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는 전개가 긴박하고,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에 길들여진 나의 시각에 편안함을 주는 영화다. 밀양은 익히들어 친숙하지만 한번도 가보지못한 낮선곳이다. 그 곳에서 벌어지는 중산층이하의 소시민들의 이야기. 곽경택 감독의 얘기에써 빠지지는 않는 남자들의 주먹이야기. 약간은 공감하기 어려운 여자들의 이야기...그리고 아버지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 재료들 각각의 맛이 어우러져 다른 맛이 나는 샐러드 처럼...조금씩은 다르지만 영화라는 이름아래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밀조밀 맛을 내고있다.
참 좋았던 장면은 아버지(김갑수)와 똥개(정우성)이 밥상앞에서 계란후라이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정말 맛있게 먹다가 계란후라이를 아버지가 다 먹어버리자 밥맛을 잃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려하는 그의 표정은 안쓰럽기까지 하다...ㅋ
처음부터 내걸고나선 정우성의 망가짐은 역시나 성공이다. 그치만 그는 뭘해도 멋지다; 사투리로 하는 대사가 가끔가다 전달이 안됬지만..그건 배우의 역량부족이라기보단 내가 사투리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관객이기 때문이라고 수긍한다. 타이틀로 내걸은 정우성보다 더 흡족했던건 엄지원이었다. 평소에 크게 눈에 띄진 않았지만 TV에서 간혹 얼굴을 비추던 연기자였는데...이 영화를 통해서 참 매력있는 배우가 되있었다. "씨바 예리한 년"..그 대사는 잊혀지지가 않는다...ㅋㅋ
곽경택 감독하면 생각나는것은..강한 남자의 캐릭터,사투리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여자들이다. 사실 조금은 그런점이 불만이기도 하지만...곽경택의 영화에선 여자는 멋있고 강한 남자에 비해 나약한 아래계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있다. 똥개에서도 여자들은 다방 레지나 안마시술소의 안마걸 등으로 나온다. 물론 내가 여자라서 그런 생각이 들 수 도있었겠지만...
마지막의 철민과 진묵의 오랜 격투씬...(진묵의 말대로 니캉 내캉 다이다이...ㅋ) 보는 사람조차도 지칠 정도로 길고 조용했다. 멋있는 발차기와 기술이 들어가는것도 아닌..그저 있는대로 내휘두르는 주먹질들... 파이트 클럽을 연상케 하지만, 단순한 주먹질이 아닌..그들의 지금까지의 쌓인 감정들이 주먹휘두르기 한번, 목조르기 한번, 발차기 한번에 녹아있는걸 알 수 있었다. 결국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똥개처럼..한번 잡고 늘어져 놓지않는 철민에게 승리가 돌아가고...이겼는데도 철민은 털썩 주저앉아 눈물 콧물 질질 흘려가며 그렇게 서럽게 운다. 그때 철민의 나레이션은 엄마 얼굴이 보고싶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참 맘에 들었던건 철민의 나레이션이었다.
왜 영화를 보고 재미가 있네 없네 리얼리티가 사네 안사네 내러티브가 어쩌구 저쩌구...이러는질 모르겠다.... 솔직히 똥개를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주제가 없다는 것이다. 감독이 무슨말을 하고싶었는지..알수가 없다는 건데... 이 영화에선 그런것 을 가려내는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냥 눈에 보이는 장면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한 영화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