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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살의 거침없는 솔로예찬 <싱글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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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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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gu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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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4 오후 10:2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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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살의 거침없는 솔로예찬 <싱글즈> - 장진영, 한국영화의 '여자 캐릭터 부재' 현실 전해
영화 <싱글즈>가 한 차례의 기자시사회 후 주연배우 장진영이 팬클럽 JROSE를 초청해 특별 시사회를 가졌다. 성적 상상력을 모티프로 제작된 포스터가 화제를 낳으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섹스 코미디물로 알려졌던 이 영화는 실제 뚜겅을 열고 보니 두 주인공 나난(장진영)과 봉미(엄정화)의 솔직 발랄한 청춘 시트콤이 아닌가..
일본 후지TV에서 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영이 되기도 했던 일본 작가의 소설 '29세의 크리스마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싱글즈>는 한국에서 주류(主流)로 자리잡은 커플(혹은 더블)의식을 뒤집는 데서 시작한다.
서른 즈음의 나이가 되면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고, 세계 미혼모 낙태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우리나라 20~ 30대 청춘의 현실은 두 여자 캐릭터에 의해 풍자된다. 이 영화가 두 여자의 거침없는 언어와 솔로예찬이라 할 수 있는 건 동미의 룸메이트 정준 역의 이범수 씨가 우정출연 이라는데서..
이 영화를 보노라면, 먼저 떠오르는 외화는 단연 두 여자가 벌이는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일 것이다. 과거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최근 <질투는 나의 힘> 등에서 간혹 보여졌을 뿐, 여배우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영화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싱글즈>는 한국판 <델마와 루이스>라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장진영은 팬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여자 캐릭터가 부재한 한국영화의 현실을 안타까운 모습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영화가 <섹스 앤 더 시티>나 <프렌즈> 등 미국 TV에서 방영중인 성인 시트콤처럼 20~30대의 솔직한 삶의 이야기들을 이끌어내려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시도가 아닐지.. 다만, 3시간 여 촬영했다는 영화 가운데 시사회에서 선보인 촬영분은 100분이니 상상섹스 장면과 같은 사건 간의 연결고리가 되는 개연성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싱글즈>는 장진영의 중성적 매력을 살려 한편의 CF를 보듯 속도감있게 전개시키며 결말부에 그녀 스스로 동미가 낳는 아이의 아빠(고모?)를 자처해 그 동안 그녀의 영화에 보여줬던 중성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주인공 나난은 어느 날 갑자기 남자친구의 일방적 이별통보와 디자이너로부터 외식 매니저로 좌천되고 동미는 자신이 오랫동안 공들여 왔던 프로젝트 발표기회를 여자라는 이유로 뺏기고 회사를 그만둔다. 이들의 친구 정준은 동미의 룸메이트로 순수한 사랑을 희망하지만 29살의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술에 취한 동미와 정준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증권맨 수헌은 나난을 보고 한 눈에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외식 매니저인 그녀 근무처에 매일같이 눈도장을 찍으며 사랑을 호소한다. 이후 나난과 수헌은 사랑하게 되고 둘은 결혼 얘기까지 오간다..
두 여자 캐릭터는 서로 상반 되지만, 그 동안 국내 트렌디 드라마나 멜로물에서 보이는 재벌 2세와 멋진 사랑을 나누는 예쁜 여자나 불치병에 걸려 눈물흘리는 여자를 상상하는 것은 금물. 두 여자는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고 그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거나 남자와 사고쳐 태어난 아이를 낙태하는 걸 당당히 거부한다.
처음 나난은 안정을 생각해 수헌과 결혼할까도 생각하지만, 29세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동미의 룸메이트가 되어주기로 하고 수헌과 헤어지고 동미와 동거 아닌 동거를 결심하게 된다. <싱글즈>는 나난을 화자로 주변 친구들의 변화에 이어 그녀의 심리변화로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간다.
나난 : 결혼도 안할 거면서 왜 낳아? 동미 : 내 애니까.
