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는 관객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심한 혼란을 제공한다..왜?왜?..이 끝없는 의문은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풀리기 힘들다..
영화의 스토리는 얽히고 설켜서 보는이에게 마치 정육각면체 퍼즐을 맞추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하나의 면을 완성시켰다는 느낌이 들때쯤..다른 면이 일그러지고..그 일그러진 면을 맞추어 나가다 보면..완성되었다 싶은 면이 다시 일그러지는..
이런 장르의 영화(미스테리의 성격을 띤..)를 자주 접한 사람들은..영화에 의도적으로 설정된 물음표들을 따라잡아 그 끝에 자리잡은 느낌표를 획득하는데 익숙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게 쉽지 않다..하나의 물음표가 등장해서 그 물음표를 따라잡아가면..또 다른 형태의 물음표가 등장하고..그 물음표 뒤에는 또 다른 물음표가 등장한다..하나의 사건을 위한 복선들이 얽혀져 있다고 생각할 때쯤..그건 그렇지 않을껄..하는 또 다른 물음표가 뒷통수를 친다..하나의 에피소드를 완성하기 위한 복선이 아니라..각자의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는 복선이다..그리고 그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완성된 축을 지닌다..
결과적으로는 그 물음표들의 어지러운 난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되면..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고..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고의적인 의도가 아닐까 싶다..영화안의 인물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갑자기 두 아이의 영혼에 의해서 자신 스스로 봉인한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정원(박신양 역)이나..기면증을 앓으면서 타인의 과거를 떠안아야 하는 연(전지현 역)이나..그런 인물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관객에게 짖궂은 방식으로 전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이 볼 수 있음에서 무언가 동질감을 느낀다..하지만 연에게서 자신의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되고는 깊은 혼란에 빠져든다..그리고는 연에게 주었던 믿음을 다시 지워내려 함으로써 믿고 싶지 않은 과거로부터 도피하려 한다..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꽉 채워진 4인용 식탁 뿐..
어찌보면 치밀하게 나가려던 이야기가 다소 빈약한 틈을 타고 갈피를 못잡는 경향도 보인다..어지럽게 늘어진 의문점 뒤에 진전되지 못하는 결말을 향한 갈증도 느껴진다..
혼란스러움..이영화가 주는 최고의 미덕이자 부작용이 될 듯 싶다..
머리아플 정도로 어지럽게 조각처럼 흐트러진 이야기 구조에서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줘나갈 두뇌회전을 반복해야 요구하는 영화이지 싶다..그리고 그 두뇌회전 끝에 그 조각들을 맞춰내지 못했다면 그 허탈감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그리고 그 조각들을 맞추다보면 무언가 논리성을 입증하기 힘든 부분들에서 또 다른 현기증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영화?..글쎄다..물론 공포스러움을 조성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하지만 무언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눈에 보이는 공포는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짙게 덮어진 의문위에 막연한 두려움을 계속적으로 잔잔하게 지속시켜 나가는 면은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추고 싶은 진실을 털어놓은 기억이 있는가..자신의 진실을 털어놓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 중에는 억압된 비밀에서의 해방된 쾌감이 있다..그와 함께..자신의 숨겨진 진실을 털어낸 솔직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대방에 대한 불안감이 도사린다..
이 영화에는 겉과 속이 다른 현대인들에 대한 질타가 있다..어떤 이에게는 이렇게..또 다른이에게는 이렇게..서로 웃으며 다가가는 그 만남의 내면에는 서로에 대한 진실된 믿음이 아닌 필요성에 의한 가식적인 미소가 잠재되어 있다..그렇기에 정작 자신이 털어놓고 싶은 비밀의 발설에 한없는 구속을 받을 수 밖에 없다..자신이 믿어주기 힘들기에..타인의 믿음조차 의심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진실을 안다는 것이..때론 모르는 것보다 불행일 수도 있다..
