는 곳으로 피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러브 액츄얼리]는 바로 그 결정적 시기에 커플들을 즐겁게 하고 솔로들을 애타게 하는 영화더군요. 처음에는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본 사람들의 평이 좋은 영화라며 보라고 추천하길래 봤습니다.
런던을 배경으로 영화 속에는 여러 가지 사랑이 교차합니다. 수상으로 취임하자마자 부하 직원에게 feel이 꽂힌 그, 그의 동생은 바람을 피는 남편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의 부인을 사랑하는 남자,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동료 때문에 애를 태우는 회사원, 동급생의 사랑을 얻고 싶어하는 아이의 첫사랑,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죽은 아내를 떠올리는 새아빠가 있습니다. 이별의 슬픔을 잊기 위해 프랑스 햇살을 찾아온 작가, 자신이 한 물 갔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록스타와 그 록스타 옆에서 오랜 시간 함께 달려온 매니저.... 사랑은 이렇게 다양한 색깔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군요.
[러브 액츄얼리]는 옴니버스처럼 보이지만 등장인물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서 다시 하나의 커다란 틀 안에 들어가는 영화였습니다.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도 전혀 산만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이야기에 무게가 쏠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안배한 감독의 시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중에 찾아보니까 [노팅힐]과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리차드 커티스라는 사람인데 이번 영화로 감독과 각본 1인 2역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좋은 배우, 좋은 이야기를 잘 살려낼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재능이죠.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 영화를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실 거예요.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하더군요. 사랑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졌다나요?! 전 친구의 부인을 사랑하는 남자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왜냐하면 그냥... 크리스마스잖아요.’도 그렇고, 돌아서면서 중얼거리던 혼잣말 때문이었어요.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멈춰야 할 순간을 알고 그걸 실천한다는 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어려운 선택을 내릴 줄 아는 지혜... 사랑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시기에 어쩌면 가장 사랑을 잊고 지내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에게 [러브 액츄얼리]는 뒤늦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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