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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 [4인용 식탁] 불편하고 허무한 심리 드라마 4인용 식탁
mvgirl 2003-08-11 오후 5:19:07 1774   [2]
2003년 여름은 한국 공포영화의 중흥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포를 코드로 한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했고 또 개봉 대기 중이다. 영화 <장화, 홍련>의 인상적인 흥행과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의 흥행에서의 선전, 거기에 이제 막 개봉한 공포 스릴러 <4인용 식탁>과 개봉 대기중인 <거울 속으로>에 대한 소식은 여러모로 관객에게 기대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싸늘한 공포의 한기로 많은 쓸어버리려는 듯 한국이라는 정서에 맞게 자극적이거나 잔인하기보단 차갑고 싸늘한 분위기의 세련되고 다양한 공포의 분위기로 관객을 이끌 만 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막 개봉한 영화 <4인용 식탁>.
하지만 <4인용 식탁>은 기대(?)했던 것처럼 공포스런 화면이나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공포영화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비극적 현실의 불우한 과거를 지닌, 냉정한 현실 속에 우울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슬픈 그러나 섬뜩한 심리를 다룬 심리 드라마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그런 이 영화가 사람들을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가는 공포 스릴러라는 예상을 하게 한 건 어느 순간 귀신을 보게 된 남자에 대한, 타인의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스터리 한 여인의 비범한 듯 신비스러운 이력에 대한에 설정이 이 영화를 공포영화로 지레 짐작하게 한 것 같다.

평범한 배경의 불우한 이력의 주인공이 있는 조금은 불편한 느낌의 심리 드라마.
아주 일상적인 느낌의 겉모습 속에 감춰진 차갑고 우울한 현실의 세태를 비정하게 시종 건조하고 우울하게 보여주는 심리 드라마 <4인용 식탁>은 평범하고 익숙한 아파트 촌을 배경으로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어쩐지 단절된 느낌의 건물 모습이나 인간간관계들, 간직하고 내보일 수 없는 개인의 불우하거나 아픈 과거나 능력 등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그러한 처지 때문에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장벽이나 비정함으로 느끼게 되는 우울한 세태나 현실은 뉴스 속에나 있을 것 같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해 그런 내용의 면면이 익숙한 듯 낯설게 느껴져 보는 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이는 귀신이나 잔인한 장면으로 느껴지는 조금은 가공된 공포의 느낌보다 현실감이 가미된 더한 섬뜩함으로 다가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시종 긴장하며 극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보여 주기는 하지만 우울한 현실을 지나치게 냉소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에, 그들의 우울한 삶이 점점 극으로 치닫게 되어 파멸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서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은 영화 때문에 더 우울해 짐을 느낀다. 현실의 벽이, 거스를 수 없는 삶의 한계에 대한 느낌은 관객을 점점 불편하게 한다. 영화를 외면하고픈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영화와 비슷하게 현실의 비정함이 섬뜩함으로 치달아 나를 불편하게 하였던 <복수는 나의 것>이 외적인 현실에서 오는 비극이었다면 마음속의 우울함에서 기인된, 너무도 평범한 근대적 가족의 모습에서 기인된 일상적인 삶의 공간 속에서 보여지는 영화는 그때의 섬뜩함 보다 더한 섬뜩함으로 나를 더 불편하고 안타깝고 또한 답답하게 했다. 짜증이 났다.

지나치게 주인공에 집중된 그래서 불친절 해져버린 줄거리
정원에게 갑자기 보여지는 죽은 어린아이들의 모습, 이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 그가 반복적으로 꾸는 악몽의 이미지와 그것과 연관된 정원의 불우한 과거, 연의 절친한 이웃언니 정숙에게 있었던 불우한 사건과 그것의 이면에 감추어진 연에게 짊어진 힘겨운 삶의 무게, 영화는 이 두 가지 사건을 축으로 각각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줄거리를 전개시킨다.