미국에서는 이미 십대에 성 관계를 가져 남자든 여자든 결혼에 관계없이 아이를 낳아 기른다. 가장 좋은 예는 미국의 유명한 랩 가수 에미넴은 8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 낙태는 죄악시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우개로 지우는지(?) 10-20대 미혼모들이 낙태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동미는 구질구질하게 남자에게 의지 않고 아이를 키운다며 당당한 싱글의 모습을 보인다. <싱글즈>를 계기로 더 이상 미혼모 낙태를 음성적으로 확산시키지 말고 양지로 끌어내어 미혼모 문제를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갖고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사회문제로 다루어기길 바란다.
영화 속에서 나난의 애드립인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돌아오는 길에 나난은 '영화에선 이럴 때 곡 비가 내리지'라고 말하자 금새 비가 내린다. 또한, 후반부 수헌과 헤어지는 장면에서 수헌이 '이럴 때 영화에서 카메라를 돌리지'하자 영화 <접속>에서처럼 두 주인공을 가운데 두고 공항청사의 천정이 돌아간다. 영상이 나래이션을 설명하는 장면들은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하나 더, 최근 한국영화에서 오래 전 가요를 주인공들이 직접 부르거나 혹은 영화 중간에 삽입되고 흐르는데 <싱글즈> 역시 여행스키치의 '별이 진다네'를 나난이 부르며 감칠 맛을 더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그녀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냥 별일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오늘도 별이 진다네
특별 시사회 후 상암 CGV 내 커피숍에서 가진 팬클럽 미팅에서 지나간 장진영의 생일(양력 6월 14일)을 축하해주고 대형의 캐리커쳐에 팬 각자의 축하를 담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장진영은 감격해 눈시울을 적셨고.. 이후 팬들과 격없는 대화를 가졌다. 장진영은 차기 작품과 자신의 <싱글즈> 개봉이후에 대해 진솔한 대답을 남겼다. 다음은 대화 일부를 요약했다.
- <싱글즈> 개봉 후 차기 작품 및 계획은? - 우선 좀 쉬었다가요..3주 정도 미국에 머무를거예요. 알고 계실텐데 국내 최초 여자비행사의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 <청연>이에요. 청연은 '푸른 제비'죠. (웃음)
- 하고 싶은 영화나 시나리오를 선택하라면? - 이번에 싱글즈 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국화꽃향기> 촬영 기간과 겹쳐 <싱글즈>를 찍었는데 <국화꽃향기>가 힘들었다면 <싱글즈>는 회복하는 영화였어요. 다음 작품이 마음에 들어요. 우리나라엔 여자 캐릭터가 주도하는 영화가 드물어요. 그런 면에서 <청연>은 제게 좋은 기회죠. 만약, 하고싶은 역을 고르라면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 촬영으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 주로 책을 틈틈이 읽어요, 특별히 장르는 가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것들요 ( 팬들이 선물한 책을 펼쳐 보며 ) 우와~ 재밌겠네요.
- <국화꽃향기>로 몸무게가 5kg이나 줄어 고생했다는데 지금은 어떤지 - 영화 찍을 때 정말 고생했구요, 지금 짬을 내서 운동하고 있어요. 회복하고 있어요.
-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와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 중에서 선택하라면? - 아직 좋아해 본 남자가 없구요 좋아해주는 남자는 많아요. (웃음)
시사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장진영이 왕가위 감독과 CF 작업을 한다는 소식과 함께 추후 왕가위 감독과 영화를 같이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스포츠지의 추측 보도를 보고 개인적으로 그랬으면 하는 바램이다. 장진영의 작품 가운데는 그녀의 중성적인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싱글즈> 역시 중성적인 그녀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
타락천사의 이가흔, 막문위 등 영화 속에서 캐릭터 조율에 뛰어난 왕가위 감독이라면 그녀를 국제적인 배우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통해 더 많은 한국의 여배우들이 당당하게 영화를 주도하는 캐릭터 배우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길 기원해 본다.
한편,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영화 <싱글즈>는 오는 11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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