'당신..미쳤어!!'..연(전지현 역)이 정원(박신양 역)에게 내뱉은 이 대사는..과거의 진실을 오늘날의 행복과 맞바꿀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경고다..그걸 무시한..아니..이해하지 못하는 정원은 결국 그 불행한 과거와의 거래에 응하게 되지만..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사람이 있다면 알겠지만..4인용 식탁에 잠자듯이 앉아있던 두아이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예고편은 사람들에게 마치 어떤 귀신 영화가 아닐까..하는 호러영화적인 기대를 하게 만드는 연막작전과도 같았다..나름대로 그 연막작전에 성공한 듯 하다..나 역시 그런 예상을 하고 영화를 접했으니까..지 그 아이들이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매개체였음을 깨닫고 난 뒤에 그와 더불어 더욱 혼란감이 가중되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필요성이 있는 영화다..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스스로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조금은 미약하여..관객들에게 그 힘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다만 자극적인 공포를 원하는 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길 요구한다..분명..재미없다..라는 단순한 영화로 폄하해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자신이 봐야 할 영화가 아니었을 뿐인데..재미없다..라는 말로 영화를 평가내려 버리는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이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순간적으로 심장을 멈추게 하는 공포보다는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두려움을 심는 영화다..얽히는 스토리에 혼란을 느끼고..그 암울하게 내려앉은 분위기 자체가 공포인 셈이다..
몇달전 개봉했던 장화,홍련을 보더라도..미장센만으로도 그 영화의 느낌을 얼마나 살릴 수 있는가..라는 것이 증명되었다..이 영화도 미장센이 탄탄하다..스토리를 받쳐주는 시각적인 이미지와 음향요소의 구조가 적절하다..요즘 우리영화에서 나타나는 쾌거가 아닌가 싶다..
배우들의 변신?..원래 배우는 천의 얼굴을 지녀야 하는 법?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좋겠지만..그 이미지 안에 갇혀버린다는 딜레마를 무시할 수는 없다..
엽기발랄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무표정하고 다운된 톤의 목소리로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한 전지현..얼마전 똥개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정우성에 비하면 조금 더 성공적인 연기 변신이 아니었나 싶다..(그래도 정우성은 멋있다..라는 말은 결론적으로 그 너무나도 잘난 얼굴의 핸디캡을 벗어내기에는 연기가 강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다..)하지만 아쉽게도 2% 부족해 보인다..두려움에 떨며 울부짖는 그녀의 연기는 다소 약간 허전함이 남는다..
박신양..멜로연기 전문배우의 이미지를 떨쳐내며 달마야 놀자에서 코믹연기변신을 했던 그가 또 다시 변신을 꾀했다..나름대로 어울리는 연기였다는 생각이 든다..그가 배우로써 나름대로 완숙한 면이 있다는 사실은 결혼하고 싶은 남자 몇순위 안에 드는 배우라는 사실보다 당연하다..다만 그의 울먹이는 연기를 보면 편지의 데자뷰가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이미지에 갇히는 건 무서운 일이다..
제목이 4인용 식탁이라는 점..어찌보면 이거도 하나의 연막이 아닐까 싶었다..마지막 순간까지 도대체 식탁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이 뭐야?..라는 의문점은..아~그렇구나..하는 결말에서야 풀어진다..정원이 스스로 감당해내지 못하는 과거의 진실을 연에 대한 의심으로 돌림으로써 외면하려 할때..연은 그 믿음을 증명시켜주기 위해서 조금은 과격한 방법으로 4인용식탁을 채워버린다..4명이 모인 그자리가..진정한 4인용 식탁이 아닐까?
비밀은 계속된다..그 원인은 필요없었다..그 4명이 모인 그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생각안에서 존재하는 공포가 완성되는 것이다..
'사람들은..무엇인가를 겪었을 때 믿는 게 아니에요..사람들은..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때 믿을 수 있어요..'
영화를 보고..식탁을 보기가 두려워 질지도 모르겠다..혹시 두아이가 보이더라도 안심해라..그아이들은 쓸때없이 주온의 빌어먹을 망령처럼 사람에게 이유없는 위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다만..그대가 무언가 외면하고 싶은 과거를 지녔다면..조금은 두려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