정원의 일상 모두를 뒤흔들고 한편으로 그가 잊었던 과거의 불우한 환영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흔들려버린 정원의 생활에 연이 개입하게 되는, 두 어린아이의 죽음, 하지만 이 두 어린아이의 죽음은 정작 영화의 줄거리나 흐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다만 또한 과거를 보는 연과의 만남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지 않는 듯하다.
다만 연과의 만남이 그 아이들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할 뿐이고 영화의 분위기를 공포스럽게 해주어 공포영화로 착각(?)하게 하는 구실을 제공할 뿐이다.
연은 정원이 보고 있던 지하철 속 아이들의 모습을 본 것이 아니라 그가 그것을 계기로 다시 되살아난 떨쳐내지 못하는 정원의 과거 속 어린아이들의 망령을 본 것이다. 그녀가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과거를 보는 능력을 가진 것이기에 그녀가 정원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망령의 이미지는 정원의 과거 속 불우한 죽음을 맞이한 그 아이들일 수 밖에 없으므로..
정원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에게 보이는 귀신은 단지 지하철 속 그 아이들에게만 한정되어 있고 그에게 다른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 아님을 감안하면 그에게 끊임없이 보여지는 지하철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자신의 과거 속 아이들의 모습의 중첩이다. 그는 지하철 속 아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실제로 그가 보고 있는 건 과거 속 어린아이들의 망령이다. 그러니까 연과 정원은 실제론 같은 망령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형태의 망령을 보고 그들 사이의 공감(?)을 이끌어 내어 같은 처지라 생각한 것 같다.
정원이 고통스러워하는 비밀을 한눈에 본 여자 연, 그의 불우한 과거를 알려주고 또다시 운명의 힘겨움에 고통받게 되는 연, 타인의 과거가 보이는 그녀가 유독 불우한 과거들만 눈에 띄는 그녀는 정원에게 잔존해있는 그의 곁에 머물고 떠돌고 있었던 과거의 망령을 인식하고 알려줌으로써 그와의 인연을 맺는다.
그러면서 정원과 연은 같은 고통을 공유하게 된다. 정원은 죽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것을 계기로 되살아난 잊고 싶었던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에 의한 연은 그런 그들의 고통의 실체를 당사자에게 일깨워 줘 그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그들이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하는 모습 때문에 감당해야 할 고통을 공유한다.

주인공 정원과 연의 끈끈해져 가는 관계나 점점 밝혀지는 정원의 과거, 그리고 이에 따라 벌어지게 되는 주인공들의 파국은 영화의 전체적 줄거리를 형성하는 데는 그다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정원에겐 그를, 그가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비롯한 단란한 가족이 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이에게도 가족에게도 그에게 찾아온 은밀한 고통을 이야기하지, 이야기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다만 근원을 알 수 없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신비의 여인 연에게만 유일한 구세주인 양 절박하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나 싶을 정도로 집착하고 집중한다. 따라서 극중에 배치된 정원의 주변 인물들 정원의 아버지, 여동생 그리고 약혼녀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진행에 크게 도움이 못 되는 오히려 극을 산만하게 하는 불필요한 존재인 주변인으로 전락되어 버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모습은 연에게도 마찬가지로 보여진다.
그녀에겐 이혼을 앞두고는 있지만 남편도 있고 시어머니도 있다. 더구나 지금은 재판 중에 있지만 그녀와 절친했던 정숙이 있다. 더구나 정숙과 관련된 사건은 지금 그녀가 맞닥뜨리고 있는 삶의 무게나 고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이지만 정원과 연관된 일련의 사건(?)들이 너무도 중요하게 비춰지는 영화의 흐름 때문에 어쩌면 연의 실체를 고통을 보여줄 가장 중요한 조연일지도 모르는 정숙의 에피소드와 사건의 실체는 극중에서 흘러가듯 스쳐 지나가 극중에서 외면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된다.
