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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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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5 오전 9:37: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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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이다. 올해 스무살이 된 사람들이 태어나던 그 해, 필자는 터미네이터를 처음 극장에서 만났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 눈을 쓰윽 도려내던, 발음조차 우왁스러운 '터미네이터' 와의 몸서리치던 첫 만남은 일생동안 잊혀지지 않는 특수효과를 내 뇌속 깊히 찔러넣었다. 그로부터 7년 후,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던 약속 - 'I'll be back' - 을 지키기 위해 그가 돌아 왔을 때 전 세계는 역사상 가장 앞선 영상기술을 선보인 [Terminator 2 : 심판의 날] 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고 그 유명한 터미네이터의 작별인사 '아스탈로 비스타 베이비' 에 슬퍼하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꺼진 그의 불빛이 살아나기만을 기다려 왔다. 터미네이터 1,2,3편을 모두 극장에서 본 극소수의 한명인 필자는 [Terminator 3: 기계의 반란] 에 쏟아진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 들 따위는 애시당초 안중에 없었다. 그저, 그가 돌아만 와 준다면 모든 것은 다 용서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판권 문제, 제임스카메론의 감독고사, 배우선정 문제 등으로 무려 12년을 허비한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야기가 결국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의 손에 넘겨졌을 때 'Breakdown' 이나 'U571'에서 독특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만끽한 관객들이라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12년 동안, 잊을 만 하면 TV로 재방송 되어진 덕에 [터미네이터 2] 에 대한 기억은 초강력 방부제 속에서 변질 없이 존재해 왔다는 점이다. 터미네이터를 세상에 내놓은 제임스카메론이 '2편보다 더 훌륭한 3편을 만들 자신이 없다' 는 이유로 감독직을 고사했을 때부터 애시당초 3편은 애물단지 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Terminator3:기계의 반란]은 돌아온 터미네이터와 함께 훌륭히 임무를 완수했다. 가장 걱정되었던 줄거리 또한 우려할 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심판의 날(Judgement Day)'이 오는 것을 막아냄으로서 잘 마무리 되었던 2편의 끝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매끄러움도 설득력 있었고 기계의 반란과 그로 인해 다시 찾아 온 '심판의 날' 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 이상이었다. -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기에 - 부인할 수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매력은 남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육중한 액션 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있다. 최근 몇년동안 특수효과의 눈부신 발전은 'Matrix' 와 같은 특출한 영화를 만들어 냈지만 터미네이터만이 선사할 수 있는 묵직한 파괴본능은 남성들로 하여금 오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액숀'가면을 씌어준다. 그러나 [T3 :기계의 반란]은 아쉽게도(?) 전편의 진행방식을 철저히 답습하고 있다. 무모하게도 관객 모두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방식 그대로인데, 이는 철저히 계산 되어진 결과이거나 혹은 전혀 그 반대 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강력해진 액션과 첨단 터미네이터의 등장은 필수조건인데, 그 주먹에 맞아 죽어도 황홀할 것 같은 미모의 터미네이터 T-X의 놀라운 모습도 이미 12년 전에 상상력의 한계를 경험하게 했던 액체 터미네이터 T-1000 과 견주어 보면 그다지 새롭지 않다. - T-X가 다른 터미네이터들의 우두머리 라는 설정은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것을 상징한다 - 이렇듯, 결정적인 핸디캡을 갖고 있는 [T3 :기계의 반란]일지언정 '멋지다'는 한마디를 던져주고 싶은 진짜 결정적인 이유는 '터미네이터' 고유의 스타일과 향기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올해 57세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당당함이다. 그를 빼놓고 터미네이터를 상상할 수는 없을진대, 강도 높은 근육훈련과 보톡스 주사로 무장한 우리의 터미네이터는 12년전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게 한다. 그리고, 단순히 액션영화의 그것과는 분명 Feel 이 다른 무지막지함과 두 터미네이터 의 치열하고 강렬한 부딛힘에서 오는 파열음의 미학은 12년만에 돌아온 '터미네이터' 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어보인다. 특히 초반부의 고속도로 추격씬은 전편 초반의 오토 바이 추격씬 만큼 스릴있지는 못하지만 2억불의 제작비가 말해주듯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 시키는 초대형 액션을 선보이며 저절로 탄성을 끌어낸다. 그리고 두 터미네이터의 1대 1대 격투씬은 오히려 전편의 그것보다 더욱 잔인하고 강렬해졌다. 더불어, 어떻게 기계문명이 인간을 파멸시켰는지에 대한 전말을 눈으로 보여줌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스토리 완성을 이루고 있다.
역사상 가장 멋진 엔딩씬 중에 하나인 T2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T3의 엔딩씬 또한 T1의 최후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삽입함과 동시에 19년을 끌어온 바로 그 '심판의 날' 을 맞이하는 우리의 '존 코너'가 활약하게 될 것으로 짐작되는 [Terminator 4 :'인류 승리의 날']을 기대해 볼 수 있게 한다. 극장을 나서며 누군가 말했다. '다음에는 환갑 넘은 터미네이터를 볼 수 있겠네' 라고.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선거에 뛰어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시골마을 청년이 전세계 보디빌딩 대회를 석권하면서 '코난'과 '터미네이터'의 출연으로 영화, 사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케네디가의 식구가 되면서 이제는 공화당과 손잡고 역사상 두번째의 영화배우 출신 주지사를 꿈꾸며 더 나아가 미합중국 대통령을 꿈꾸는 이 끝내주는(Terminating) 인생역전의 사나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그 야말로 우리시대의 'TERMINATOR' 가 아닐 까 생각해 본다. 환갑이 다 된 나이를 감안할 때, 불가능에 가까운 액션연기를 선 보이며 우리에게로 돌아온 터미네이터... 그를 20년 전부터 보아 온 팬이라면 그 누구도 [Terminator 3:기계의 반란]에 이의 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마워. 돌아와 줘서...
Filmania 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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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Terminator III : Rise of the Machines)
제작사 : Village Roadshow Entertainment, Intermedia, Toho-Towa, C-2 Pictures, VCL Communications GmbH, Pacific Western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t-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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