후반으로 진행되는 극은 단지 정원과 연에게만 국한된다.
정원에게 보여지던 어린 소년들의 망령의, 과거들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마치 커다란 전환점을 맞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 커다란 전환점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조금은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억지스럽다. 과거를 애써 부정하려는 정원이나 불우했던 과거에 연연해 하지 않는 담담한 모습의 정원에 비해 그런 모습에 오히려 더 동요되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연, 과거를 부정하는 그의 태도를 오히려 절망적으로 받아들이고 절망적으로 행동하는 연의 모습은 드라마를 비극으로 만들어야 만 한다는 감독의 강한 의도가 빚어낸 오류처럼 보인다.
따라서 그런 마지막을 선택하는 영화는 그 엔딩 때문에 더 애매하고 허무해 지며 앞서 보여졌던 주변의 상황이 전혀 정리가 되지 않은 체 모호한 상태로 게운치 않은 마무리를 한다는 느낌을 주어 짜증이 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불필요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 또 하나. 정원과의 오래된 연인으로 시종하고 행복하고 자신있던 모습을 보이던 약혼녀의 캐릭터. 시종 그녀의 존재가 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심하게 하고 그녀가 단지 연과 함께 있는 정원의 모습에 그를 의심하고 사랑에 회의하는 태도를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갑작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솔직이 주인공이 왜 결혼을 앞두고 있는 설정을 해야 했는지 그 자체에 대해 의문스럽다.
주인공을 산만하게 하고 극을 산만하게 하는 그녀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으면 더 좋았다고 생각된다.

영화 <4인용 식탁>은 영화의 줄거리가 지니고 있는 애매모호함 때문에 극중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엉성한 관계 때문에 불편함, 불친절함 그리고 불쾌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게운치 않은 영화처럼 느껴진다.
영화가 보여주는 전체적인 내용, 불우한 과거나 그로 인해 발생되는 사건들 그리고 종국에 보여지는 비극적인 모습의 주인공,에 대한 불편함 등장인물간의 성긴 관계, 정원과 연, 정원과 약혼녀, 정원과 그의 가족 그리고 연과 그녀의 남편 등,나 명확하게 묘사되지 않은 캐릭터들에 대한 불친절함이 확실한 공포도 아니고 사람의 심리에서 기인된 은근한 공포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적 성격 때문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로 보여진다.
비정한 현실을 빗대어 영화 속에 냉소적으로 상징되는 현실의 모습들, 비정한 부모에 의해 죽음을 맞아 지하철에서 발견된 두 어린아이의 주검, 자신의 아이를 아파트에서 떨어뜨리는 비정한 어머니의 모습, 정원의 불우했던 과거에서 보여지는 어린아이들의 비참한 죽음과 정원의 과거, 정숙의 과거에서 비쳐지는 삶에 대한 처절한 욕구, 연의 과거와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인물들의 시선 등,을 효과적이고 세련되게 표현 등, 영화의 부분 부분, 감독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었던 현실과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우울함이나 두려움에 대한 감독 자신의 섬세한 표현은 다른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한 독특하고도 차별된 심리극의 분위기를 주기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분에 한정되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에만 한정된다.
처음 영화를 연출하는 신인 감독이어서일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영화에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감독의 욕심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각각의 내용을 주인공 정원과 연만으로 이끌어 가기엔 그 캐릭터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주변인물들과의 조화로운 구성이 많이 아쉬운 영화처럼 보인다.
각각의 캐릭터가 맡은 바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배려를 했다면, 극중 등장인물들이 좀더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그들이 간직한 에피소드들을 좀더 정확히 표현, 극의 구성을 좀더 섬세하게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볼만하기는 하지만 어딘지 허무한, 주인공들이 열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어쩐지 겉도는 듯한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 <4인용 식탁>은 여러모로 아쉽기만 한 작품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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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2003, The Uninvited)
제작사 : 영화사 봄, 싸이더스 HQ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4t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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